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행 7일 차

by 청천

7일 차

5: 30, 6:30, 7:30이다. 호텔 두 개가 붙어있는데 앞쪽은 Pullman이라는 유명 호텔이다. 어젯밤 늦은 시간에 입장을 하는데 속으로 놀라기를 야~ 대단하다... 했는데 회랑을 살짝 돌더니 뒤로 연결된 Mercure Hotel...

나쁘지는 않지만 여기에서 2박인데 객실에 물병도 없고 드라이기도 불편. 사용을 하지 못했다능... 첫날 도착했을 때는 아침 일찍 출발하는 바람에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부터는 시내 일원만 이틀간 관광이니 기대 기대...

첫 방문지로 찾은 피에르로티 언덕. 이 양반은 해군 장교이자 소설가이다. 이는 군 생활을 하며 세계 곳곳을 다녔는데 이 지역에서 근무할 때 ‘아지야데’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졌단다. 모종의 일로 터키를 떠났다가 10년 넘어 지내다 돌아왔는데 이미 죽고 없었다능... 하여 그녀를 그리워하며 이 언덕(온통 묘지로 조성되어 있다)의 카페에서 글을 썼다고 하는데 바로 이 방이다. 오른쪽 뒷벽에 보이는 사진이 피에르 로티.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오르내렸는데 보스포루스 전망 양호.


매번 유럽 지역에 갈 때마다 이들의 거리 사용, 길거리 카페에 대해 부러움을 느끼곤 한다. 골목이건 큰 길가이건 재떨이가 구비된 의자와 탁자. 굳이 먹거리를 주문하지 않더라도 거닐다가 힘들면 쉬어갈 수도 있으니...

골목길 관광을 마치고 찾아간 보스포루스 해협 유람선 탑승. 이 해협은 이스탄불의 아시아와 유럽을 구분하는 경계 바다이다. 해협의 동쪽은 아시아. 느낌이 그런가? 숲이 많이 보이고 서쪽이 유럽인데 빌딩 등 건물이 밀집해 있다. 유럽 지역은 해협의 출구인 골든 혼을 기준으로 다시 남쪽의 구시가와 북쪽의 신시가로 나뉜다. 이 해협은 예로부터 국제 무역의 중심지였다. 흑해와 지중해, 마르마라 해를 연결하는 水路로서 지리적 가치가 높아 중세의 교통로와 무역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우리가 탑승한 유람선에서는 해협 양쪽 기슭을 따라 서로 다른 경치가 펼쳐진다. 돌마바흐체 궁전 등 잠시 후 찾아갈 관광지가 줄지어 있다. 새로 구입한 디지털카메라 화질이 별로네 그랴.

돌마바흐체 궁전.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을 바라보는 곳에 위치하여 바로 바다가 보이고 바다로 나갈 수 있다. 1853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본떠 세운 유럽풍 서양식 건축물이다.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이 혼재된 건축 양식으로 웅장하고 화려하다.

얘네들 궁전은 그야말로 웅장함에 화려함을 더한다. 왕이나 귀족들은 시원한 내실에 앉아 먹거리나 즐기면 되겠지만 그들의 시중을 들어야 하는 시종, 몸종, 하인들은 이 넓은 공간에서 얼마나 수고를 해야 했을까?


일주일 동안 줄기차게(여행사에서는 이 지역의 특식이라고 주장하는) 케밥이라는 넘을 먹어왔는데 오늘 점심도 마찬가지. 덜 찬 위장을 안고 골목골목을 지나 찾아간 그 유명한 그랜드 바자르. 그 입구에서...

아마 나와 같은 관광객들만 모여든다면 해당 국가의 관광 수입은 엄청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눈으로 보고 즐기는 데만 신경을 쓸 뿐 구입하는 데는 별로이니 말이다. 특히 이러한 곳의 매장은 거의 방문을 하지 않고 (짝퉁에 바가지라는 인식이 굳어있는 것 같다.) 더구나 화장실 문제까지 겹쳐서 길거리 음식은 그야말로 먹어 본 기억이 없을 지경이다. 이는 동남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바자르 시장도 크기는 엄청난데 그냥 휘리릭.


예레바탄(Yerebatan)은 이스탄불에 있는 동로마 제국 시대의 지하 저수지이다. 바실리카 시스턴(Basilica Cistern)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하 궁전은 현존하는 동로마 제국의 저수지 가운데서도 이곳이 가장 최대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이스탄불 역사지구의 한 축으로서 세계유산에 등록되어 있으며,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내가 즐겨 구입하여 읽었던 댄 브라운의 작품 ‘인페르노’가 영화화되었고 그 영화도 역시 보았는데 거기에서 배경의 일부가 된 장소가 바로 여기이다. 이 영화는 책의 내용과 같이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론 하워드 감독의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에 이은 3번째 작품이라 해당 작품을 재미있게 본 기억. 톰 행크스, 펠리시티 존스, 벤 포스터 등이 출연했다. 여기뿐 아니라 다음에 방문할 블루 모스크 전경, 성 소피아 성당도 등장한다.

아야소피아 성당은 오스만제국이 비잔티움제국을 정복하면서 헐릴 위기에 처했다가 술탄 메흐메트 2세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였는데 대신 그리스정교회 성당에서 모스크로 용도가 변경되어 주변에 4개의 미나렛이 건립되었고, 내부의 모자이크화는 회벽으로 덮였다. 튀르키예 공화국에 들어와서는 박물관으로 이용되다가 모스크로 바뀌어 이용되고 있다.

톱카프 궁전. 약 400년 동안 오스만 제국의 술탄이 거주한 궁전. 위 사진은 입구. 보스포로스 해협과 마르마라 해, 금각만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다. 안으로 계속 궁전으로 들어가면 끝에 바다를 만나게 된다. 박물관으로 사용 중으로 입장료가 무려 1,500리라이니 우리 돈으로 무려 61,500원이다. 흠...

일단 선택 관광을 신청하지 않으신 분들은 박물관으로 먼저 들어가시고 우리 일행 6명은 가이드를 따라 할렘부터 관람. 많은 방이 있는데 선택받지 못한 여인들이 거주하는 방이라 하고 아들을 낳더라도 왕이 되지 못하면 이어지는 운명을 장담할 수 없었다니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의 암투와 그에 관계되는 여인과 아들들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하다 아니할 수 없다.


박물관에는 모세의 지팡이, 다윗의 칼, 세례 요한의 뼈로 알려진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슬람국가인 터키의 박물관에 성경 인물들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 다소 의아스럽게 여겨질 수 있겠지만 이스탄불이 1453년 오스만 튀르크 족에 의해 함락되기 전까지 약 천 년 이상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동방교회의 중심지였던 콘스탄노풀이 이 이스탄불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닐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내 눈으로 보게 된 모세의 지팡이는 너무나도 볼품이 없다. 길이는 1미터 남짓에 굵기는 중간치의 대나무 굵기라서 지팡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막대기 또는 엄마들이 즐겨 애용했던 회초리 정도?

그렇지만 성경에서는 모세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이집트를 향해 출발하는 순간부터 모세의 지팡이를 ‘하나님의 지팡이’라고 부르고 있다.


두 번째 먹게 되는 한식 요리. 첫 번째 제공된 비빔밥은 컨디션 난조로 아예 한 숟갈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여기에서는 닭다리와 감자 큰 덩어리, 그리고 김치와 오이무침이 제공되었다. 몸 상태도 나아진바 맛있게 영양과 체력을 보충해 주었다는 것. 처음 일이다 보니 나로서도 신경이 쓰인다. 뒤에서 콧구멍 파는 가이드.

이스티클랄 거리. 역시나 선택 관광을 신청한 분들(이번에는 부부와 딸, 사위 한 가족, 우리와 거의 같이 대부분의 옵션을 신청한 두 부부 그리고 우리까지 열 명)이 찾아간 시내 야경 투어.

'탁심 광장'에서 '튀넬' 역까지 이어지는 약 1.4km 길이의 거리로, '이스탄불의 명동'이라 불리는 현지 대표 쇼핑 특구이자 최고의 번화가 되시겠다. 거리를 걷다 보면 여러 명소와 카페, 레스토랑, 극장, 기념품 숍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차량 진입이 제한되어 천천히 거닐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거리 양옆으로 자리한 유럽풍 건물들은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은 배경이 되어주고, 거리 중앙을 지나는 이곳의 명물, 빨간색 미니 트램이 상당 시리 인기가 있는 듯. 멈출 때마다 관광객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사진을 찍는 바람에 원래 운행 시간이 그러한지 손님 때문인지 그야말로 운행 반, 정지 반이다. 옵션 신청을 하지 않은 분들은 식사 후 호텔로 돌아갔는데 우리만 따로 시간을 내어 관람을 했다는 것이고 길가 가게에서 가이드가 제공하는 ‘카이막’이라는 것도 (나는 입에 대지 않았다. 이상하게 이번 여행에서는 음식 컨디션이 양호하지 않아 콜라로 대체. 아이구 촌시러버라...) 먹어 보았는데 우리나라 박명수가 다녀갔다고 문 앞에 사진이 붙어있다.


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 카페에서 역시 가이드가 제공하는 차가운 맥주와 감자튀김으로 몇 명 만의 시간을 가졌다. 먼저 호텔에 다녀온 버스가 다시 돌아와 우리를 태우고 갔는데 어딜 가나 주인공이자 하는 우리 준서님.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가이드를 찾는다. 내 옷, 내 옷, 내 잠바... 점퍼를 두고 왔다고. 이미 차량은 큰길에 들어섰고 원위치는 불가능. 다행히 가이드가 근처에 있던 다른 여행사 가이드와 통화가 되어 귀국 전 이스탄불 공항에서 전해받는 걸로...

해협을 유람선으로 지나면서 촬영한 모스크 사원. 기네스북에 등재가 되어있단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사원이라고...

PICT0472.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