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 말보다 행동. 몸의 언어로 바라보는 심리분석
사람은 자신이 불편하다 여기는 것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여러가지 무의식적 행동을 한다
대단한 이론을 알지 않아도. 상대를 주의깊게 관찰하기만 하더라도 - 현재의 감정상태나, 특이한 패턴 같은 것들을 알 수 있다. 저번 시간에 이어 오늘 이야기해보려는 것은 사람의 감정을 관찰하고. 현재 상태에 대해 이해하는 또다른 방법. 몸의 언어에 대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감정표현을 얼굴표정으로 하게되기 쉽기때문에. 그중 가장 솔직한 표정인 눈썹과 미간의 표정으로 이야기를 해보았었다. 사람의 감정은 매우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머리로 그것을 이해하고, 정의내리기 전에. 직접적인 표현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얼굴 표정들중에서. 특히나 눈썹은 그런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해보았었다.
사람의 행동양식은 굉장히 여러가지 패턴을 갖고있지만. 동물적인 부분에서 공통적인 자기방어방식이 있다. 그 실제 사례로 - D씨의 경우를 예로 들어서 이야기했었다. D씨는 자신의 약점인 성기를 가리기 위해서 매우 애를 썼고, 스스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티가 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역으로 추측해서, 필자는 D씨의 성기에 관련된 무언가가 문제가 생겼음을 에측했고. 그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하게되었었다. 물론, 평소에 자기과시적이고, 자신감있어보이는 D씨의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일만한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주변에서 잘 알고 지내던 사람도 아닌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확인했다는 것은 꽤나 충격을 주었던 모양이었다.
D씨와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원활했던 것은 아니었다. 카페에서 따로 이야기하는 내내, 그의 다리는 끊임없이 떨고있었고. 그의 표정은 계속해서 초조해보였다. 자리를 선정하는데 있어서도 나와 최대한 멀리있는 자리를 선택했고. 자신의 가방을 최대한 가까이 끌어안듯 세워두는 등. 온 몸에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게다가 손을 감추고, 마른침을 삼키고. 눈이 쉴새없이 나와 창문 너머의 주변 사람을 훑고있었다. 그나마 따로 개별실이 있는 카페를 선택한건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사람에게 있어서,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관련된 이야기를 공개된 공간에서 이야기하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테니까.
"처음엔 어떻게 이걸 알게 되신건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무례한 행동이었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너무 명확하게 보였어요. 고민하고계시는거나, 그게 어떤 문제에 대한 것인지도요."
"제 어떤 모습에서 그런걸 확인하게 되신건가요? 처음엔 좀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소개받은 분이 아니었다면 정말 놀랄뻔했어요."
나는 일단, 이분의 의문을 풀어드리는게 중요했다고 판단했다. 내가 점쟁이나 스토커같은게 아니라 - 그냥 몇가지 관찰과정을 통해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게되었다는걸. 직접 체감하시면 좀더 이해가 쉬울거라고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래서 창가 너머에 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한 커플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자는 지루한듯 휴대폰을 들여다보고있었고 턱을 궨 상태였다. 여성은 그런 남성과 이야기를 진행하고있었다. 여성의 몸은 거의 반쯤 테이블 너머로 걸쳐져있었다. 서로의 사이에 있는 테이블을 넘어서려는듯이 보였다. 그에 반해 남성 쪽의 태도는 계속 심드렁해보였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명백한 지루함의 표시였다.
"저 커플, 어떻게 보이시나요."
"그냥 일반적인 커플 아닌가요? 여자쪽이 더 이야기가 하고싶은 모양이네요."
"네,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뭐죠?"
"어... 남자가 표정이 안좋은데 반해서 여자쪽이 더 적극적인 느낌이 들어요. 왜인진 잘 모르겠지만..."
"제대로 보셨어요. 좀더 정리하면, 몸의 표정을 읽으셨기 때문일거에요."
사람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 피하고싶은 것들에 대해서는, 아주 명확한 태도를 보이기 마련이다. 자신이 인식하고 있건, 그렇지 않건 간에. 그건 피할 수 없는 결과다. 굉장히 잘 수련된 스파이들이나, 카드 플레이어들은 표정에서 몸의 뉘앙스까지, 많은 것들을 제어하기위해 훈련받지만. 일반인들을 기준으로 볼 때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예로 위의 커플의 사례에서는. 테이블 너머로 명확하게 - 남성에게 더 다가가고싶다는 여성의 뉘앙스가 포즈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테이블 너머로 걸쳐진 몸. 그리고 상대에게 매우 집중된 상태에서, 얼굴과 몸의 방향 모두가 상대에게 향해있었다. 자신을 감추려고하는 마음도 없다는듯, 가방은 저 멀리 옆자리에 놓여있었고. 상대의 이야기가 무엇이라도 굉장히 극적으로 피드백을 보이는듯 했다.
그에 반해 남성쪽의 상황은 정 반대였다. 일단 그 남성은 여성쪽을 정면으로 바라보고있지 않았고. 어깨와 몸의 방향이 그녀와 비스듬히 놓여있었다. 게다가 팔짱을 끼거나, 턱을 궤는 포즈를 유지하면서, 무언가 불편함을 가리고싶은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가장 핵심적인 것은, 자신의 손을 가리고있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손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어, 상대에게 보여질까봐 - 본능적으로 자신의 손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몰입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최대한 자신을 방어하고있는걸 알 수 있었다. 가방의 위치도 굉장히 중요했는데, 옆자리가 아니라, 굳이 자신의 다리 아래에 놓아두는 등. 상대와 감정적 벽을 만들고싶다는걸 알 수 있었다. 이런 지점들을 D씨에게 설명하자, 그는 굉장히 놀란듯했다.
"그게 그렇게 읽힐 수 있단 말이에요?"
"네. 모든게 맞는건 아니겠지만, 손에 대한 부분과. 몸의 방향에 대한 부분. 가방을 어디에두는가에 대한 부분은 상대와의 관계를 확인하는데 꽤 유용한 수단이죠. 게다가 무언가를 가리고싶어하는 사람의 경우라면 더욱더 그렇고요."
"아, 그래서 제가 의도적으로 뭔가를 가리고있다...라고 생각하신건가요."
"네, 맞아요. 그리고 갑작스럽게 활동적이던 사람이, 사회적인 관계를 소홀히하기 시작하셨다는 것 역시도. 뭔가 굉장한 변화가 있었다는 의미었겠죠."
"남자구실을 못하게 되었다는게 제겐 너무 큰 충격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을 멀리하게되었었나봐요."
"평소에도 이렇게 지쳐버리신 경우가 있었나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D씨는 원래 정력적이고, 주변 활동에 열심인. 무얼 하더라도 열심히해낸다는 평가를 자주 듣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자기자신에 대한 주변의 찬사와, 자신의 노력을 당연한 역할로 받아들여왔다. 주변의 칭찬이나, 이야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사람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타인의 시선이나 이야기에 민감했고. 사회적 관계를 폭넓게 갖고있는 사람이다보니, 자신의 보여지는 모습에 대해서 항상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다. 자기자신보다, 타인의 시선이 중요한 사람.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 스스로가 얼마나 지쳐있는 상황인지도 잘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자신이 얼마나 지쳐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발기부전같은 성기능 불능 같은 사건은. 그에게 있어서 굉장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자기자신의 활동성, 자기자신의 정력적 생명력 그 자체와 성기능을 동일시하기 쉽기 때문이다.
사실, 더 간단하게. 이번 일은 그런 관찰이 있었고. D씨에 대해서는 그냥 확인하셨으니, 병원에 가보세요 - 라는 지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그만인 일이긴 했지만. 한가지 의문이 더 남아있었다. 아직 40대도 되지않은 남성에게 발기부전이 온다는건. 단순히 몸의 피로가 아니라. 어떤 다른 핵심적 요인이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거기서 멈추지않고, 좀 더 깊은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발기부전이 시작되었던 시간과 공간. - 그 순간이 어떤식으로 찾아오게되었는지. 그 이유가 어떤 인간관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 않을까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D씨는 외향적인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그러나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 대한 눈치를 많이 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소중히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타인과의 관계를 놓아버릴 만큼 위축되어버린 상황이 찾아왔다면. 그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이나, 그 이전 단계의 경고와같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라는게 필자의 예측이었다.
"혹시 저 커플을 보시면서, 공감이 가거나, 와닿는 부분이 있지 않으세요? 특히 저 남자분에 대해서요."
"네? 아뇨 뭐 큰 건 없어요. 그냥 남자쪽이 좀 많이 힘들겠다...그런거?"
"어떤 부분에서 남자쪽이 힘들겠다고 생각하세요?"
"자기는 별로 안 즐거운데 계속 여자친구 쪽에서 들이대고, 챙겨줘야하는 입장인거같아서요."
"오... 그럼 어떤부분에서가 가장힘드실거라고 보세요?"
"매 순간순간이요. 별로 즐겁지않은데, 계속 함께해야할테니까..."
만약 이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눈치챈 독자가 있다면. 아주 정확한 파악이라고 이야기해주고싶다. D씨는 자신이 관찰한 한 커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실은 그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타인의 공감가는 상황이나, 감정상태에 대해 보고 몰입하게되었을 때. 사람은 자기투사라는 형태로 - 자신의 상태나 감정을 타인에게 안경을 쓰고 바라보듯. 그들과 자신을 동일한 사람처럼 느끼게된다. 그게 실제로 그렇건, 그렇지 않건 간에.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 '마치 그게 나인것처럼' 느끼게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보았을 때.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좋지 않고, 즐겁지 않아도 함께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게 그에게는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일로서의 관계는 그리 깊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니까. 크게 상관이 없었지만, 정작 개인으로서의 관계 부분에서. 자신의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것이 애인이라고 한다면. 상대와의 관계에서 '정신적으로 지쳐버리는' 과정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까. 연애는 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결혼얘기가 나왔었는지 등등. D씨의 상황을 확인해보는 과정이 이어졌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을 예상하고 추측할 수 있었다. 스스로 만들어낸 책임감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싶다는 생각이. 애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 자신이 진짜 바라는것을 말하지 못하고, 상대의 눈치를 보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즐거울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다만 여자친구와의 연결 부분에 대해서는 더 깊게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서로 시간적인 문제가 있기도 했고. 서로 바쁜 일정 때문에. 헤어질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필자가 나중에야 들은 이야기지만, 그에게는 또다른 연인이 한 명 더 있었고. 기존의 여자친구와는 바람핀 것이 들통나, 기존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다는걸 듣게됐다. 그 부분은 내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지만, 동시에 D씨가 왜 발기부전이라는 병을 통해, 심적인 피로를 드러내게되었는지가. 좀 더 명확히 이해될 수 있었다. D씨가 창문 너머의 커플들에게서 보았던 회한과, 아쉬운 표정들. 그리고 잠깐이나마 보여준 동질감의 표시같은 것들이. 어찌보면 그런 개인적인 좌절의 감정에서 나오게되었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나름대로는 적당하게 상대를 관찰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D씨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 나중에는 지인의 소개로 또다른 분을 만나게되는데. 내 인간관찰에 있어서 가장 특이한 사람중 한명인 E씨를 만나게된것도. 이 때의 일이었다. 다만 이 이야기를 지금 하자면, 너무 길어질테니. 이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계속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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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심리분석
챕터 3. 나를 넘어 타인을 들여다보다 - 2편. 말보다 행동. 몸의 언어로 바라보는 심리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