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의 새해가 밝았다.
12월 24일부터 쭉 고양이들과 연말 휴가를 보내던 나는 새해 첫날엔 뭔가 색다른 것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긴 연휴의 마침표를 제대로 찍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가 1월 1일에 이례적으로 오픈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2019년의 첫날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았다.
아마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유래한듯한 이름의 이 서점은 혜화역에서 걸어서 10분쯤 걷다 보면 도착한다.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의 활기찬 인파를 벗어나 한적한 골목으로 접어든다.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슈뢰딩거가 보인다.
슈뢰딩거의 내부는 '고양이 책방'에 걸맞게 온통 고양이로 가득하지만 비단 책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 관련 도서는 물론 싕냥툰으로 유명한 작가 싕싕의 고양이 뱃지와 스티커와, 다양한 작가들의 엽서와 스티커를 만날 수 있었다.
카운터 근처에 마련된 진열대에서는 고양이 자수로 유명한 '수놓는 발바닥(@nyang_stitch)'의 자수 책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록 책방을 찾은 이유 중 하나인 야옹서가의 신간 <가족이니까>(정서윤 지음, 야옹서가) 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서점을 둘러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서점은 정말 작은 편이지만 의외로 볼거리가 많았다. 귀여운 그림으로 유명한 카렐 차펙의 고양이 틴케이스는 갖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하지만 슬프게도 파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비마이펫에서 서평 이벤트를 진행했던 <내 고양이는 말이야>(미로코 마치코 지음, 엄혜숙 옮김, 길벗스쿨)와 <고양이 관찰일기>(미로코 마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길벗스쿨)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권 다 아기자기한 동화책 같은 책이지만 읽으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서점 한쪽에서 새해를 축하하는 메시지와 함께 깨진 컵과 고양이를 전시해놓은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고양이 서점다운 소품이라고 생각했다.
서점 한가운데 마련된 테이블은 평소에는 티테이블로 사용하는 것 같았는데, 내가 방문했던 날에는 책이 잔뜩 늘어져있었다. 평대의 역할도 하는 것 같았다. 테이블에는 페이스북의 고양이 푸싱(Pusheen)의 책도 있었고, 한국 내에서 독립출판을 통해 출간된 고양이 관련 책도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나 같은 냥덕후들에게는 이미 읽은 책들이 많았다는 점이랄까.
고양이 관련 도서뿐만 아니라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이형주, 책공장더불어)와 같은 동물권 관련 책도 마련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읽었던 <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 지음, 시대의창)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하재영 지음, 창비) 같은 책도 준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빈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한참을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고양이 스티커 몇 개와 책 한 권을 집었다. 고양이 스티커가 잔뜩 있는데도 고양이 스티커를 사게 되는 것을 보면 고양이는 정말 마성의 동물인 것 같다.
고양이 덕후는 올해도 고양이로 시작한다.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 https://catbook.co.kr/
Wed ~ Sun. 13:30~20:00
대학로 혜화역 2번 출구 낙산공원방면
서울시 종로구 낙산길19 1층
https://mypetlife.co.kr/16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