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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udine Dec 11. 2023

이틀 만에 5kg이 늘다니...

새로운 미션: 넘어지지 않기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일 년에 몇 번이나 넘어질까?

나의 경우는 매년 두 어번은 꼭 넘어진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웬만해서는 집을 잘 나서지 않는 집순이인데도 연례행사처럼 꼬박꼬박 넘어지는 것을 보면 외향형 인간이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길에서 심하게 넘어져도 그러려니 하고 털고 웃고 일어나는데 이번에는 정도가 심했다.

핸드폰 메시지를 보면서 걷다가 튀어나온 블록에 발이 걸려서 거의 90도로 낙하한 것이다. 그 충격을 온몸으로 그대로 흡수해서 나는 한참 동안 일어나지도 못했고 길바닥에 그대로 엎어져 있었다. 주위에서 킥보드를 타고 놀던 프랑스 이민자 젊은이들이 열 명쯤 모여들었고 킥킥대던 그들은 어느새 상황의 심각함을 깨닫고 "Ca va?"를 수없이 외치며 병원에 데려다 줄 지 물었다.

그들이 하도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서 괜찮다고 웃어 보이며 날아간 핸드폰을 주워 집으로 갔다. 집에 가면서도 턱이 너무 아파 앞니들이 무사한 지 걱정이 되었다. 

그다음 날부터 나는 혹부리 영감처럼 턱이 부어오른 채 한 달이 갔고 온몸의 멍도 한 달이 갔다.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 중이라 작은 멍도 몇 주가 가는데 이 정도 충격이 쉽게 가실리가 없었다. 어떻게 넘어졌는지 턱에 충격이 컸고 왼쪽 골반, 양쪽 무릎, 왼쪽 종아리부터 발목까지 거대한 멍과 통증이 있었으며 그때부터 다리가 퉁 퉁 붓기 시작했다.

아침에 잠에서 깰 때마다 종아리에 쥐가 났고, 매일 코끼리 다리를 마주하며 우울했다. 외관상의 문제보다도 이 충격으로 나의 루푸스가 심해져서 신장에 무리가 간 건 아닌지가 걱정되었다. 예전에 경미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주치의 선생님께서 몸에 충격이 가는 것도 루푸스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이었다면 당장 병원 가서 피검사 등을 하고 진료를 봤겠지만 이 나라는 그런 절차가 복잡해서 그저 하루빨리 괜찮아지길 바라며 최대한 휴식을 취하고 매일 열 시간씩 푹 잤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고 다리 붓기도 서서히 괜찮아질 때쯤 나는 또 한 번 넘어졌다.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심하게 넘어지진 않았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다만, 나이 들수록 뼈도 더 약해질 테니 넘어지지 않도록 앞으로는 바닥을 주의 깊게 보고 다녀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스테로이드는 여러 부작용이 있지만 뼈를 약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는 만큼 나는 넘어짐에 더 주의해야 하는데 너무 부주의하게 다닌 건 아닌지 자책도 되었다.


그런데 다음날 나는 한층 무거워진 몸으로 눈을 떴다. 다리뿐만 아니라 온몸이 부어 있었고 몸무게는 2kg이 넘게 늘어 있었다. 다리에만 부종이 있었을 때는 관절염으로 부종이 생긴 것이라 넘길 수 있었지만 얼굴까지 붓자 덜컥 겁이 났다. 그다음 날 아침에는 또다시 2kg이 넘게 늘어 있었다. 이틀 만에 몸무게는 50kg에서 55kg이 넘어 있었다. 

지난번에 넘어진 충격이 다 가시지 전에 또 한 번 넘어진 충격이 내 몸에 가중되어 루푸스를 악화시키고, 신염이 심해진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만약 내 신장이 완전히 고장 나 버린 거라면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당장 한국에 돌아가서 투석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면 어떡하지.. 나는 앞으로 이런 몸(=다음 날 어떤 상태일지 장담할 수 없는 건강상태)으로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겠구나 등 등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취소하고 주말 내내 잠을 잤고 내일 아침엔 더 이상 내가 빵처럼 부풀지 않기를 바라며 슬프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퉁퉁 부은 얼굴로 일어났다. 눈도 부어서 제대로 뜨기도 힘들었다. 밖에 나가기 싫었지만, 나가야 할 때는 마스크를 끼고 나갔다. 


나는 언제든 건강이 악화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렇게 살기 위해 돈을 모았고 삶에 대한 너무 많은 욕심을 버리려 노력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낯설게 부어가는 내 몸을 마주했을 때 그날이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그날 이후 일주일에 거쳐 부기가 서서히 빠졌다. 나는 풍선처럼 빵 터지지 않고 평범한 날의 나로 돌아왔다. 

루푸스 환자로 몇 년을 살아오면서 점차 나는 '스트레스와 피로를 피하고 건강하게 먹으면' 어느 정도 이 병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었다. 그러나 이렇게 두 번의 넘어짐으로 또다시 위기를 겪게 되니 다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늘 물컵의 물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걷듯 매사에 평온할 수 있도록 모든 일상에서 조금 더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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