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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생각(20250516) - 디지털 치매

디지털치매 뇌썩음 확증편향 필터버블 가짜뉴스 진실 사실 거짓

by 브레인튜너

요즘은 가까운 길을 운전할 때도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




아직 기억력은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예전 기억의 정확성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은 인정한다. 머리에 번뜩하는 내용이 떠올라 구글 검색창을 열어놓고 '뭘 하려고 접속했지'라는 황당한 경험을 1년에 한 번 정도는 겪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으면서 '어, 전화기 어디에다 뒀지'라고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경험도 그렇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천부적이거나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확보한 능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퇴화하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자연계의 생물체는 생성, 성장, 성숙, 소멸의 단계를 순환하여 반복하지만, 동물계의 경우 개체로 봤을 때는 순환이 없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직선적인 쇠퇴와 소멸이 있을 뿐이다. 신경 세포에 이상이 생기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는 노화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의 이상 작용과는 전혀 다른 '디지털 치매'는 디지털 기기에 과도하게 의존해서 발생하는 인지 기능의 저하를 지적하는 용어이다. 문해력 측면에서 해석하면 디지털 치매는 비판적인 사고와 독해 능력의 퇴화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은 정보를 습득할 때 오감을 사용하는데, 그중 주로 시각과 청각을 활용한다.


디지털 문화가 활성화되기 이전에는 활자 매체를 통해 스스로 내용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디지털 매체가 정보 유통의 주요 채널 역할을 담당하면서 사람들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집중하게 되었다. 정보의 유통량이 수익을 결정하기 때문에 내용을 자극적으로 생성하여 호기심을 자극한다. 게다가 확증 편향적 성향인 *필터버블에 따른 정보 편식 환경이 자연스레 형성되었다. 즉, 비판적인 사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실과 거짓의 가치 판단 과정을 생략하여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의미와 같다.


'뇌썩음'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 디지털 치매는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하는 뇌 기능을 덜 사용하는 현상이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여 뇌의 기억력과 정보 처리 능력이 현저하게 퇴화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GPS에 의존하여 공간 지각 능력이 약화되고, 계산기에 의존하여 기본적인 산술 능력도 감소된다. 용불용설用不用說의 주장과 같이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거나 소실될 수 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노력 없이 표면적인 정보만 받아들이면 독재와 전체주의를 추구하는 '빅브라더'같은 사람들에게 자유와 권리를 스스로 갖다 바치는 꼴이 된다. 편향된 정보만 의지하게 되면, 스스로 생각하고 사실이 무엇인지 파헤치는 지적 호기심이 감소한다. 표면적 정보만 추구하여 반지성적 문화를 조성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신념만을 따른다면, 공존共存이 아닌 공멸共滅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filter bubble
사람이 이미 믿고 좋아하는 뉴스와 정보만 보거나 듣는 상황을 의미. 특히 인터넷에서 알고리즘(일련의 규칙)이 사용자의 검색 결과를 선택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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