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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aSue Aug 12. 2023

영어는 언어일 뿐, 완벽할 필요 없다

이렇게 말하시면 틀린거세요, 라고 하는 영어 공부

타일러의 영어 광고가 나왔을 때 나름 참신하다고 생각했었다.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라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이 what's your hobby  라고 생각할 것을 노리고 만든 광고였다. 광고가 기발했던 점은 질문을 하고, 사람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예상 정답이 틀렸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나는 영어 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나 영어공부 해야 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도 타일러 광고를 여러개 봤었는데, 놀랍게도, 답을 다 맞췄다! 뭐지? 나 영어 잘하는 건가?!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라고 하면 나도 물론 자연스럽게 직역으로 what's your hobby가 떠오른다. 그런데 나의 경험상, 실제로 what's your hobby 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대신 what do you do in your free time? what do you do for fun? 이라고 했다. 이게 소위 말하는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는 방식'인것 같다. 언어를 머릿 속에서 번역하거나 문장을 만들어 말하는게 아니라, 그냥 그 상황에서 쓰이는 말 자체를 외우는 것이다. "취미를 물어보고 싶을 때" -> what do you do for fun 이렇게 말이다.


친구가 아프다고 했을 때, 병원 가봐! 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어를 직역하면 우리는 자연스레 병원에 간다 = go to the hospital 이라고 하는데, 사실 외국에서는 go see the doctor 라고 한다. 의사를 보러 가라고. 이것도 그 상황에서 사람들이 go see the doctor 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는 말을 익히게 된 것이지, 병원에 가라는 hospital 이 아니라 doctor, 라고 외운 것이 아니다. 



유튜브를 보면 비슷한 맥락의 영상이 많다.

"영어로 이렇게 말하시면 틀린 겁니다"라고 말하는 영상.


언어라는 것은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문화, 사회, 역사 등등이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양권에서는 아프면 개인 '의사'를 보러 가고 거기서 처방을 받아서 '병원'에 간다. 반면 우리나라는 '병원'에 가서 '의사'를 본다. 사회 시스템과 문화가 다르기에 우리가 하는 말이 다른 것이다.

'병원'이라는 단어에도 문화 차이가 들어 있다. 외국에서는 개인 의사가 운영하는 곳은 병원이 아니라 개인 사무실이라고 한다 (doctor's office ). 영어에서 '병원-hospital'은 수혈, 엑스레이 등 각종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인데, 우리나라의 '병원'이라는 단어는 거의 '의사선생님이 있는 곳'의 느낌이기 때문에 한국어에서 병원=의사 와 거의 대체해서 쓸 수 있는 반면, 영어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를 그대로 직역해서 영어로 말하면 그 나라의 사회 역사 문화와 동떨어진, 당연히 좀 뭔가 어색한 말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말이 틀린 말일까? what do you do for fun 이 아닌, what's your hobby 라고 물었다고 해서 영어를 못하는 사람, 잘 모르는 사람, 외국인과 대화할 수준이 되지 않는 사람인 것인가? 나는 영어를 못한다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것인가. 





물론 배우면 좋다. 언어를 배우면 그 언어권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 go see the doctor 라고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외국 의료 시스템은 우리와 좀 다르구나 하는 것을 배우게 되고, 영어를 쓰는 문화권이 I love your coat! - 나는 니 코트 너무 맘에 들어! 라고 말하는, 주어를 '나'로 두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화권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 한국어와도 자연스레 비교하게 된다. 한국어는 코트를 칭찬할때, 감정이 아닌 코트 자체를 묘사한다. (니 코트 예쁘다 - your coat is nice)


배우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에 살면서 상황에 맞는 영어를 자연스레 익히고 외우는 것은 쉽지 않다. 언어는 노출이기 때문이다. 학습한 외국어를 사용할 때 본인이 사용하는 말을 직역해서 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비단 한국인이 한국에서 영어를 배울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그렇다. 그래서 교포 출신인 경우, 한국어 문법과 발음이 완벽하더라도 무언가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으니, 무의식 중에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는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가? 아니다. 원어민들은 잘 알아듣는다. 대화가 안되는가? 잘 된다. what do you do for fun 이라고 하지 않고 what is your hobby 라고 했다고 '정말 말 이상하게 하는 사람이네' 라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 당연히 이 사람은 모국어가 아니구나, 라고 느낄 뿐, 그래도 외국어를 이 정도로 하다니 대단하다, 라고 생각한다. 어설퍼도 외국어로 대화하는 사람이 더 대단한가, 아니면 자국어로 대화하는 사람이 더 대단한가? 


외국인이 '나는 당신의 코트가 좋아요!' 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코트 예쁘다' 라는 의미로 말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까? 안다. 무슨 말인지. 그리고 그 사람이 '코트 예쁘다'라고 말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할 것이다. '이 코트 맘에 들어? 예쁘지? 선물 받았어!' 그리고 신나게 대화를 이어갈 것이다.




물론 말하는 방식과 뉘앙스의 차이로 인해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오해는 풀면 되고, 오히려 그 오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나는 what do you do for fun 이라고 하지 않고 what is your hobby 라고 하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던 상황을 한번도 본 적 없다. 오히려 흥미롭고 재미있게 생각한다. 


지난번에 유튜브 피식대학에서 술집에서 '같이 놀래?'라고 말하는 상황을 영어로 'do you want to play with me?' 라고 한 걸 본적이 있는데 정말 웃겼다. '놀다'를 'play'로 직역해서 한 말인데, 영어의 'play'는 우리나라의 '놀다'가 함의하고 있는 '함께 시간을 보내다'라는 뜻이 없다. 한마디로 'play'='놀다' 는 같은 말이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실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랑 같이 술 마시고 싶다'라는 뜻이 전달되지 않을까? 99.9% 무슨 말인지 알아 듣는다. 외국어라서 이런식으로 말한다는 것까지 상대방은 알아차린다. 

완벽한, 상황에 맞는 퍼펙트한 영어를 구사할 필요 없다. 영어는 결국 언어고, 언어는 상황, 그 사람이 내뿜는 에너지, 냄새, 눈빛, 표정, 손짓, 몸짓, 톤, 억양, 감정과 함께 '의사소통'의 일부분을 이룰 뿐이다.



어차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모국어로 영어를 쓰는 사람처럼 구사하는 것은 현지에서 웬만큼 오래 살지 않고는 힘들다. 그럼 그냥 당당하게 말하면 된다. 직역하는 어색한 언어라고, 너무 주눅들 필요 없다. 

한때 나도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나의 목표를 그렇게 잡으니 항상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의 영어는 '완벽'하지 않으니까. 영원히 달성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죽어도 한국인이지, 원어민이 될 수 없는 것처럼.

그런데 점차 영어는, 그리고 언어는 원어민처럼 '완벽'하게 하는 것이 목표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색한 영어조차, 그것이 '나'를 이루는 아이덴티티가 된다. 나의 한국인스러운 억양, 한국인 스러운 표현들까지, 그것이 '나'의 영어인 것이다. 

내가 교포가 아닌데 어떻게 교포처럼 말을 하겠는가. 그건 연기하는 거지. 

나는 그냥 나답게 영어를 하면 된다. 그리고 그 '나다움'이 사람들에게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보다 훨씬 깊은 인상을 남기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교류를 시작하게 한다.



콜라를 코크 coke라고 하지 않고 항상 꼬까 라고 불어식으로 발음하던 프랑스인 친구가 있었다. 각자 다른 길로 간지 오래지만, 가끔 아직도 코카콜라를 보면 함께 어울리던 친구 그룹에서 코크니, 콜라니, 꼬까니 하면서 토론을 하던 것과 특유의 코맹맹이 억양으로 꼬까라고 말다던 그 친구가 생각난다. 내가 부끄러워 하는 '한국인의 영어'도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나를 기억할 단편이 될 수 있다. 


영어 표현에 그런 말이 있다. own it. 역시 한국어로 직역하면 '소유해라', 뜻이 정확히 와닿지 않는다. 

주눅들지 말라는 상황에 쓰인다. own it. 받아들이고 당당해져라. 

When you own it, people will start to repect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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