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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명석 Jan 01. 2023

2022년 회고 그리고 앞으로

고민의 끝

21년 말에 11번가를 그만두면서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시 큰 회사에서 일할 것인지? 작은 회사에서 좀 더 실무에 참여하며 일할 것인지? 이것이 가장 큰 결정 사항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작지만 뭔가 내가 더 기여하며 나도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결정했고, 케이타운포유(이하 케타포)에 합류했다.

케타포는 급성장 중인 K-POP 굿즈 역직구 이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커머스와 자체 물류를 하고 있다. 커머스는 좀 알지만, 물류는 내겐 접해보지 못한 매력적인 새로운 영역이었다. 지식과 경험이 없어서 배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미국의 전 산업영역 중 10%도 안 되는 영역이 IT/DT화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모든 산업 영역에서 IT/DT화는 확산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커머스와 물류는 모든 오프라인 회사들이 온라인으로 올 때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하기에 케타포는 매력적인 회사였다.

케타포에 5,000여 개 해외 팬클럽이 있다는 점은 독보적인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강점 때문에 케타포보다 기술과 자본이 큰 회사들이 진입한다고 해도 쉽게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되었다. 그 많은 해외 팬클럽과의 관계를 맺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케타포는 이전에 내가 있었던 회사에 비하면 정말 작은 기획/개발 조직이 있다. 그래서 뭔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프로세스, 실천 관행, 문화 등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이 점도 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많은 부정확한 정보가 있음에도 초기에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이를 치열하게 달성하기보다는, 초기의 부정확한 정보가 많을 때는 작은 규모로 가볍게 시도하면서 피드백 기반으로 방향을 조정해 나가며 성과를 만들고 싶었다.

복잡성과 규모의 급격한 증대

지난 수십 년 동안 SW 시스템은 "규모"와 “복잡성 "이 많이 증가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일이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는 조금 무서운 일이다. 현재 5명이 하는 농구 경기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10년, 50년, 500년 동안 규모가 커지고 복잡성이 증가하면 얼마나 어려워질지 상상해 보자. 오늘날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가장 크고 복잡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적정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이 말이 케타포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인 것 같다. 2002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케타포는 2019년 B2B에서 B2C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이를 통해 2016년 매출액 134억에서 2021년 매출액 2,000억을 돌파했다. 매출액 규모에서 5년 새 15배가 넘는 성장이다. 그만큼 규모와 복잡성이 상승한 상태였고, 기술부채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것이다.

당황함

6월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그전부터 이리 저러 협업을 하고 있었는데 5월 말부터 매달 이벤트(유명 아티스트의 신보가 나올 때 팬클럽 공동구매로 인한 순간 트래픽이 발생함)가 있을 때마다 트래픽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매우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하나? 회사에서는 트래픽 안정화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기능 개발 아니 거의 새로운 시스템 개발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외발 자전거로 피자를 배달하다 떨어뜨린 배달원은 잘못이 없다"라는 말이 기억이 났다. 지금 남아 있는 개발자들이 이런 장애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대표님과 협의하여 신규 기능 개발보다 안정화를 먼저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이 많았다. 레거시 코드와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어떤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기도 했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구성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 가지씩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자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이때 조금 재수 없지만 "이 문제는 나 아니면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임했던 것 같다.

8월 11일 블랙핑크 2집이 나왔을 때는 8월 평시 대비 16배에 해당하는 트래픽이 유입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트래픽이었다. 이런 트래픽을 받는 서비스를 맡고 있다는 것은 나름 큰 만족감을 주었고, 더 잘해보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6월부터 11월까지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다음 이벤트 때 다른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아직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12월부터는 장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협력의 즐거움, 용기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얻는 이점이 있다. 코드리뷰, 세미나, 스터디 등도 하지만 짝프로그래밍도 자주 하게 되었다. 내게 있어 짝프로그래밍은 구성원들과 자주 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하지만 케타포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함께 한 화면을 보고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일하니 더 많은 아이디어가 떠 올랐고, 서로가 아는 다른 해결책을 합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던 일을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또 나와 구성원들에게 해 보자는 동기부여가 되기고 상호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환경이 되었다.

깔때기구조로 일하기

합류했을 시점에 인원은 적은데 진행 중인 일의 수가 많았고, 잘게 나눠진 팀 간의 협력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조직의 이익,  성과를 떠나서 중요한 한두 가지 일에 몰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두 개의 작업 그룹을 나눠서 진행을 했다. 한 번에 많은 일을 동시에 실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진행 중인 일들은 진척을 보였다. 일을 적게 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일에 집중해서 중요한 일이 빨리 완료되기 위함이었고 일이 되기 시작했다. 업무나 개발 지식, 역량이 부족한 구성원들도 함께 업무를 진행하며 성장하는 것이 보였다.

서비스 이해의 즐거움

큰 조직을 맡아오다 보니 공통적인 업무나 역량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개발, 리더십 역량 등에는 나도 노력하고 구성원들도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래야 서비스가 잘되고, 회사가 잘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디테일을 챙기기는 어려웠다.

케타포에서는 달랐다. 몰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배우게 됐다  100점짜리 올바른 방법이 아니어도 회사, 서비스,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70점짜리 동작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Zeppelin 이 그런 예 중에 하나다. 운영툴을 개선해야 했지만 보다 적은 노력으로 보다 많은 효과를 얻기 위해 Zeppelin에 쿼리를 추가했다. 처음에는 불편해서 안 쓰던 분들이 점점 더 많이 요청을 해 왔고 이 일을 진행하며 업무 지식이 늘어나고 개발조작의 자산으로 축적되기 시작했다. 또한 요구사항 처리나 장애 대응과 관련된 것들을 위키와 지라에 남기면서 추적가능성이 생겨서 안 해 본 일도 할 수 있기 시작했다. 특히 10월 블랙핑크 대량발송, 12월 재고실사를 하면서 업무 지식이 많이 늘었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며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낄 때 큰 즐거움이 있었다.

점진적인 결과에 대한 기대감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고통의 계곡에서 아직 나오지 못했다. 

곧 나오겠지만. 그럼 이후가 기대된다. 3개월 6개월 전과 비교를 해도 많이 발전했기에 앞으로의 3개월, 6개월 후를 생각해 보면 설렘이 생긴다.

반점개(반복(iterative), 점진(incremental), 개선)를 통해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계획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보다 최대한 빨리 실행을 시작할 것이다. 작은 도전을 통해 혁신에 도전하고 작은 실패를 통해 빠르게 배우고 올바른 궤도로 빠르게 돌아올 것이다.

예전엔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었다. 실패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다르다. 실패를 인 하려면 알려진 방법만 사용하며 어제처럼 살아야 하고,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워진다. 성장이 없으니 그저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상황은 열심히만 해서는 인건비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시도를 통해 혁신(110% 아니라 200% 300% 이상)에 도전해야 한다.

인간은 예측에 서툴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예측을 통한 계획이 아니라 실천에 쏟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은 미래를 예측하는 마법사의 역량이 아니라 작은 도전을 빠르게 실천하고 변경이 필요해지면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이다. 이게 모든 제품의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22년에는 꼭 회고를 한번 하고 싶어서 늦게나마 23년의 첫날에 회고를 남겨본다.


ps.

케타포에서는 기획,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케타포는 모든 시스템이 AWS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 데이터분석가

  - AWS 환경에서 MySQL, Redshift(postgres), Data Lake 등에 능하거나 관심이 많은 분(적어도 SQL에는 능한 분)

- 서비스 기획자

  - 서비스 운영, 기능 설계, 운영/개발자 등과의 협업에 능한 분

- 백엔드개발자

  - Java, Spring, SQL 등에 능한 분

- 프런트엔드 개발자

  - React, React Native 등에 능한 분

  - node.js 기반 서버 개발 경험이 있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

이런 영역에 관심이 계신 분은 msbaek@ktown4u.com으로 메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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