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IoT 제품 포그미를 만나다
최근 미국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옹알이를 시작하면 엄마, 아빠보다 알렉사(Alexa)를 빨리 익힌다고 한다. 알렉사는 아마존이 서비스하는 인공지능 비서의 이름인데, 집에서 자주 많이 부르다 보니 제일 먼저 익히는 말이 되었다는 것이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스피커의 보급에 IT기업들이 발 벗고 뛰어들었다. 한국으로 보자면,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클로바 또는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미니가 대중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에 더불어 홈 IoT(사물인터넷)의 발전이 눈부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도 IoT가 찾아왔다. 미세먼지를 털어내기 위한 공기청정기의 보급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해 원격제어, 버튼 잠금 기능 및 스마트 센서 등을 탑재했다. 제품의 보조적인 기능에만 편의가 녹아드는 것이 아니다. 반려동물의 식습관 조절을 위해 예약된 시간에 정해진 양을 내어주는 자동 급식기와 같은 스마트 제품 역시 선보이고 있다.
춘수와 동구의 경우 Tailio라는 스마트 체중계를 사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Pet Wireless라는 회사가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를 통해 론칭한 제품이다. Tailio는 현재 $199로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며, 국제 배송도 된다. 충전 가능한 AA 배터리와 충전을 할 수 있는 충전 케이블도 동봉되어있다. 다만 케이블은 110V지만 240V까지 호환 가능하다.
이 제품의 좋은 점은 리터 박스 밑에 두고 사용하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즉, 고양이를 체중계에 올려두기 위해 고양이와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리터 박스의 밑에 제품을 넣어두면 고양이가 화장실을 방문하는 횟수, 배출한 용변의 무게, 마지막 청소 시간 등을 기록해준다. 고양이 무게에 따라 서로 다른 고양이를 구분하기 때문에 아주 비슷한 무게가 아니라면 여러 마리 고양이를 기록할 수 있다.
고양이의 체중이나 용변 등 고양이의 라이프가 일부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는 것은 고양이의 병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이 회사를 창립한 사람은 사랑하는 고양이를 암으로 잃었다는데, 암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 흔한 신장병 등에 의한 체중 증감이 모니터링 가능해진다는 것은 상당히 유용하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쓰일지 모르겠지만, 기록된 앱의 정보를 수의사에게 메일로 보낼 수도 있다.
처음에는 체중계가 스마트한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고작 체중계 하나에 200달러 가까이한다는 게 쉽게 납득하기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구매하고 실제로 사용해보니 정말 좋았다. 이 제품의 진가는 2-3개월쯤 써봐야 체감할 수 있는 것 같다.
'한국에도 이런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무렵 한국에도 반려동물을 위한 스마트 체중계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고양이 커뮤니티를 통해 접했다. 포그미(Pogme)라는 귀여운 이름의 이 제품은 고양이뿐만 아니라 강아지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인데, Tailio와 달리 하우스로 접근하는 점이 달랐다. 아이들이 쉬는 하우스라는 점에 집중하여 온열 기능이 포함되어있고, 놀랍게 온도와 습도를 스스로 측정하기도 한다. 하우스로 쓰기 때문에 역시 강제성이 없는 편이지만, 아이에 따라 하우스를 선호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어떻게 이 스마트 체중계에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다행히 잘 쓰던 하우스가 있는 곳에 포그미를 가져다주니 아이들이 금세 적응했다. 원래 포그미 전용 방석이 있지만,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재질의 방석을 깔아주니 훨씬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포그미를 받고 2주 정도 사용하니 Tailio와 차별점이 조금 눈에 들어왔다.
이것은 단점이다. 한 번은 3시간 정도 정전이 된 적이 있는데, 포그미가 꺼져 버린 것이다. Tailio의 경우 충전식 AA 배터리를 사용해서 전기가 없다면 배터리를 교체해주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환경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큰 단점으로 여겨졌다. 물론 체중을 재는 것은 24/7로 점검할 필요는 없지만 아이가 온열 혹은 치유음악 등의 포그미를 이용하는 과정에 전기가 나가버리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전기가 끊이지 않는 환경이라면 포그미와 같은 형태가 오히려 훨씬 편리하긴 하다. Tailio의 경우 배터리 충전 케이블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편을 여러 번 겪었고, 현재 AA 배터리 충전기를 근처에 두고 사용하고 있다.
아마 이것은 개선될 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포그미의 경우 기기 근처에서만 앱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병원 등에 가서 우리 아이가 얼마나 쓰더라? 하고 포그미 앱을 확인하면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우리가 포그미 기기의 바로 근처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마 이것은 곧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위에 말한 전기가 없을 때의 문제와도 직면하게 되는데, 정전 등으로 전기가 끊어지면 역시 기기와 연결되지 않아 포그미의 바로 앞에서도 포그미 앱이 연동되지 않는다.
처음에 Tailio를 구매했을 때 굳이 충전식을 사용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고 다소 번거롭다는 생각도 했지만 정전과 같은 일시적인 상황을 겪어보니 나름대로 R&D를 통해 나온 합의점이 아닌가 싶었다. 또한 Tailio는 기본적으로 리터 박스의 밑에 두는 제품이다 보니 베란다처럼 전기 사용이 어려운 곳에서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었을 수 있다. 그래서 배터리 역시 전용 배터리보다는 쉽게 대체가 가능한 AA 배터리를 선택했을 수 있다.
나는 오래된 아파트에 살아서 그런지 Tailio의 방식을 좀 더 선호한다.
포그미는 와디즈 론칭할 때부터 더 많은 기능을 확장하겠노라고 다짐했다. 실제로 포그미 앱의 설정 메뉴를 보면 네이버 인공지능 서비스인 클로바와 연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는 메뉴만 있고 연동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클로바를 사용 중인 나로서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라인 캐릭터와 콜라보를 하는 돔 제작도 논의가 오간 것 같은데, 돔 제작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회사를 지켜본 서포터의 마음으로는 정말 좋은 기회가 온 것 같아 내 일인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Tailio의 경우 체중을 재는 것에 큰 초점을 맞추고 다른 기능에 대한 기대는 전혀 할 수 없는데 반해, 포그미의 경우 앱을 통해 더 많은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날이 더워져서 쓰진 못했지만 찬바람이 불 때쯤이면 유용하게 사용될 온열 기능과 온도, 습도를 측정하는 기본적인 기능들을 활용해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그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반려동물 정보를 등록하는 화면에서는 등록된 품종이 현저하게 적다. 게다가 반려동물을 1마리만 등록 가능하다. 춘수의 경우 먼치킨으로 수컷 성묘를 기준으로 4킬로그램이 표준이나 먼치킨 고양이가 등록된 품종에 없어서 겨울이로 등록하면 겨울이가 홀쭉하게 등장한다. 좀 더 다양한 품종과 표준 몸무게가 적용되기를 기다린다.
와디즈 - 열사람의 포그미 크라우딩 펀딩 페이지 (현재 펀딩은 종료되었다)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17550
Pet Wireless의 Tailio 제품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