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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Apr 14. 2024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024.04.13.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024.04.13.) *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음을 일컫는 말     


   지난주 금요일까지 진행되었던 주제별 체험학습에 대한 평가보고서까지 모두 마무리한 이번 주 어느 날 저녁 교무실에 잠깐 들른 A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 체험학습도 다 끝났는데, 일찍 퇴근해야죠.

 - 그러니깐요.*^_^*….

 - 쉴 때, 팍 몰아서 쉬어야 해요.

 - 알겠습니다!     


   1학년의 가장 큰 프로젝트였던 신입생 연수와 주제별 체험학습을 준비하면서 내 머릿속에 늘 가지고 있었던 생각은 이것이었다.     


 -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책을 읽고 싶어.     


   ‘독서광’도 아닌 내가 ‘책 읽기’ 운운하는 것은 서류작업을 떠나서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인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책장을 넘기는 일 자체를 하고 싶다는 것. 그래서 지금 당장 읽을 수 없더라도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재빨리 구매해 놓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서, 내 책상에는 읽지 않은 책이 늘 한가득이다. 아직 읽지 않은 책 5권 사이에 미술 관련 책,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성수영 저)이라는 책을 또 얹어 놓았다. 그 책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 정말 빨리 읽고 싶어. 언제쯤 읽게 될까.


   대부분 이번처럼 어떤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른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의 잠깐의 시간이 바로 내가 책을 잡을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즉 활짝 피었던 꽃이 흩날리는 봄이거나, 모든 잎사귀가 떨어지는 가을이 바로 그 시간. 특히 꽃피는 봄날이 무르익어갈 즈음, 나의 책 읽기가 시작된다. 나에게 봄은 그렇게 가슴 떨리는 희망과 기대와 시간적인 여유와 평온한 마음과 안정된 생활을 알리는 계절인데, 올해는 전혀 다른 모양으로 다가와서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고 있다.     


   체험학습을 떠나는 날에도 피어있지 않던 꽃들이 일주일 새에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벌써 나무가 휑할 정도로 지고 있으니, 일주일 동안 무슨 요상한 일이 있었던 걸까. 급기야 오늘 날씨는 봄이 아니라 여름으로 한참 진입한 날씨다. 아직 겨울옷으로 가득 찬 내 옷장에 봄옷 하나 없건만, 봄을 건너뛰고 여름옷으로 정리해야 할 듯하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예상하고 기대하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걸까.     


   ‘봄’이라면 1년의 시작이고 만물이 소생하는 빛나는 계절이고 누구나 가슴 떨리는 희망을 품어보는 밝음의 계절인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전혀 기대하지 않던, 이 찬란한 봄과는 전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들이 우리 인생 가운데에 생겨서, 이 아름다운 봄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차라리 지금이 가을이거나 겨울이라면 좀 더 이해가 되고 받아들이기 쉬울 텐데, 왜 지금이 봄인 걸까. 왜 지금인 걸까. 왜 그럴까.     


   마치 모든 이들이 잔칫상 앞에서 밝게 웃고 떠들고 있을 때 나는 함께 웃지 못하는 상황인 듯한, 마치 온 세상은 찬란한 태양 빛으로 가득 차 있지만 나의 현실은 눈을 감고 싶은, 그 태양을 가리고 싶은 심정,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멍한 상태라고나 할까.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음을 일컫는 말


   언젠가 B가 말했던 저 문구가 생각나는 요즘, 차분하게 책을 붙들고 앉아있을 수 없는 요즘, 나는 이 계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이 봄을, 이 아름다운 봄을, 모든 게 가벼워지고 산뜻해지고 빛나고 살아나고 꽃피며 찬란해지고 있는 이 봄을, 나는, 나는 정말 어떻게 보내야 할까.     


   C~, 너는 알고 있을까.     


****************     


*** 금요일 야간자기주도학습 감독을 마치고 함께 퇴근하던 D 선생님이 나에게 질문하셨다.     


 - 선생님, 이번 주말에 뭐 하세요?

 - 아, 음악회를 가요.

 - 아?? 좋으시겠다!

 - 네~*^_^*….

 - 음악회를 가 본 적이 언제인지….

 - 예쁜 애들이랑 있으면, 그게 음악회죠! 그것도 2명이나 있으니!

 - 하하하~ 네~*^_^*….     


   (2024.04.13.(토))에 (2024) 교향악 축제 중 대전시립교향악단 공연을 관람했다. 주로 피아노 협연을 보았었는데, 이번에는 첼로 협연이었다. 콘서트홀을 가득 채우는 첼로의 깊은 음색이 정말 마음에 들었고, 첼로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해 보게 되었다.     


   드물게 보는 여자 지휘자 E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른 건 몰라도 짧은 커트 머리와 바지 정장 때문에 지휘는 못 하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또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모두 외워서 지휘하는 E의 역량에 깜짝 놀라면서도, 지휘만 하면 좋았을 텐데 사람들을 다루는 리더로서 힘든 일이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하게 되었다.     


   <봄의 제전>에서는 타악기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강렬한 연주를 선보였던 4명의 타악기 주자 중 2명이 여자들이었던 것도 주목받았고, 몸을 던지는 듯한 놀라운 연주를 보여주어서 큰 박수를 받았다. ‘그녀들은 어떻게 타악기를 접하게 되었고 전공을 하게 되었으며 이 음악계에서, 특히 타악기 세계에서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등 온갖 생각을 하면서 그들의 격렬한 몸짓을 감상했다.      


   2024년에 들어도 이토록 엄청난 사운드와 불규칙한 리듬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봄의 제전>이 초연되었던 1913년의 파리에서는 진짜 난리가 났었겠다는 것과 이 시끄러운 음악을 발레 음악으로 만들어 낸 대단한 창의력의 소지자, 스트라빈스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스트라빈스키가 표현하고자 했던 ‘봄’은, 비발디의 ‘봄’과는 전혀 다르다. 마치 ‘Deep Red’와 ‘Light Yellow’의 대비 같은 느낌.      


   나에게 2024년의 봄은, ‘Deep Red’를 넘어서 ‘버건디(Burgundy)’라고 할 수 있을 듯. 버건디는, 자줏빛은, 강한 색상인데.     


   스트라빈스키가 생각했던 ‘봄’처럼, 신에게 제사 지내는 심정으로, 마음 강하게 먹고 격렬하게 싸우다 보면, 이 봄을, 이 시간을 무사히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책 한 권 못 읽더라도….     


   * (2024.04.13.(토)) 대전시립교향악단 공연       


 - 지휘 : 여자경 

 - 첼로 협연 : 율리우스 베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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