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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May 18. 2024

* 금요일은 일찍 가나요? (2024.05.18.토)

금요일은 일찍 가나요? (2024.05.18.) *     


 - 금요일은 일찍 가나요?     


  졸업한 A가 금요일 오후에 메시지를 보내왔다.     


 - 선생님은 오늘 금요일이라 주말편지 쓰느라 바쁘신가요?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소식을 포함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주말편지를 매주 금요일 오후에 보내는데, 일주일 동안 조금씩 정리한 내용을 몇 번씩 확인한 후 보통 오후 4시 30분경에 보내게 된다. 회의가 있거나 다른 일이 몰려있으면 저녁 7시가 넘어서 보내게 되기도 한다. 여하튼 금요일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주말편지를 보내는 것이어서 오전부터 몸과 마음이 바쁘다. 이런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A의 메시지에 약간은 깜짝 놀라기도 했다. 스승의 날이 있는 주여서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한 서두였지만 말이다. 

    

  시간을 들여 애써서 진행했던 학교 업무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나로서는 기록으로 남겨서 소장해 놓겠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는 주말편지에는 다양한 내용이 들어간다. 학교 소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글과 학급소개, 에피소드와 나의 글까지 넣어서 학기마다 한 권의 책으로 제본한 지 벌써 4년째가 되어가고 있다. 학교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어서 이전에 했던 업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과거의 주말편지를 찾아보기도 하는, 나에게는 백과사전 같은, 자료의 보고(寶庫)같이 귀한 책이 되었다. 그러니 정성을 들일 수밖에.     


  이렇게 주말편지를 작성하던 금요일 일과에 올해에는 또 하나의 일을 더 하게 되었는데, 매주 금요일 1교시에 진행되는 채플에 대한 자료를 모아놓는 것이다. 매주 금요일 채플을 위해서 학급별로 성가를 하고 있는데, 한동안 음악 수업 카페에 탑재했다가 시간이 없어서 한동안 멈춰 있었다. 그러다가 학년 부장을 하면서 학급별 성가를 학년 학생들하고만 공유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이 자료를 다시 모아보자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매주의 성가나 사진을 드라이브에 모아놓는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주말편지 탑재 주소와 채플 주소까지 보내고 난 뒤,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대략 1시간 30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하는 이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나의 공식적인 일주일 업무가 끝난다고 보면 된다.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5일 동안의 일을 마감하는 금요일은 누구나 기다리는 시간이다. 열심히 빡세게 일하고 금요일은 가능하면 일찍 퇴근하거나 칼퇴근해서 쉬고 싶은 마음들이다. 그래서 학기 초에 시간표가 주어졌을 때 선생님들은 몇 가지를 확인하는데 선생님마다 중요성은 다르겠지만, 1교시 수업이 언제 있는지, 4교시 수업이 몇 번 있는지, 7교시까지의 수업이 며칠이나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금요일 오후 수업, 즉 5, 6, 7교시 수업이 있는지가 아닐까 한다. 금요일 오후 수업이 없으면 담임이 아닌 경우, 조퇴를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마음이 가벼워지니까.     


  4교시가 시작되는 오후 12시경부터 점심을 먹을 수 있는데, 매일 4교시가 있어서 점심을 늦게 먹게 되기도 하고, 매일 7교시가 있어서 늦게까지 피곤한 몸으로 수업해야 하는 때도 있으며, 금요일에 오후 수업을 몰아서 하게 되는 때도 있다. 여러 가지 조건에 맞추어 시간표가 나오게 되니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다. 대부분은 1교시가 없어서 좀 더 여유 있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고, 4교시가 없어서 따뜻한 점심을 먹고 싶기도 하고, 7교시가 없어서 오후를 편하게 맞이하고 싶기도 하며, 무엇보다 금요일 오후 수업이 없어서 가뿐한 마음으로 일주일을 마감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2, 3교시, 5, 6교시를 수업하면 최상의 시간표가 아닐까 싶다. 또는 수업이 오전에 몰려있어서 5교시 이전까지만 수업이 있기를 바라기도 하고. 하지만 금요일 7교시까지는 수업이 진행되어야 하니, 적어도 36명(36개 학급이니까)의 선생님은 금요일 7교시까지 남아있어야 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교사가 수업만 하면 그나마 나을 텐데 야간자기주도학습 감독도 해야 한다. 보통 한 달에 1번 정도 하지만, 부장의 경우 한 달에 2~3번 정도를 하게 된다. 누구나 늦게까지 남아있고 싶지 않고 특히 금요일은 더 원하지 않아서 금요일 순번만 따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오후 10시까지의 감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간 뒤 다음 날 출근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평일보다 금요일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금요일의 주된 업무가 끝나고도 오후 10시까지 남아있는 날이 많이 있다. 즉, 주말편지와 대부분의 일주일 업무가 끝났더라도 금요일에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나의 일정을 잘 모르는 B가 며칠 전에 질문했다.     


  - 금요일은 일찍 가나요?     


  그래서 대답했다.     


 - 아뇨. 오늘은 특히 야간자기주도학습 감독 날이네요.

 - 피곤하겠어요.

 - 그렇죠. 뭐….*^_^*….     


  그래서 금요일인데도 선생님들께서 일찍 퇴근하지 않고 남아계시면 신기해서 질문한다.     


 - 선생님들, 금요일인데, 아직 퇴근도 하지 않으시고…?? 저야 감독이어서 남아있지만….     


  가끔은 아침에 이렇게 기도한다.     


 - 하나님, 월요일이에요. 휴….

 - 하나님, 아직 수요일이네요. 2일이나 남았어요.

 - 하나님, 드디어 금요일입니다.     


  학교 가는 것이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4일만 나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식사하고 같이 산책하던 C가 말했다.     


 - 3주 동안 일주일에 4일만 근무하다가 5일 내내 근무해야 하는 다음 주부터가 두려운데요.     


  정말 그랬다. 5월 초부터 4일만 나오다가 다음 주부터는 5일 내내 나와야 하니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기도 한다. 4일만 나와서 너무 좋았는데, 다음 주부터는 어떻게 버텨야 할까?      


*************************     


*** 제본한 주말편지 6권.       


(2021~2023)까지의 주말편지를 모아보았다.     


그때 그 시절을 눈에 보이게 담아놓은 것.     


잊히고 싶지 않은 그 시간, 그리고 나의 모습이다.     


금요일에 일찍 가지는 못하지만, 금요일 하면 떠오르는 단어, 주말편지….     


#금요일  #주말편지  #주말  #채플  #성가  #칼퇴  #조퇴  #수업  #시간표  #야간자기주도학습  #감독  #금요일은_일찍_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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