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vecin Mar 30. 2024

*어느 파트를 먼저 연습할까요? (2024.03.30)

어느 파트를 먼저 연습할까요? (2024.03.30.) *


 - 어느 파트를 먼저 연습할까요?      


   우리 학교에서 헨델의 <할렐루야>를 부른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내용이어서, 1학년 학생 중 입학하기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어서 이 노래로 가창 시험을 본다고 말했을 때 놀라는 학생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과연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사를 해보니, 중학교 수업 시간 때 노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학생들도 많았고, 노래를 했더라도 한 파트로 같이 부르는 제창은 해보았으나, 파트를 나누어 합창이나 중창을 해본 학생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나도 걱정이었다.     


 - 옆에 있는 친구와 서로 다른 음으로 노래해야 하는데, 될까요??     


   <할렐루야>의 경우, 여학생은 소프라노와 알토를, 남학생은 테너와 베이스 파트를 불러야 하는데, 그 두 파트들 중 한 파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두 파트 모두 해야 하는 것이어서 학생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되는 프로젝트이다. 4명이 한 팀이 되어서 2명씩 같은 파트를 맡아 2번의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 4개의 파트 중에 가장 쉬운 파트는 어느 파트일까요?

 - 노래하기도 편하고 듣는 사람도 편안하며 음정도 어렵지 않아요.     


   정답은 베이스! 이어서 질문한다.     


 - 이 파트를 노래하다가 죽을 것같이 힘들고, 노래하는 본인의 목소리도 듣기 싫으며 다른 친구의 목소리는 더 듣기 싫은 파트, 하지만 이 노래에서 뺄 수 없는, 또 이 파트를 잘하면 정말 멋있는 파트는??     


   정답은 테너! 또 질문한다.     


 - 소프라노와 알토 중 어느 파트가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아이들은 대부분 소프라노라고 말하지만 사실 정답은 알토다. 하지만, 여학생들 파트는 남학생 파트에 비하여 비교적 쉽다. 소프라노는 음이 조금 높을 뿐이지 어렵지 않고, 알토는 소프라노보다 조금 복잡할 뿐이지 역시 음정은 어렵지 않아서, 여학생들의 경우, 깜짝 놀랄 정도로 잘 부른다. 그래서 여학생들에게 늘 말한다.    

 

 - 결과를 미리 말한다면, 너무너무 잘 부르게 될 테니까 전혀 걱정하지 말아요!     


   <할렐루야>를 한번 부르는데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한 파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대략’ 연습하는 데에는 1차시의 수업, 즉 50분~45분 정도가 들어간다. 그래서 각각 두 파트의 노래를 대략 익히는 데에는 2차시의 시간을 잡아야 한다. 정확하게 연습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일단은 대략 연습해서 자꾸 반복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음악적인 감각이 좀 떨어지는 학급의 경우, 한 파트를 2시간에 걸쳐 배우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시간 배분을 잘해야 한다.     


   그러니, 많지 않은 수업 시간 중 비교적 쉬운 베이스, 소프라노 파트와 좀 어려워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테너, 알토 파트 중 어느 파트를 먼저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좀 쉬운 것을 빨리 배운 뒤, 어려운 것을 가르쳐야 할지, 초반 시간이 들어가더라도 어려운 것을 먼저 가르치고 난 뒤 쉬운 파트를 가르쳐야 할지. 아이들에게 질문해 보았다.     


  - 어느 파트를 먼저 연습할까요? 쉬운 파트를 먼저 배울까요 아님, 어려운 파트를 먼저 배울까요?     


   많은 아이들은, 좀 더 쉬운 파트를 먼저 배우고 싶어 했다. 즉, 소프라노와 베이스 파트를 먼저 배우고 난 뒤, 어려운 파트를 배우고자 했지만 나는 달랐다. 이렇게 다시 질문해 보았다.     


 - 어려운 일과 쉬운 일이 있을 때, 어떤 일을 먼저 하는 편인가요??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경우, 어려운 일을 먼저 마스터한 뒤, 쉬운 일로 넘어가는 편이라 아이들에게 말했다.     


 - 테너를 먼저 연습할게요. 테너를 먼저 배우고 나면 베이스는 금방 배우게 될 거예요!

 - 알토를 먼저 익히고 나면, 소프라노는 식은 죽 먹기 일 걸요!     


   노래를 익히기 전에 아이들에게 말했다.     


 - 어차피 점수를 받아야 하는 건데, 꿀팁을 하나 알려줄게요.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일단, 크고 열심히 부르면 됩니다. 틀린 음정이라도 크고 열심히 적극적으로 부르면, 잘하는 것 같이 들리거든요!     


   이번 주에 처음으로 노래를 배웠던 학급들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크고 열심히 불렀다. 그리고 1차시에 한 파트를 다 마무리했다. 특히 남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래를 불렀던지, 진짜 깜. 짝. 놀랐다. 좀 더 어려운 파트인 테너와 알토 파트를 끝낸 학급들은 이제 날아갈 일만 남았다는 사실에, 내가 더 홀가분해진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일주일 내내 목소리가 잠겨서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하고 노래하는 나를 잘 따라준 아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올해 기수는 남학생들이 훨씬 더 잘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10개월이 휘리릭 지나서 30기와 함께 부르는 12월의 <할렐루야>를 기대해 본다.     


   오래전의 A에게 질문해 보고 싶다.     


 - 어려운 일과 쉬운 일이 있을 때, 어떤 일을 먼저 할 거야??     


   아마도 A도 어려운 일을 먼저 하겠다고 대답하지 않을까.     


 ***********************     


***시험 감독을 하기 위해 B 학급에 들어갔다.   

  

   교실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칠판에 눈이 갔는데 칠판 맨 위에 이런 글씨가 쓰여 있었다.     


 - 수련회 D-6     


    무슨 의미일까 싶어서 질문했다.     


 - 수련회, 주제별 체험학습이 기다려지는 걸까요??

 - (완전 큰소리로) 네!!!     


   무언가를 기대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부럽고 예쁘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프로그램이 되면 좋겠는데….     


   즐겁고 기대되는 일을 바라고 꿈꾸면서, 공부 시간의 힘듦을 참고 있는 걸까.    

 

 #헨델   #할렐루야   #가창_시험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합창   #쉬운   #어려운   #수련회   #주제별_체험학습



작가의 이전글 * 숫자는 중요하지 않아 (2024.03.23.토)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