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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ssicK Jul 18. 2024

문, 이과 구분이 의미 없는 이유.

'통섭적 사고'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문과(文科):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과정

이과(理科): 자연과학, 수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과정


 신입 상담을 오는 학부모님들 중에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우리 애는 문과 성향이 강해서요. 수학은 문과 수준에서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난 생각한다.


 '대체 문과 성향은 뭐고, 이과 성향은 뭐지? 그걸 딱 구분 짓는다고?'


 난 고등학교 때 문과를 나왔다. 하지만 대학은 수학과에 진학했고, 경제학과를 복수전공으로 함께 진행했다. 당시에는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기준이 수학이었다. 수학을 못하는 학생들은 문과를 가는 현상이 심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수학을 잘 못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하지만 난 수학을 싫어서 문과를 간 게 아니었다. 오히려 수학을 좋아했고, 그렇게 못하지도 않았다. 문과를 택한 이유는 과학에 대한 흥미가 없어 잘 못했던 것과 역사, 사회, 경제 같은 사회과학에 더 관심이 많아서였다. 난 정확히 내가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선택했던 것이다. 재밌는 건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이과적 성향을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향이란 것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런 현상이 없어졌을까'라고 묻는다면, 그다지 달라졌다는 생각은 안 든다. 학부모님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여전히 "우리 애는 문과성향이 강해서 수학을 잘 못해요.", "수학은 잘하는 데 국어가 약해서 이과 쪽이 맞아요.", "문과 가면 취업이 안 돼서 이과로 가야 되는 게 맞지 않나요?" 등 문, 이과를 나누는 기준이 학생의 성향이 아닌 진학 또는 취업, 학습과목 관점에서 나누는 아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A.I. 시대라 불리는 지금 문, 이과를 구분 짓는 것 의미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현대사회는 문, 이과 모두 갖춰야 할 성향이기 때문이다.


 이과가 문과적 성향을 가장 잘 반영한 예가 바로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이다.


 프레젠테이션의 교본이라 불리는 스티브 잡스의 예전 키노트(애플 제품 발표)를 보면, 발표 때마다 항상 인문학을 강조했다. 그는 '애플은 전자제품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애플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애플의 철학의 밑바탕이 바로 '인문학'이다. 이런 그의 철학이 반영된 애플 제품은 그가 죽은 지 12년이 지난 현재도 '갬성'이란 이름아래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기술은 삶의 질을 높이는, 즉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인문학이 훨씬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였다. 잡스가 대학에서 자신의 전공 대신 폰트 강의를 청강으로 들으며 엄청난 열정을 보였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매킨토시는 최초로 폰트를 고를 수 있도록 탑재한 최초의 컴퓨터가 되었다. 이처럼 기술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도 인문학을 강조했던 것이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tAyi5PVwEaY


 문과의 경우도 이과적 성향을 갖춰야 하는 얘를 들어보자. 


 지금은 바야흐로 A.I.(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이다. 특히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결과물을 창작하는 생성형 A.I. 인 '챗GPT'로 인해 급변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챗GPT'의 발전으로 인공지능 모델이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롬프트를 개발하고 최적화하는 것에 사람들은 집중하게 되는데, 이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하는 사람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코딩이나 컴퓨팅 기술을 갖춘 기술자들이 많을 거라 생각될 것이다.(엔지니어란 말만 들어도 이과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언어, 인문 등 문과적 성향을 가진 인문계열 전공자들이 훨씬 많다. 생성형 A.I. 와의 대화는 단순히 정보전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대화처럼 다양한 문체, 표현, 기분, 화법 등을 이해시켜야 되기 때문에 문과적 요소는 너무나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출처 https://linguisity.com/ko


 이처럼 우리는 문, 이과를 구분 짓는 것은 의미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예전엔 '하나만 잘하면 먹고 산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요즘은 하나만 잘하는 전문가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재를 더 선호한다. 그리고 깊이는 부족해도 최소한의 지식을 아주 쉽게 배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지식을 갖춘 인재가 될 수 있단 말이다. 바로 '통섭적 사고'를 하는 인재 말이다.


현재는 바야흐로 통섭적 사고의 시대이다. 


 통섭적 사고란,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지식을 통합하는 과정을 뜻하는 통섭의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여 문제를 균형감 있게 탐색하고 해결책을 찾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교과과정에서 문, 이과 통합이 되고 경계를 없애는 이유는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최근 독서와 글쓰기가 문, 이과 할 것 없이 각광받는 이유도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독서만 한 것이 없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할 것이다. 구시대적인 문, 이과 구분 짓기로 자녀의 성향을 평가하지 말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모든 역량을 골고루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도록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을 권장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없기에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난 독서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녀가 귀찮게 한다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유튜브를 틀어주는 행위는 정말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진 게 없지만 영상 등의 미디어에 자주 노출된 아이는 주의집중력이 부족해질 확률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참을성 부족이라든지 과제수행력 등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한다. 영상보다는 독서라는 방법을 통해 보다 천천히 생각하고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녀를 위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학생들이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많은 사고가 필요하다. 학생들은 부디 독서 등 여러 활동을 통해 문, 이과성향의 이분법적 접근이 아닌 통섭적 사고를 갖춘 인재가 될 수 있길 바라며, 학부모님들은 자녀에게 다양성을 추구해 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길 바란다.



#문과 #이과 #통섭적사고 #인문학 #스티브잡스 #A.I.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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