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불초소생 불초 만시지탄 천붕
요즘은 불초소생不肖小生이라는 말을 잘 들어보지 못했다.
예전에 역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자식이 아버지나 어머니 앞에서 항상 자기를 '불초소생'으로 표현하곤 했다. 초肖는 닮았다는 뜻으로 '불초'라 하면 닮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것도 아버지를 닮지 않았다는 의미로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소생'은 자신을 낮추는 말이다. 즉 '불초소생'하면서 부모님 앞에서 자기를 스스로 낮추며 하는 말이다.
34년 전에 돌아간 부모님을 생각하면 항상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젊은 시절 부모가 없어서 세상살이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 그냥 부딪히는 대로 살았다. 모르는 걸 물어볼 데도 없었다. 그저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고 살았다. 잘한 건지 못한 건지도 분간할 만한 인생의 지혜라는 게 한 움큼도 없었다. 어찌어찌 결혼도 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자식도 많이 낳아서 겉으로는 뭔가 잘되는 듯 보였지만, 속으로는 곪아가고 있었다. 겉에 상처가 나면 눈에 띄니 곧바로 치료했을 텐데, 속에서 은밀하게 뻗치는 독에는 왠지 자각 증상이 그리 없었다. 아니면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모른 척하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30대 중반 처음으로 인생의 위기를 겪었다. 기댈 언덕이 없어 절망감에 빠져 침대에 앉아 벽을 바라보고 한참 울었다. 서러웠다. 도움을 청할 데도 없었다. 사방이 꽉 막힌 듯 마음과 생각을 옥좼다. 몸도 망가졌다. 40대 중반에도 또 그랬다. 가진 모든 것을 다 정리해야 했을 때, 문득 또 원망스러운 한탄을 했다. 부모님은 뭐가 그리 급해서 먼 길을 사이좋게 가셨을까...
'아버지, 어머니, 저 내일모레면 환갑이에요. 두 분이 산 것보다 이제 더 살고 있어요. 두 분은 손주들을 보지도 못했지만 저는 벌써 젊은 할아버지가 되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보고 싶지만 두 분 전화번호가 없네요. 힘들어서 투덜대고 싶을 때마다 혼자 눈물을 삼켰어요. 지금은 보잘것없는 신세예요. 하지만 두 분께 칭찬받고 싶어요. 정말 세상을 잘 살아온 건지 모르겠어요.'
자라면서 부모님이 건강한 모습이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병원 중환자실에 자주 갔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외국에서 쓰러져서 돌아왔다. 그러다가 와병臥病 중에 두 분이 차례차례 하늘의 별로 떠났다. 먼저 온 한 번의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하늘이 무너졌다.
오늘 밤 유난히 생각나는 어머니, 아버지...
어찌 되었든 두 분 앞에 영원한 불초소생이다.
가슴이 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