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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May 07. 2021

[취업01] 기업과 취준생은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다

취업이 어려운 시대다. ‘비구직(非求職) 니트족’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현실이다. 취업이 너무나 힘들다 보니 구직활동을 아예 하지 않는 청년들을 일컫는 말인데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런 와중에도 목표 의식이 뚜렷한 젊은이들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취업 준비생 중에는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한 이들이 많다. 필자와 함께 취업을 준비했던 현직자들은 대개 1년에서 2년 정도 낙방을 경험하고 나서 합격했다. 어떤 친구는 여섯 번 떨어지고 일곱 번째 도전에서 성공을 맛봤다. 쓰라린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 공통적으로 자신감을 잃고 자존감이 낮아진다. 누구와 마주하더라도 움츠러든다. 그러다 보니 매사 소극적이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자기 주도적인 면은 보이지 않고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자발적으로 ‘을’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기업과 지원자는 그런 관계보다는 동반자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구직을 하는 처지에서는 자기 자신이 작아 보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내가 작아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을’이라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은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필요로 한다. 취업 준비생은 경제적인 독립과 커리어의 비전 실현의 발판으로서 일자리가 필요하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사용자와 피고용자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호보완 관계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취업에 갑과 을의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이라도 파트너 관계로 인식해야 한다. 자신이 들어가고자 하는 기업은 갑이 아닌 분석의 대상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산을 오르려면 정상까지 가야 한다.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산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올라가야 한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부지기부지피면 매전필패(不知己不知彼 每戰必敗)'라는 말도 있다. 알면 아는 만큼 유리하다는 의미다.

 

지원자가 들어가고자 하는 기업과 직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없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매년 수천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예를 들어보자. 두 기업의 서류 전형에 지원하여 합격하는 지원자의 대부분은 반도체 산업과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잘 알고 있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관련학과 출신이 아니더라도 반도체 공학, 반도체 공정 실습 등 관련 수업을 수강한다. 게다가 반도체 관련 지식이나 경험을 한 번이라도 더 해보기 위해 대학이나 외부기관에서 실시하는 반도체 실습 과정을 밟기도 한다. 양사의 경영 전략과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신문 기사나 증권사 보고서 등을 꾸준히 읽고 연구한다. 이러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 즉 상대방을 알고 자신의 위치를 고려하여 전략을 짠다는 의미다.


일찍부터 기업을 정하고 취업 전략을 세운 지원자와 채용공지가 뜨자마자 부랴부랴 서류를 준비하는 지원자의 수준이 절대로 같을 수는 없다. 대학교를 다닐 때까지 벼락치기 공부법이 통했는지는 몰라도, 취업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구직 현장에서 벼락치기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심한 경우에는 아예 요행을 바라기도 한다. 이런 상태에 처한 지원자는 기업과 자신의 입장을 동일한 수준에서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취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불안할 것이다. 반대로 기업은 업무 수행 준비가 덜 된 구직자보다는 준비된 인재를 선발하고 싶어 한다. 어찌 보면 기업의 입장이 더 조급할 수도 있다.


지원자가 마음을 졸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요즘 인사담당자의 가장 큰 고민은 잠재 역량이 있는 준비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생각을 바꾸어 보자. 기업이 직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삼성전자 회장을 역임한 권오현 상근고문은 《초격차》에서 인재상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1. 주도적 인재: 도전적이며 선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인재(Proactive)

2. 대응적 인재: 실수가 거의 없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Reactive)

3. 수동적 인재: 스스로 성장하지 않고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Passive)

4. 방어적 인재: 부정적 언행으로 조직 생활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Defensive)


자신이 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지원자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인재로 분류된다. 어느 기업에서든 이런 유형은 절대로 피하는 지원자다. 만약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내용이 자기 주도적이고 문제 해결형이라면 서류 합격은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1,000여 명 이상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고 분석한 결과, 서류 전형에 합격한 이들은 적극적인 태도와 능동적인 표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반면에 읽어도 별 느낌을 주지 못한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단순 나열하는 데 그쳐 수동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기업이 나를 뽑아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취업 준비생의 합격 불합격을 기업이 좌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동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취업 준비생이 잘 모르는 사실 하나를 알려줄까 한다.      


기업은 적극적긍정적능동적자기 주도적인 사람을 뽑는다 


게임에 반드시 승리하기 위한 몇 가지 필수 요건이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을 지배하는 것이다. 전쟁에서는 전장을 주도하는 나라가 이기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육·해·공군력을 홍보할 때마다 나오는 문구가 바로 ‘미래 전장을 주도하는’ 수식어가 반드시 붙는다. 취업전선이라고 다르지 않다. 자기소개서는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기업과 직무를 분석하여 자신의 가치와 역량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연구해야 한다. 글을 통해서도 지원자의 마음과 기백을 읽을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유형 중 주도적이고 문제 해결을 잘할 수 있는 후보자로 판단되면 합격할 수 있다. 다음은 2020년 하반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합격한 J 군의 자기소개서 답변이다.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사건에 대해 기술하라는 질문에 관해 기술한 것이다. 필자가 J 군에게 명품 자기소개서라고 칭찬을 했던 내용이다.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이뤄낸 4.3 학점/ 자격증/ 특허 출원(2건)]


3학년이 되면서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반도체 분야에 취업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반도체 엔지니어로서 전문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 학부 연구생, 공모전, 해외 학회 포스터 발표, 학점, 어학 점수 향상을 1학기 목표로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는 도전으로 기말고사, 해외 학회, 공모전, 전공 프로젝트 등 일정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하나도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없었고, 하락한 학점만이 저의 1학기 생활을 대변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다고 판단하여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실행할지에 집중했습니다. 먼저 실패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할 일에 대한 우선순위, 효율적인 시간 관리에 대해 고민하며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자 노력했습니다. 모든 계획을 월간, 주간, 일일로 구분하여 체계적으로 시간을 관리했습니다. 꾸준하게 실천하기 위해 새벽 시간을 활용하여 수영 강습을 받으며 체력을 보강했습니다.


계획에 따라 실천한 결과, 4.3의 학점뿐만 아니라 자격증(컴퓨터 활용능력 2급, OPIc IH)취득, 특허 2건 출원의 성과를 이뤘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실패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는 엔지니어가 되겠습니다.'

    

J군은 과거의 실패 원인을 기술하면서도 변화 이후의 내용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 문단의 내용은 현직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며 실천하고 있는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읽는 이로 하여금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다. 기업은 신입사원으로부터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다. 당당하고 떳떳한 태도, 자신감에 넘치는 마음가짐이다. 글에서부터 이런 분위기가 넘쳐나지 않는다면 합격을 부르는 자기소개서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자신감을 갖고 기업과 자신을 동반자의 관계로 재정립하자. 그래야 무슨 내용을 어떻게 표현할지 방향을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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