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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패자가 오늘의 승자로, 네스터 코르테스

by clayton
KakaoTalk_20250824_162757066_03.jpg 사진 @padres


지난 2024년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1차전. 연장 10회 말 양키스의 여섯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네스터 코르테스가 던진 공은 단 두 개였습니다.


쇼헤이 오타니를 상대로 던진 첫 번째 공의 결과는 좌익수쪽 파울 플라이. 그리고 무키 베츠를 고의사구로 걸러 만들어진 2사 만루에서 코르테스는 프레디 프리먼을 상대합니다.


프리먼에게 던진 이날 경기 코르테스의 두 번째 공 92.4마일 패스트볼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바로 그 유명한 역대 월드시리즈 최초의 끝내기 만루홈런이었습니다.


KakaoTalk_20250824_162757066.jpg 사진 @padres


모두의 시선이 극적인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다저스를 승리로 이끈 프리먼에게 향했습니다. 그때 코르테스는 분루를 삼키며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와 양키스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보여주기도 전에 단 2구만에 허무하게 끝나버린 한 판이었습니다. 코르테스의 입장에서 약간은 억울할 만도 합니다. 그날 경기 등판이 정규시즌 막판 당했던 왼쪽 팔꿈치 부상 이후 약 한 달 만의 등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코르테스의 2024 포스트시즌 첫 등판 경기가 월드시리즈 1차전이 된 것이었습니다.


코르테스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등판이기는 하나 분명 무리수가 따른 등판이기도 했습니다. 한 달여간 부상으로 실전 경기에서 투구하지 못 한 투수를 연장 10회 말 한 점 차 1사 1,2루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올렸으니까요.


최악의 결과로 귀결된 양키스 감독 애런 분의 선택에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1.2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기도 했지만 1차전 패배로 넘어간 기세를 반전시킬 더 이상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KakaoTalk_20250824_162757066_01.jpg 사진 @padres


아픈 월드시리즈의 기억을 뒤로하고 코르테스가 다시 마운드에 올라 LA 다저스를 상대했습니다. 이번에는 LA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유니폼을 입고 말이죠.


사실 이날 경기 전까지 코르테스의 올 시즌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 후 밀워키 브루어스로 트레이드 되어 새 시즌을 맞이했지만 단 두 경기 등판에 그쳤습니다.


이번에도 코르테스를 괴롭힌 건 팔꿈치 부상이었습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트레이드 되었습니다. 올 시즌에만 벌써 두 번째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된 겁니다.


직전 등판이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는 1회에만 홈런 3방으로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습니다. 이날 경기 전까지의 시즌 성적은 1승 2패, 평균자책점 5.87.


KakaoTalk_20250824_162757066_02.jpg 사진 @padres


그랬던 코르테스가 LA 다저스를 상대로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칠지 누가 알았을까요?


코르테스는 6회 초 1사 이후 미겔 로하스에게 안타를 허용할 때까지 16명의 타자를 상대로 퍼펙트 행진을 펼치며 다저스 타선을 꽁꽁 묶었습니다. 6회까지 볼넷 없이 안타 단 한 개만 허용하는 6이닝 무실점 투구였습니다.


월드시리즈 이후 다시 만난 프레디 프리먼과의 두 번의 승부에서도 완승을 거뒀습니다. 2회 초 첫 승부에서는 중견수 뜬공, 그리고 5회 초 두 번째 승부에서는 우익수 직선타로 프리먼을 돌려세웠습니다.


이제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있지는 않지만 코르테스 입장에서는 최고의 복수전이 되었습니다. 코르테스의 호투에 힘입어 다저스를 5-1로 꺾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1경기 차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가 되었습니다.


지난 파드레스 홈 3연전을 싹쓸이하며 한숨 돌리는가 했던 다저스는 다시 지구 2위로 추락하며 올 시즌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지구 라이벌 다저스를 위기에 빠뜨리는 제대로 된 한 방을 코르테스가 날린 셈입니다.


월드시리즈의 기억은 코르테스에게 뼈아프게 사무쳤지만, 이번 호투로 지난 기억을 비로소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제의 패자가 돌고 돌아 오늘의 승자가 되는 것. 그게 또 스포츠가 주는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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