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2차전지, 리튬이온전지, 배터리의 역사, 電池, Battery
1-3. 전지의 역사
전지는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화학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를 말한다. 전지는 화학반응으로 생성된 전기를 외부 장치로 흘려보내어 디바이스를 작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한자로 전지를 풀어보면 번개 전(電), 연못 지(池)를 뜻한다. 쉽게 얘기하면 ‘전기를 모아 담은 연못’으로 전기를 저장하는 장소가 된다. 영어권에서는 ‘battery’라고 쓴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1794년에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정전기를 축적하는 도구인 라이덴병(Leyden Jar)을 직렬로 연결하여 전기용량을 늘리는 실험을 하던 중, 축전지가 유전체에 에너지를 축적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지는 전공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정의한다. 각 전문 분야에서 정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전지 본질에 관한 내용은 다르지 않다.
a. 화학대사전
화학 변화에 의거한 자유 에너지의 감소를 전기 에너지로 밖으로 꺼낼 수 있는 장치. 일반적으로 양극 및 음극 사이에 이온전도체를 놓은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전지에는 그 밖에 농도차 전지, 태양 전지, 원자력 전지와 같이 화학 변화에 의거하지 않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전지는 방전 후 완전하게 충전할 수 없는 1차 전지와, 충전이 가능하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사용 가능한 2차 전지(축전지라고도 한다)로 크게 나뉜다.
b. 전자용어사전
산화 환원 반응에 따르는 에너지의 방출을 전기 에너지로서 꺼내는 장치. 양극과 음극의 두 전극이 있으며, 각각 집전체(集電體)와 반대 재료인 활성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활성 물질을 전부 반응시키면 사용할 수 없게 되는 1차 전지와 충전함으로써 반복하여 사용할 수 있는 2차 전지 또는 축전지가 있다. 태양전지, 원자력 전지 등은 물리적으로 에너지를 변환시키므로 물리 전지라 하며, 화학전지와 구별하는 경우가 있다.
c. 전기용어사전
산화-환원 반응에 따른 에너지 방출을 전기에너지로 끌어내는 장치를 이른다. 양극(anode)과 음극(cathode)으로 불리는 전극(electrode)이 있고 각각 집전체와 반응 재료인 활물질(active
material)로 구성되어 있다. 활물질을 전부 반응시키면 사용 불가능한 1차전지와 충전하면 반복 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 또는 축전지가 있다. 또 배터리는 둘 또는 그 이상의 축전지를 연결하여 소정의 에너지를 얻도록 한 장치이다.
1-3-1. 세계 최초의 전지
최초의 전지는 점토로 만든 바그다드 전지 또는 호야트럽퍼(바그다드 근방의 유적지명) 전지이다. 과학계는 약 2000년 이전의 것으로 추정한다. 과학자들은 바그다드 전지가 전기를 발생시키기 위한 전지 용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금과 은을 도금하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장치라고 짐작할 뿐이다.
구조는 점토로 만든 항아리 내부에 높이 9.9㎝, 지름 2.8㎝의 얇은 구리튜브를 설치하고 그 가운데에 쇠막대기를 넣은 형태이다. 전해액으로는 식초나 포도주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 다. 이렇게 장치한 항아리 하나에 약 1.5~2.0V 정도의 전압을 얻을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
바그다드 전지는 항아리에 식초나 포도주 같은 산성 액체를 채워서 구리튜브와 쇠막대기의 끝이 서로 맞닿아 구리튜브에서 쇠막대기로 전자를 흐르게 하여 전류를 발생시키는 원리이다. 후에 이탈리아의 갈바니 (Galvani)가 발견한 것과 같은 원리이며, 볼타(Volta)는 현대식 배터리를 발명하는데 이 원리를 적용했다.
1-3-2. 갈바니 전지
1780년 이탈리아의 생물학자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는 개구리 뒷다리에 철과 구리로 된 선을 연결했다. 개구리 뒷다리는 전해액, 구리선은 음극, 철선은 양극의 역할을 하여 전류를 발생시켰다. 개구리는 당시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실험 주제였다. 실험 재료로서 공급이 원활한 데다 취급이 쉬워 개구리의 생체기관으로 여러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갈바니는 볼로냐 대학에서 강의를 했는데 개구리의 신경계로 아편과 정전기와 관련된 근육의 반응을 연구하였다. 어느 날 개구리를 해부하는데 조수가 개구리의 두개골 신경에 메스를 대는 순간 전기기계가 방전되면서 늘어져 있던 개구리의 다리가 갑자기 당겨졌다. 갈바니는 이 현상에서 두 가지의 다른 금속과 개구리의 체액이 전류를 만들어 내는 것을 발견했다. 갈바니는 개구리 다리 안에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해서 ‘동물전기’라고 명명했다. 후에 볼타는 이 이론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는 실험을 하면서 볼타전지를 발명하게 된다. 갈바니 전지는 자발적인 전지의 흐름에 의해 전류가 발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1-3-3. 볼타전지
알렉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는 1794년경부터 갈바니와 유사한 연구를 진행했다. 볼타는 전기가 화학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며 갈바니의 주장처럼 생명체에서 전기가 생성된다는 동물 전기이론을 논박했다. 볼타는 개구리 뒷다리를 사용하지 않고 소금물에 적신 나뭇잎이나 종이, 가죽 등을 다른 금속 사이에 끼워 넣으면 전기가 발생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전도성을 높이기 위해 구리판과 아연판 사이에 소금물을 적신 천을 넣어 한 단위(cell)로 하는 적층 구조로 전지를 제작했다. 이 원리대로 실험하면 최초 기전력이 1.1V가 발생하는데, 곧바로 0.7V로 떨어져 외부로 전류를 보낼 수는 없었다.
이후 볼타는 규모를 키워 실험을 반복했다. 1800년에 수십 개의 컵에 소금물을 채우고 구리막대와 주석 막대를 번갈아 넣은 컵을 연결하여 전지를 제작했다. 기능 면에서 진정한 세계최초의 전지로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볼타전지는 지속적으로 전류를 발생시키는 방법이었고 전기를 실용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러한 볼타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전압을 나타내는 단위를 볼트(V: volt)로 사용하고 있다.
볼타전지는 볼타 파일(Voltaic Pile) 또는 볼타 칼럼(Voltaic Column)으로도 불린다. 라이덴병처럼 재충전할 필요가 없었고 간단하고 안정적인 전류를 공급한 덕분에 이후 다른 과학자들이 전기 실험을 다양하게 할 수 있었다.
1-3-4. 다니엘 전지
다니엘 전지는 영국의 화학·물리학자인 다니엘이 1836년에 볼타전지를 개량하여 만든 전지이다. 볼타전지의 가장 큰 난점이었던 ‘분극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용기 2개를 사용하여 전해액을 분리하였다. 양극에는 황산구리 용액과 구리판을 사용하고 음극에선 황산아연 용액과 아연판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기전력이 저하되지 않고 수소가스도 발생하지 않는 실용적인 전지를 발명했다.
다니엘 전지의 전극반응은 양극이나 음극의 한쪽에서만 독립적으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두 전극의 이온이 자유롭게 이동될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반전지(half cell)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별도 용기에 놓인 경우, 종종 두 개의 전지를 연결하기 위해 염다리(Salt bridge)를 사용한다. 염다리는 고농도의 질산칼륨(반전지에서 반응을 화학적으로 방해하지 않는 염)을 함유한다. 방전하는 동안에는 그림과 같은 습식전지에서, Zn2+ 이온의 증가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염다리의 질산염 음이온이 아연 반전지로 이동한다. 칼륨 이온은 구리전극에 침전되는 Cu2+ 이온을 대체하기 위해 구리 반전지로 이동한다.
1-3-5. 르클랑셰 전지
다니엘 전지는 취약점이 한 가지 있었다. 아연이 쉽게 이온화되어 전해액이 포화하여 자주 교체해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의 화학자 조르쥬 르클랑셰(Georges Leclanché)는 1868년 황산아연 용액 대신 염화암모늄 용액을 전해액으로 바꿨다. 이산화망간과 모래, 톱밥을 항아리에 채우고 탄소막대를 넣고 염화암모늄 용액에 채운 뒤, 아연판 역시 염화암모늄 용액에 넣어 만들었다. 1차전지인 망간 건전지로 현대 건전지의 시작으로 간주한다. 르클랑셰 전지는 다공성 포트(Porous pot)를 사용해서 제작했다. 전지에 비교적 높은 내부 저항을 제공하고 그것을 감소시키기 위해 다양한 변형이 이루어졌다.
1-3-6. 납축전지
납축전지는 185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가스통 플란테(Gaston Planté)가 발명하여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당시 화학전지는 사용 후 폐기해야 하는 비가역적인 1차전지였다. 1881년 프랑스의 화학 엔지니어 포레(Camille Alphonse Faure)는 납산화물을 황산과 섞어 페이스트 형태의 황산아연을 만들어 납으로 된 격자에 바르는 방법을 개발하여 양산화를 진행하였다. 납축전지는 부피도 크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으나, 높은 전류를 얻을 수 있고 내부 저항이 낮은 장점이 있다. 또한 여러 개의 회로에 사용할 수 있어서 현재까지 자동차용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1-3-7. 공기 전지
공기 전지는 1839년 영국의 물라학자 그로브(William Grove)가 발명했다. 전극에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수소전기차 핵심인 연료전지(Fuel Cell)의 선구자이다. 그로브는 물을 전기분해를 하면 산소와 수소가 나오듯, 산소와 수소를 결합하면 전기가 나온다고 추론하여 최초의 연료전지를 만들었다. 연료전지는 연료의 전기 화학 반응을 지속해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발전기 역할을 한다. 전기 화학 반응은 비연소 과정으로 공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1-3-8. 니카드 전지
니카드전지는 니켈 카드뮴 전지로 1899년 스웨덴의 융거(Waldmar Jungner)가 개발했다. 당시 납축전지는 무거운 데다가 전해질을 보충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양극으로는 옥시 수산화니켈(NiOOH), 음극재는 카드뮴(Cd), 전해질로 수산화칼륨(KOH)을 이용하여 배터리를 소형으로 만들었다. 니카드 전지는 전자기기 등에 많이 사용하였으나 현재는 메모리 효과, 환경 문제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1-3-9. 에디슨 전지
1900년 에디슨도 니켈-철 축전지인 에디슨 전지를 발명했다. 양극은 수산화 제이 니켈, 음극은 철, 전해액은 수산화칼륨 용액을 전해액으로 사용하였다. 납축전지보다 경량이었고 안정적이었으며, 높은 전압을 얻을 수 있어서 포드 T형 자동차와 철도 수송용, 포크리프터, 트럭 등에 채용되었다.
1-3-10. 수은 전지
1942년 미국의 발명가 루벤이 개발했다. 수은 전지는 양극으로 수은 산화물이나 수은 산화물과 망간 이산화물과 혼합한 것을 사용하고 음극으로는 아연을 사용한다. 수은 전지는 소형으로도 높은 효율을 내는 특성으로 보청기, 계산기, 카메라 등 소형기기에 사용되었으나 환경 문제로 더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는 수은이 없는 무수은 전지가 생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