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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명석 Apr 10. 2020

수비 쉬프트

불신의 악순화 vs 신뢰의 선순환

프로야구에는 수비 쉬프트라는 게 있다. 타자들이 대부분 당겨서 치기 때문에 좌타자가 나오면 유격수와 2루수가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게 확률적인 것이지 항상 맞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누가 쉬프트 여부를 결정해야 할까?


그 팀을 책임지고 있고, 제일 많이 알고, 경험이 제일 많을 가능성이 높은 감독이 결정해야 할까? 

그럴 수도 있다. 이 경우 감독의 결정이 자주 맞았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선수들이 타자들이 나오면 어떻게 수비 위치를 잡을지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감독의 눈치를 보며 감독의 싸인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감독이 잘 맞추니까... 

선수들은 점점 고민하고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저 생각 없이 감독의 결정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감독은 왜 선수들이 주인의식 없이 로봇처럼 생각하지 않고 대충 경기에 임하느냐고 선수들의 역량을 불신하게 되고, 더 많이 개입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감독이 선수들이 틀릴 수 있더라도 선수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회를 주고 답답하더라도 기다리 주면 어떻게 될까? 처음 몇 번은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다. 

이때 감독은 "저것 봐 내 저럴 줄 알았어"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아 볼이 저리 갔구나?"라고 생각하고 끝내며 더 기다려준다. "어차피 저 결정은 저 선수들이 해야 해. 저 선수는 스스로 잘 해낼 것이야"라는 생각을 하며...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들은 학습하고 성장하여 올바른 의사 결정한다. 감독은 선수들의 역량을 신뢰하게 되며 선순환이 발생한다. 그러면 감독은 일 년에 144 경기나 치러야 하기에 좀 더 중요한 사항에 집중할 수 있고, 그 팀의 선수들은 선수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점차 발전하며 팀의 성적이 좋아질 것이다.


아무리 뛰어나도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잘하는 1인 혹은 소수가 모든 것을 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다. 팀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더라도 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믿어주고, 기다려줘서 그가 성장하여 팀원으로서 본인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또 어떤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이 해당 업무를 통해서 성장하여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선순환 또한 매우 중요하다.


ps. 이러한 수준의 위임을 하려면 감독은 타자들이 타격 자세에서 배트가 몇 cm 내려간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수준으로 역량이 있고, 선수들에게 관심이 많아야 한다. 정말 다 아는데 말 안 하고 선수들이 결정하고 실수하고 발전하도록 믿어주고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참고: 유능한 직원을 무능하게 만드는 간단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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