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푸르의 화려한 밤

[인도-자이푸르]

by ClaraSue


자이푸르에서 만난 오빠 둘은 다음날 아침 기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떠난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자이푸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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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그런 영화관이 있는 줄도 몰랐다.(대체 아는게 뭔가)

영화관 가 보니, 영화가 9시에 한타임 있고 남은 시간이 애매하다.


치맥 먹고 싶다고 바를 찾아 정처없이 걷는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빵빵하게 들린다.

홀린 듯이 그 음악을 따라 가니 라운지 바?클럽이 있었다.

앞에서 보디가드가 문을 막고 있는데 우리는 여행자 차림으로 있어서 들어갈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들어오라고 하는게 아닌가? 외국인이라 그런가?


그래서 어찌어찌 우리 셋이 클럽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두컴컴한 지하 같은 곳이 아니고 루프탑이었는데 맥주 한병씩 마시면서 우리도 음악을 즐겼다.

자이푸르 클럽에 와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클럽은 무슨.... 아직 저녁 8시다)


bartoss-bar-lounge-is.jpg 대체 우리가 간 곳은 어디였을까. 이런 느낌이었는데.



언니들 다 핫팬츠 입고, 외국 클럽처럼 놀고 있다! 보수적인 나라라며?

계급간 차이가 너무 크고 모든 가치관이 뒤섞여 있는 나라다.


이미 영화 시작 시간 9시가 지나서 우린 치맥은 포기하고 맥도날드나 가서 햄버거나 먹기로 했다.

여기 맥도날드는 약간 패스트 푸드점이라기보다는 패밀리 레스토랑 느낌이다. 가족끼리 외식 나온 모습이 많이 보인다. 심지어 간판에도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고 써 있다!(원래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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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스탄 맥도날드메뉴도 신기하다. 인도 맥도날드에서는 당연하게도 베지테리언 버거가 있다.

현지화 버거로 '라자버거'라는 것을 파는데 이게 완전 맛있었다. 마살라 버거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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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시까지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야 해서 아쉽게 헤어졌다.

이 오빠들은 호텔이 어딘지도 몰라서 릭샤꾼들과 한참을 실랑이 했고 다행히 지나가던 시크교도 남자가 딱 정리 해서 찾아줬다. 이런 지식인들 덕분에 인도가 발전해 나가는 거지.


지금까지 만났던 여행 친구들은 다 각자 갈길로 가버리고, 나 혼자 또 다시 남았다.

그렇다고 해서 패키지 여행은 내키지 않는다.

아직까지 자유여행에서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긴 하다.

일정이 있는 게 싫다. 해야 하는 일들과 가야하는 곳들로 이뤄진 스케줄이 싫다.

열심히 돌아다니기도 싫고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가고 싶다.

자이푸르 후에 조드푸르, 그리고 자이살메르 까지 가기로 했는데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가자고 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이 여행 전체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내가 진짜 가고 싶어서 가는 건가 아니면 인도에 오면 다 거기 간다고 하니까 나도 가는 건가.

사실 자이푸르도 사람들이 많이 간다고 해서 온건데 막상 히말라야의 마을들에 머무르다가 갑자기 도시로 나오니, 외롭고 재미도 없다. 그럼 어째야 하지. 어디로 가야 하지.





아직 자이푸르에서 시간이 있는 나는 어제 못간 영화관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어떤 영화관이길래 꼭 가봐야 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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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 으리으리했다! 화면도 크고 오페라 보러 온 줄 알았다.

혼자 영화를 보러온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지만 뭐 어때 혼자 여행자인걸.

힌두어로 써져 있어서 영화제목도 모르는 영화를 보겠다고 들어갔는데 남자주인공이 꽤 귀엽다. 귀걸이 양쪽에 한 남자가 그렇게 귀여운줄 몰랐다. 내용은 약간 코믹한 아저씨 스타일이었는데 벙어리 파키스탄 여자애를 남자가 주워서 다시 집에 데려다 주려고 갖은 고생을 다하는 내용이었다. 히말찬 지역이 배경으로 나오는데 화면으로 보니까 더 멋지고 더 그립네.



영화를 통해서 파키스탄과 인도의 관계를 알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이 사이 안 좋은만큼, 인도와 파키스탄도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

경쟁하다 보니 둘다 핵 보유국까지 된 케이스로 얼마나 견원지간인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남북관계에 비교하는 것이 더 비슷할 수도 있다.

종교도 힌두와 이슬람교로 다르고, 문화도 너무 다르다. 주인공은 인도 사람이라 힌두교의 하누만 신을 굳게 믿는데 그런 사람이 이슬람 신전에 들어가는 것을 꺼린다는 것도 이 영화를 보면서 알았다.

다시 느꼈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구나. 인도에 대해, 파키스탄에 대해.


여행을 하면 할수록 새로운 것을 깨닫고, 내가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을 느낀다.

여행은 어쩌면 다른게 아니라, 내가 사실 모르는게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나중에 한국 와서 우연히 내가 봤던 이름도 모르는 영화 리뷰 블로그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s592 맞아 이거야, 이거!


유명한 영화였다니! 내가 귀엽다고 생각했던 인도 배우가 살만 칸이었다니.

아니, 내가 이 영화를 인도 자이푸르 영화관에서 아무 생각없이 들어가서 봤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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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자이푸르 게스트 하우스는 최악이었다. 광고는 가족같은 곳이라고 해놓고, 돈만 뜯기고 인종차별(?)같은 것만 당한 기분. 빨리 체크아웃 하려고 짐 싸놓고 기차표 보고 있는데, 남쪽으로 내려간 텐진에게서 메일이 왔다. 텐진과 미국애들 무리가 안부 메일 보낸건데, 텐진네 집 엄청 좋다고 너두 올 수 있으면 내려와~ 하는 내용이었다.


마음이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방갈로르라니.

원래는 남인도로 내려갈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내가 남인도 친구 집에 갈 기회가 있을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자이살메르 가는 건 다음에도 할 수 있지만,

텐진네 집에 놀러가는건 이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텐데.

어떤 선택이 맞는 선택인가. 나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 걸까.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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