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ssicK Jul 18. 2024

살면서 쓸모없는 수학을 배우는 이유.

수학은 '합리적 사고'를 위한 도구이다.


수학을 왜 배우나요? 어차피 살아가는 데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닌데요.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쓸모가 없다고?' 


 아니. 그 어떤 과목보다 살아감에 있어 가장 쓸모 있는 학문이 수학이라 자신한다.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한 아주 중요한 기술을 터득하는 학문이 바로 수학이기 때문이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두리뭉실한 걸 싫어했다. 국어를 예로 들면, 단어 하나에 어마어마한 파생어가 존재한다. 파란색의 경우 '파랗다, 파르스름하다, 푸르다, 푸르스름하다, 시퍼렇다'같이 다양한 단어가 있다. 함축적 의미도 얼마나 많은가. 외국인들은 뜨거운 것을 먹을 때 '시원하다' 같은 말은 죽어도 이해 못 할 것이다. 


 다른 과목과 달리, 내 관점에서 수학은 아주 명확하게 답이 나오는 학문이었고, 때문에 다른 과목들에 비해 아주 재밌게 공부했었다. 그리고 수학과를 나와 현재까지도 업으로 삼고 있다. 


 대학시절 '미분방정식' 첫 수업에서 교수님이 했던 얘기가 생각이 난다.


 "여러분, 수학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은 3년 동안 수학과 과정을 마치고 나면, 아주 계산적인 인간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교수님 얘기에 다들 웃었고 나 역시 당시에는 농담 정도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걸 깨닫는 데는 몇 년이 걸리지 않았다. 


 교수님 말대로 난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따져보는 성격으로 바뀌어 있었다. 정말 3년 내내 배운 거라고는 가정을 통한 분석과 결론 도출이었다. 아직도 머릿속에는 3년 동안 지겹도록 증명하는 과정을 배우면서 'Let A be B(A를 B라 하자.), iff(if and only iff), Therefore, pf(proof), sol(solution)' 등과 같은 증명 용어가 남아있다. 그 과정들은 감정이 아닌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그래서 난 4년 동안의 학비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학문으로서가 아닌 쓸모로서의 가치를 배웠기 때문이다. 


수학은 학문으로서가 아닌 삶에 있어서의 합리적 사고를 배우는 도구이다.


 논리 및 추론 능력은 단지 학문적 요구 사항이 아닌, 살아감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생존 기술이다. 

 이는 수학 학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복잡한 미적분이나 함수, 방정식과 같은 수학적 개념을  삶에 직접 적용하지는 않지만 논리적, 분석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배운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우리는 수학을 통해 개인적인 의사결정부터 직업적 도전에 이르기까지 삶의 다양한 측면에 적용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다. 더욱이 수학에서 다루는 복잡한 개념과 추상적인 추론은 그 어떤 과목보다도 논리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데 탁월하다. 


 수학을 단순히 대학을 잘 가기 위한 수단으로 학습한다면 재미없고 쓸모없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내용의 이해와 그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는 것에 몰두한다면, 합리적 사고를 배울 수 있을 것이고, 사회에 나와서도 감정에 휘둘린 섣부른 판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의 인생은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선택이 합리적일 수도, 때로는 감정에 치우친 결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감정에 치우친 결정은 내 삶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때의 선택에 후회를 한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분명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합리적 사고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중요하다. 


 물론 수학만 중요하단 얘기가 아니다. 모든 학습은 삶의 질을 높여준다. 그래서 모든 학문을 선입견 없이 잘 받아들이고 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학을 왜 배우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합리적 사고를 원한다면 수학이 도움이 될 거라고.


 수학은 쓸모가 아주 많은 학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문, 이과 구분이 의미 없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