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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aSue Feb 01. 2023

당신의 모든 눈물과 웃음을 위하여

Athlete-Chances

Take all your chances while you can
Never know when they'll pass you by
Like a sum a mathematician cannot solve
Like me trying my hardest to explain


잡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잡아

그것들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까

수학자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내가 최선을 다해 설명하려 노력하는 것처럼


It's all about your cries and kisses
Those first steps that I can't calculate
I need some more of you to take me over


결국 모든 건, 너의 모든 눈물과 웃음이지

내가 계산할 수 없는 첫 걸음들

나에게는 나를 이끌어 가줄 네가 필요해


If I had the chance to start again
Then you would be the one I'd come and find
Like the poster of Berlin on my wall
Maybe there's a chance our walls might fall


만약 내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는다면

그러면 내가 찾아갈 사람은 바로 너야

내 방 벽 포스터 속의 베를린 장벽처럼

우리 사의의 벽도 무너질 기회가 올까


It's all about your cries and kisses
Those first steps that I can't calculate
I need some more of you to take me over


결국 모든 건, 기쁨과 슬픔에 관한 거지

내가 계산 할 수 없는 첫 걸음들

나를 들쳐 업고 가 가줄 네가 필요해


I've no idea 'cause
I can't calculate

How to start again
How to start again
How to start again
How to start again
It's all about you.


나는 전혀 감도 안 잡혀

계산할 수가 없거든

어떻게 다시 시작할지

결국, 모든 건 

너야.



===================




지난 가을, 프라하를 다녀왔다.

안개가 가득 낀 이른 아침, 버스 정류장에는 아무도 없고, 낯선 도시에서 혼자 덩그러니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왠지 모르게 허무함이 밀려왔다. 열심히 살고 있고, 딱히 우울증이 있고 그런건 아닌데도, 나름 행복한데도 이렇게 가끔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심지어 여행지에 있는데도. 


그런데 갑자기 랜덤으로 돌려놓은 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아주 아주 오랫만에 옛날 노래 하나가 흘러나왔다. 내가 아주 예전에 감동받아서 저장해놓고 까맣게 잊은 노래. 

닥터 후에서 나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 콧물 다 짜게 만든 그 장면의 배경이 된 음악. 


생전 그림 한점 팔지 못했던 반 고흐는 타임머신을 타고 자신의 작품들이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고, 자신이 미래에 이렇게 사랑받는 화가가 된다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눈물을 흘린다. 

미술관에서 감격한 반 고흐를 보면서 우리는 이미 그가 얼마지 않아 권총자살을 할 것이고, 그렇게 위대한 예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안다. 반 고흐의 삶은 길지 않았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행복하지도 않았으나 그러나 그는 최선을 다해 순간순간들을 그림으로 채웠다. 


반 고흐가 오르세 미술관에 들어서면서 이 밴드의 노래와 첫번째 가사가 흘러나오는데, 그 구절이 정말 가슴을 후려 쳤었다. 잡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잡으라고. 이 기회들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까.

그 기회라는 것이 반드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무언가 삶을 변화시킬 만한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흘려 보내는 이 모든 순간들이 모두 기회다. 삶을 누릴 기회.




이어폰에서 이 노래의 시작 멜로디가 나오면서 갑자기 감동이 밀려왔다. 

허무하고, 우울할 수도 있다. 삶에는 원래 그런 순간들이 있는 거니까.

가끔 나는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잃고, 순식간에 시간은 흘러가고, 채 100년도 살지 못하는 생은 그러다 이렇게 끝나고 말겠지. 


그러니 기회를 잡아.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하면서 코끝에 스치는 찬 공기를 들이마실 기회를. 얼굴에 쏟아지는 햇살을 가득 느낄 기회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 기회를. 낯선 곳에서 헤맬 기회를. 음악을 즐길 기회를. 커피향을 들이 마실 기회를.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을 느낄 기회를. 반 고흐처럼, 되든 안되든 예술혼을 불태워볼 기회를. 




그러고 보면, 나는 이렇게 기회를 잡고 소중한 삶을 누리라고 이야기 해 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찾아 헤맸다. 내가 가장 외롭고 허무할 때, 내 곁에서 나를 일으켜줄 누군가. 나의 파트너. 영혼의 단짝,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아는 나의 반쪽. 


하지만 누구를 만나도 어디까지든 나와 함께 해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조금 불행하고 못난 사람인가도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헤쳐오고 나서 돌아보니, 내가 간절히 바랐던 나의 파트너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였다. 혹자는 그 존재를 다른 이름-수호천사 라던지, 신이라던지, 조상님-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결국에 나의 모든 슬픔과 기쁨을 속속들이 알고, 힘들 때든 좋을 때는 나와 함께 했으며, 내가 가장 나약할 때 함께 한 사람도 나였다. 한때는 나를 가장 미워하던 내가, 이제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나는 이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내가 언제나 동경하던, 누군가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울만큼 멘탈이 강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내가 더 이상 못하겠다고 나가 떨어지던 순간에, 내 방향키를 넘겨 받아 언제나 나를 다시 시작하게 한 사람은 다름아닌 나였다.

그 모든 시작들이 모여서 어떻게 될 지 나는 전혀 계산 할 수 없으나, 그 모든 선택들이 나를 울고 웃게 하고, 그렇게 나의 인생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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