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어, 그런 건.
쓸데없이 그런 걸 왜.
여섯 살 아이와 함께 다이소를 가면 쉽게 빠져나오질 못한다. 이것도 저것도 다 궁금한 아이는 무언가 필요해서라기 보다 무어라도 사서 손에 들고 가고 싶은 마음인지 이것도 들어보고 저것도 들어보며 엄마 눈치를 살피고 애교를 부린다.
정말 필요한 것도 아니지만, 한 두 번 쓰면 존재가 잊힐 것들이라는 생각에 단 돈 천 원의 값을 치르는 것도 망설이는 이유지만 사고 싶은 것들을 모두 살 수는 없다는 것에 대해 알려줘야 하는 마음으로 아이가 골라오는 것들을 앞에 두고 평을 한다.
그건 쓸모없는 거야.
그건 아무 쓸데없어.
다른 이유들, 다른 평을 대체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왜 쓸모를 논하는 사람일까. 실용성이 중요하고 쓰임이 중요하고 존재 이유가 확실한 것들만 쓸모 있다는 생각이 기본이 된 사람일까.
사실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 쓰임이 있을지 없을지 존재 가치에 대한 건 바로 알 수 있는 것보다 바로 알 수 없는 것들,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처음을 겪어야 시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은 그 쓸모를 처음엔 알 수 없다.
아무 도움도 안 될 것 같은, 그저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취미 생활이 어떤 사람의 생업을 바꾸기도 한다.
(아... 나도 모르게 또 생업과 연결시키고 내 기준 쓸모 있음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그런 것과 연결이 되지 않아도 즐거움을 줬음 된 거란 말이다!!!)
어떤 아빠는 아이가 게임 아이템을 사도 되냐고 묻는 말에, 아빠한테 이야기해줘서 고맙다고 그러라고 했다고 한다. 게임하는 것도 맘에 안 드는데 쓸데없는 돈까지 쓰냐고 뭐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부모의 모습인데 이 아빠는 세상에 쓸데없는 게 어딨냐고, 쓸데없다고 생각하니까 쓸데없는 거지. 라고 했단다.
아이에게 쓸모를 논하는 것, 어른의 잣대로 쓸모를 마음대로 판단해버리는 것
지금은 아이가 고르는 천 원짜리 스티커, 색종이에 그치지만 성장할수록 아이의 취향과 선택을 무시하게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겠다.
사실 나는 잘 안다.
실패와 좌절과 후회가 쌓이는 쓸모없는 모든 것들이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지혜와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걸.
그걸 제 때 해보지 못한 사람은 쓸모없는 낭비와 경험과 실패도 없지만 조금 더 좁은 세상에서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고만고만한 것들을 손에 움켜쥐고만 살아야 한다는 걸. 그리고 낭비와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