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생각(20250519) - 정곡正鵠

말 말의힘 일언력 정곡 핵심 본질 요지 대화력 요약력 단답력

by 브레인튜너

'정곡을 찌르는 말'이 흔치 않은 시대이다.




정곡은 원래 과녁의 중심을 가리키는 말이며, 가장 중요한 요점이나 핵심을 일컫기 때문에 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정곡을 찌른다는 것은 중요한 요점이나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대화는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무수한 대화로 이루어진다. 직장이나 모임에서의 회의, 가족과의 식사 자리, 교제나 친교를 위한 만남까지, 모든 순간이 소통의 연속이다. 정작 이런 대화들 중에서 진정한 소통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대화는 자신의 말만 일방적으로 쏟아내거나, 반대로 상대방의 주장에 무조건 동조하는 극단으로 치우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화의 본질은 설득과 납득이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설득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상대방의 주장을 이해하고 납득하려는 노력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경청이 대화의 기본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주장만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활을 쏘면서 과녁은 보지 않고 오직 자신의 슈팅 폼이 멋있으니 나만 봐달라는 것과 같다.


정곡을 찌르는 대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능력이 필요하다. 바로 요약력과 단답력이다. 요약력은 복잡한 상황이나 생각을 핵심 메시지로 압축해 표현하는 능력이고, 단답력은 장황한 설명 없이도 구체적이면서 간략하고 명확하게 답하는 능력이다. 물론 다른 역량도 필요하지만 최소 이 두 능력이 결합될 때, 대화의 목적이 분명하게 달성될 수 있다.


2025년 5월 현재,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출마자와 정치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어떤 이는 국가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비전을 던지지만, 다른 이들은 시의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국가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시기에, 정곡을 찌르지 못하는 발언들이 생산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다. 대화에서 정곡을 찌르려면 먼저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공이 부족하거나 호흡이 얕은 사람들이 정곡을 찌르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과분한 자리를 꿰차고 앉는 것은 복福이 아니라 독毒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불편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어색함을 안겨준다. 자신의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는 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다.


정곡을 찌르는 대화는 단순히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된 지능이다. 충분한 사유와 깊은 성찰이 없이 때와 장소와 상황에 맞지 않는 주장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이 어리석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200자 생각(20250516) - 디지털 치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