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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udel Oct 29. 2020

가을을 연주하는 서정적인 선율

2020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 디오 오케스트라

  

 가을과 함께 지역 공연장들도 드디어 문을 열었습니다. 상반기 내내 티켓 오픈과 공연 취소가 계속 반복되어 암울한 분위기였는데 10월이 되자 오랜 기다림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런저런 공연 소식이 매일 있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만날 수 있었던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WOS)가 10월 6일 드디어 막을 올렸습니다. 다만 올해는 국내팀의 공연만 진행하기로 했어요.


저는 코리안 심포니와 디오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 다녀왔어요. 플로리다 사라소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아누 탈리의 열정적인 지휘로 만난 코리안 심포니의 프로코피예프 교향곡도 너무 좋았지만 평소 대구 오페라 축제의 연주를 전담하고 있어 친근한 디오 오케스트라의 연주 모습을 쓰고 싶었어요.  


 사회적 기업으로 오페라의 사회문화 중심화와 클래식의 대중화에 뜻을 함께하는 젊은 음악인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디오 오케스트라(Daegu international Opera Orchestra)는 대구 오페라 축제 때마다 만날 수 있습니다. 클래식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를 위해 탱고, 발레, 왈츠 등 다양한 클래식 콘텐츠를 선보이며 양질의 문화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의 문화 발전에 밑거름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김천시향을 맡고 있는 김성진 님의 지휘로 진행되었는데요. 젊음의 활기가 느껴지는 역동적인 무대였습니다.     

 

지휘자 김성진 님은 서울예고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연세대에서 합창지휘를 공부했어요. 독일에서 크리스티안 에발트를 사사한 그는 가장 미학적인 지휘를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고 해요. 이후 미국 시더래피즈 오케스트라에서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다가 아트센터 인천의 2019 오프닝인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지휘했고 세종문화회관의 여름음악회 해설자로도, 대구 수성아트피아의 도이치 오퍼 갈라 콘서트의 피아니스트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휘자입니다.


 이날 프로그램 중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이 정말 좋았는데요. 현제 한국예술 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인 이진상 님이 협연하셨어요. 생각하니 지금도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2005년 쾰른, 2008년 홍콩 국제 핑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2009년 스위스 취리히 게다 안다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 우승과 동시에 대회 최초로 모든 특별상을 휩쓸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피아니스트 이진상 님은 세계적인 음악가로 자리매김을 합니다. 이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하시고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에 초정 연주도 하시면서 연주 음반도 이미 세장이나 내셨네요.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한 베토벤 트리오 전곡 연주 음반도 발매 예정이라고 합니다. 작은 체구로 수줍게 등장하셨는데 연주할 때는 완전 거인 같아 보였어요. 온몸을 던져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답니다.     


PROGRAM

L.V. Beethoven - ‘Die Geschöpfe des prometheus’ Overture, Op.43

베토벤 -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중 서곡, Op.43    

S. Rachmaninoff – 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18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제2번 c 단조, Op.18

1. Moderato

2. Adagio sostenuto

3. Allegro scherzando    

A. Dvorak – Symphony No.8 in G major, Op.88B.163

드보르작 – 교향곡 제8번 G장조, Op.88B.163

Allegro con brio

Adagio

Allegretto grazioso – Molto Vivace

Allegro ma non troppo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은 베토벤이 작곡한 두 개의 발레 음악 중 하나예요 서곡을 포함해 서주부와 피날레 등 16곡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간을 사랑했던 신, 프로메테우스가 진흙과 빗물을 섞어 인간의 모습을 빚은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에요.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중 16번째 곡에 사용된 시골풍 춤곡의 주제는 교향곡 3번 ‘영웅’의 4악장에 사용되기도 하고 다른 멜로디들도 교향곡 1번과 2번에 사용되기도 했어요. 베토벤의 주요 작품에 영향을 준 작품이죠. 소나타 형식의 주요부에서 볼 수 있는 발랄한 악상은 전체의 장중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재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고요. 젊은 연주자 분들이라 그런지 소리는 무거운데 비해 경쾌한 느낌이기도 했어요.


 마지막 곡인 드보르작 교향곡은 3악장이 스케르초가 아닌 민속적인 색채가 있는 아름다운 춤곡이었는데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이었어요. 전체적으로 목관악기들이 돋보이는 연주였는데 트럼펫과 바순 소리도 좋았지만 이날 클라리넷은 들어본 소리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역시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2번은 슬럼프에 빠져 좌절을 겪고 있던 그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회자되는데 이 작품으로 ‘글린카 상’을 수상하고 다시 일어나게 되죠. 러시아풍의 색채가 가장 강한 1악장은 아쉽게도 피아노를 따라서 오케스트라도 열심히 달려서 피아노 소리가 거의 묻혔어요. ‘앗 망했다’라는 생각이 순간 스쳐 갔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플롯과 클라리넷으로 시작하는 2악장은 서정적인 선율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느리게 연주되는데요. 이날 클라리넷 연주가 정말 좋기도 했지만, 피아노와 너무 잘 맞았어요. 저절로 눈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연주였답니다. 너무 행복했어요.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고 다시 무대에 오른 연주자분들과 객석에서 연주를 들으며 앉아 있을 수 있는 일상의 작은 행복에 가슴이 벅차더라고요. 좋은 연주와 기획. 고생하신 #디오 오케스트라 여러분 #지휘자 김성진 님 그리고 #피아니스트 이진상 님 아름다운 연주 너무 감사합니다. 올가을은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https://youtu.be/aNMlq-hOI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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