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잠자리 2/6

<안에 들어와 있었다>

by 문 앞

전시회장에서 아이가 나를 찍어준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로우엄버 톤의 바닥과 벽으로 이루어진 사각 공간 한가운데에 내가 서 있었고, 실루엣만 남은 채 오렌지빛에 담겨 있었다. 그걸 그려볼까 생각했다.

휴대폰 사진첩을 넘기다 며칠 전에 찍어둔 아이의 블록 사진이 나왔다. 초록판 위에 색깔별로 블록이 나란히 끼워져 있었다.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같은 규칙이 유지되는 배열이었다. 일부러 하나를 비워 두었는데도 전체는 흔들리지 않았다.

캔버스 앞에서 블록을 그릴지 말지 고민하다가, 책상 위 사각 티슈통을 보았다. 하얀 휴지 위에 작은 생물체가 하나 앉아 있었다. 실잠자리였다. 그것도 하얀색이었다. 어디서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얀 실잠자리가 실제로 있는지 검색해 보다가, 언젠가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은 거기까지였다.

그 주는 유난히 그런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시의 빛, 블록의 배열, 하얀 실잠자리. 서로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고, 굳이 의미를 붙이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억해 두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인터스텔라의 과학』을 주문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줄에 매달린 선풍기를 봤다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