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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arest Blue May 04. 2020

온라인 힙스터의 성지 브런치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까


브런치에 베타 마크가 떼어졌다.


아마 작년을 기점으로 바뀐것으로 기억한다.


국제 도서전 참여와 각종 힙한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레이션까지

다양한 외부활동을 자축하듯이 세상에 나온지 4년이 넘어서야

브런치는 베타 딱지를 뗀 것이다.


베타는 정식 서비스가 런칭되기 전에 나오는 시제품이다.

그런데 2018년 12월을 기준으로 활동작가 2만 여 명,

이용자 수가 113만명이 넘는 서비스가 베타라는 이름을 한참 동안이나 

붙이고 있었다니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마도 기존에 없던 실험적인 블로그 서비스를 세상에 내 놓은것이다 보니 

그만큼 브런치 팀이 신중하고 싶었던것을 보여주는것 같다.



브런치가 심상치 않다.

최근에는 인턴십제도를 통해서 인재 채용에도 나섰다.

브런치 2.0의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있는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카카오 인턴십 채용에서 요구하는 사전 과제의 주제는

브런치의 작가들이 활동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제공할 수 있는 benefit에 관한 것이다.


benefit이라는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경제적인 보상과 그리고 심리적인 보상.


최근 브런치 앱에서 몇 가지 재밌는 글들을 읽었다.

1) 브런치 신인작가상을 만들어야한다

2) 브런치는 지금 그대로를 유지해야한다


한 분은 브런치의 좋은 글을 쓰는 능력이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주어야 한다는 입장과

그리고 다른 한 분은 브런치의 여타 블로그들과는 차별화 되는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워드나 리워드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시다.


아마 이런 고민을 브런치팀에서도 비슷하게 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이든다. 




브런치에 관한 나의 생각은 이곳은 온라인 힙스터들의 성지라는것이다.

힙스터들의 이미지를 떠올릴때 그들이 소비하는 것으로 LP뮤직, 인디문화,

29cm, 무인양품, 매거진 B 등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 리스트에 브런치도 포함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브런치의 현 시점은 

힙플레이스가 젠트리피케이션을 겪는 길목에 있다고 보여진다.


젊은 예술인, 개성있는 소상공인 중심 상권 형성 -> 젊은 소비자 유입 -> 힙플레이스화-> 임대료 상승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 초기 상권 형성 세력 퇴출 -> 프랜차이즈 대거 유입-> 핫플레이스화


브런치에는 상업적인 기성 블로그 생태계에 염증을 느낀,

본연의 나로서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논문처럼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현업에 노하우를 담고 있는  

깊이 있는 글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까지는 온라인 힙스터들의 성지인 브런치는 핫플레이스화 되지 않았다.

경제적인 이윤을 추구하며 블로거로서 다년간 노하우를 축적한 사람들의 유입이 생기는 시점을

힙플레이스에 프랜차이즈 대거 유입되는 때와 동일하게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 힙플레이스는 언제까지나 지금의 모습을 유지해야만 하는 것일까?


사실 일년 반 정도 브런치의 작가로서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감정을 느낀다.


처음 작가로 선정이 되고, 다음 메인에 글이 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주변에 이야기를 하면

"너 그럼 진짜 작가가 되는거야?"

"브런치 하면 돈을 벌 수 있는거야?" 하는 질문들을 수 없이 많이 받았다.

그럴때면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취미생활이야라고 대답하곤 했었다.


그리고 아무리 취미생활이라고는 해도,

내재적 동기에만 의존해서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그냥 나 혼자서 글쓰는게 즐거워서 하는거라곤 하지만,


그러기엔 브런치의 이용자수는 너무나도 소소하다.

한가지 주제에 느낌이 오면 그걸로 한참을 글을 쓰고

운 좋게 다음 메인에도 글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나는 스스로 높은 수준의 동기부여를 유지하기 어려운 인간인것 같다.

때로는 나와의 지난한 싸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N포털에 글을 썼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 하고 있을거다.

그럴때면 외재적인 보상이 주어진다면 더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을거란 생각도 하게 된다.


현재 브런치에 존재하는 외재적 보상은 몇 가지가 있다.

다음 메인 노출, 브런치 내부 노출, 공모전 당선, 작가에게 제안하기 등.

이런 보상 외에 다음 메인 n회 노출 작가, power 작가와 같은 타이틀이 주어진다면?

아니면 브런치 내부에도 광고가 도입 되거나, 유료 기사화로 경제적인 보상을 해준다면?


아마 새롭게 도입되는 외재적 보상을 얻기 위해서 글을 쓰는

수단과 목적이 주객전도 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은 그저 글이 좋아서만 글을 써야하는걸까?


이와 비슷한 고민을 브로콜리너마저의 '속물들'이라는 곡에서도 찾을 수가 있다.


                           

그래 우리는 속물들 어쩔 수 없는 겁쟁이들
언제나 도망치고 있지만
꽤 비싼 건물은 언제나 빈 자리가 없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져
 (여러분, 부자 되고 싶으시죠? 저도 그래요)




인디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순수한 목적을 위해서만 

음악을 할 것이라는, 혹은 해야만 한다는 통념에 관한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어찌보면 속물적인 고백을 담고 있다. 

기성 연예인 소속사에서 나온 이들이 아는 그들에게 

음악에 대한 사랑을 목적으로 창작활동을 해야만 한다고 하는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찌보면 폭력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93년도 대학가요제를 통해서 절친인 서동욱과 전람회로 데뷔한 김동률이 

음악을 하면서 부와 명예를 얻었다고해서 그가 상업적인 음악만을 만들어 냈을까?

(김동률의 기준에선 대중 친화적인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가 상업적 음악일수 있다.)

20년 가까이 음악을 계속하게 하고, Maestro로 거듭나게 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 슬럼프와 부침이 있었던것을 잘 알고 있다.)

어쨌든, 어떤 행위에는 적절한 reaction이 필요한것 같다.

어떠한 형태로든 말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나뿐만 아니라 다른사람들이 브런치에서 

글을 더 열심히 쓸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해본다.

광고기능이 생기고 유료컨텐츠화가 된다면 

브런치의 개국공신 작가님들의 대거 유출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검색하는 이유도 

상투적이고, 상업적이고 뻔한것들과는 다른 브런치스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브런치의 본질적인 모습이 변하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브런치에는 이 플랫폼을 사랑하고 같이 고민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핫플레이스화 되지는 않을것 같다.



새로운 benefit을 도입한 브런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좀 더 세련되게 맞이하길 바란다.

브런치는 제3의 길을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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