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을 넘게 살다 보니

죽음, 인생, 사람, 안개, 사랑, 가족, 친구, 노년, 의미, 이별

by 브레인튜너

8월 29일에 訃告를 접하다.



[29일 오전 지하철 안에서]


어떤 이는 오늘 일을 하기 위해 움직인다.

혹자는 이 땅에서 호흡이 끝나 본향으로 되돌아가는 의식의 주인공이 되었다.

남은 자들은 옛 친구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처연한 마음을 함께 달랜다.


세상에 온 날은 분명하게 알아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돌아갈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그래서 그랬나, 예전에 어른들은 밖에 나갈 때 속옷을 깨끗한 걸 입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의술과 과학 기술의 고도화로 관리만 잘하면 기대수명 이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다만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은 쉽게 노화하지 않는 듯하다.


76세의 나이로 바디 프로필을 찍는 할아버지의 겉모습은 50대 남성보다 젊게 보인다.

83세에 시니어 모델을 하는 할머니는 50대 여성보다 더 젊게 보였다.


20년 후에 내 모습은 내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더 젊게 보일 수도 있거나 더 늙게 보이기도 할 거다.

선택은 내 몫이다.


• 시편 90편 10절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29일 밤에 장례식장에서]


내외가 함께 이 땅에서 53년을 살다 간 후배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밤 10시 넘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조문객은 이미 다 돌아간 후였다.

텅 빈 장례식장은 유족 몇 명만이 지키고 있었다.


4년 전인가, 밥 한 번 먹자고 전화했을 때 지방에 있어서 올라가면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걸 나중에 알았다.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거였다.

중병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선뜻 내보이기가 어려웠나 보다.


영정 사진에서 웃는 모습을 보니 함께 시간을 나누지 못한 지난날이 후회스럽다.

후배의 두 딸은 반듯하게 잘 자랐다. 대견하다.

치매 증세가 있는 80 중반의 노모는 한참을 지나서야 내 이름이 기억났는지 불러주신다.

돌아가신 내 어머니와 친구였다는 것도 기억해내고,

어머니가 쾌활했다고 추억하신다.


아픔이 적잖은 가족이다.

1년 선배인 후배의 누나와 어릴 적 교회 이야기부터 추억을 끄집어내어 나누다가 밤늦게 장례식장을 나섰다.


마음이 아리다.

그냥 아리다.


인생은 안개와 같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잠깐 보이다 사라지는 게 인생인가...


나보다 짧은 인생을 산 어머니,

나보다 2년 더 살고 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32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은 구슬프다.


•전도서 3장 1~2절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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