줄에 매달린 선풍기를 봤다 1/6

<안에 들어와 있었다>

by 문 앞

제 글은 결론을 내리기보다, 질문이 남는 순간을 기록합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진을 찍고, 그 과정을 글로 옮깁니다.


<안에 들어와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로비 한가운데에서 잠시 멈춰 섰다. 빌딩 밖이 내려다보이는 큰 창 앞에 긴 줄 하나가 매달려 있었고, 그 끝에 선풍기가 달려 그네처럼 흔들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줄에 매달린 선풍기라니.


이미 전시장 안에 들어와 있었다.



전시장 안쪽에서는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렸다. 조명이 깜빡일 때마다 물줄기가 원을 그리며 회전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물이 부딪히는 소리와 빛이 내는 날카로운 음이 겹치자, 그 장면은 물이라기보다 우주에서 파편들이 충돌하는 순간에 더 가까워 보였다.

Beauty는 다른 공간에 있었다. 미세한 물입자에 무지개빛 조명이 비춰졌고, 그 뒤에 사람이 서 있었다. 앞쪽에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빛을 통과한 물입자 사이로 형체가 잠깐씩 드러났다가, 이내 흐려졌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 서 있는 쪽인지, 바라보는 쪽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어디에 서 있는지만 또렷했다. 관찰되는 순간에만 성립하는 상태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오렌지색으로 보이는 방에서는 얼굴의 주름이 더 짙어 보였고, 입술은 보라색에 가까운 색으로 변했다. 이색적이었지만, 한 가지 색만 존재하는 세계라면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전시의 끝에는 포토박스가 있었다. 배경은 검었고, 하얀 광원 하나만이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그 안에 서자, 내가 서 있는 위치만 또렷해졌다. 사진을 찍는 시간보다, 그 어둠 속에 잠시 서 있었던 감각이 더 오래 남았다. 전시는 그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