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직을 맞게 되면 내 소개(이력, 비전, 미션 등을 통해 구성원들이 확신을 갖도록)를 하고 구성원들과 1on1을 한다. 처음 이런 경험을 한 것은 2014년 1월 Daum에서 검색개발유닛장(본부장과 비슷한)이 되었을 때였다.
처음 보는 분들이 많아서 주로
- 구성원이 맡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 더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 개인적으로 혹시 어려움이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
마지막으로 의도한 질문이기는 한데
향후 어떤 경력을 쌓고 싶은지?
물어봤었다.
당시 유닛에 구성원이 100명이었는데 딱 1분 빼고는 다 나중에도 개발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럼 "당신이 개발자로 잘하기만 하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냐"라고 물었다. 그런데 꽤 많은 구성원들이 외국(아마 미국)에는 백발의 개발자들이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백발의 개발자가 없는 것 같아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기술(아마 첨단 영역일 듯)이 미국에 비해 20~30년 정도 뒤졌다고 말을 했었다. 그래서 그냥 20~30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도 백발의 개발자가 많이 보일 것이라고 말도 하고,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이후 외국의 훌륭한 개발 리더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보니
엉클 밥으로 유명한 Robert C. Martin은 1952년생
Extreme Programming(XP), TDD, JUnit으로 유명한 Kent Beck이 1961년생
Refactoring으로 유명한 Martin Fowler: 1963년 생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중 Kent Beck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데, Kent Beck이 작성한 글 중에
9살 때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던 아버지의 책을 보며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는 글을 봤다.
Kent Beck과 난 10살 차이가 난다. 그런데 난 컴퓨터를 초교 6학년(12살) 때 처음 접했고, 제대로 개발 공부를 한 것은 대학에 진학(19살)하면서였다. 그렇다면 미국과 우리나라가 기술차가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20년은 기본적으로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다.
그렇다 그저 우리나라가 조금 늦었을 뿐일 것이다. 곧 우리나라에도 백발의 개발자들이 많이 보이게 될 것이다.
나의 첫 회사는 LG-EDS(현 LG-CNS)다. 석사를 경력을 인정받아서 입사 1년 후 대리가 되었고, 3~4년 차 정도 되었을 때는 개발도 중요하지만 개발 외의 업무(관리 업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다. 그 이야기들 들은 지 24년이 지났는데 나는 아직 개발을 하고 있다(실무보다는 가이드, 짝프로그래밍, 리뷰 등이 더 많지만). 그럼 앞으로는 얼마나 더 개발을 할 수 있을까? 아마 적어도 정규직으로 일하는 동안은 코드를 놓지 않을 것 같다. 공학의 산출물은 늘 같은 제품을 재생산 가능한 문서인데, SW 공학에서 그런 문서는 바로 코드이기 때문에 나는 계속 공학자로서 좋은 설계를 갖는 산출물을 만드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보는 개발자들도 업무 수행을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제공하며,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서 역량을 지속적으로 증대하여 끝이 안 보이는 훌륭한 개발자로 성장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