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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Jan 21. 2019

실격

이런 생각을 갖는 일조차 죄를 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지독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삶이 외로운 게 아니라 삶에 지친다. 그래서 무언가를 탓함으로 자기 존재 이유를 만들어 내는 데, 그게 외부로 향하면 다행이지만 내부로 향할 경우에는 위험하다.


안타깝게도 나는 후자가 되었다.


어릴 때는 죽음 이후가 두려워 잠들지 못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지의 상황과 순간에 대해 겁을 먹고 매일 밤 이불 안에서 눈을 굴려야 했다. 그럴 때가 좋았나? 나이가 들면서 내가 알게 된 한 가지는 살아가야 한다는, 어떤 일이 있어도 생존을 위해 버텨야 한다는 고난이다. 요즘은 살아내는 게 두려워 잠들지 못하고 있다. 


타인의 눈에 나는 충만하고 행복해 보이겠지. 도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이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는 걸까? 동물들은 어떻게 생존을 위해 그렇게 동분서주하는 걸까? 인생의 행복은 왜 그토록 짧고 단순한 걸까. 건강하고 행복하고 가진 게 많은 나는 오히려 불행에 익숙해져 있어서일까. 지금 가진 행복이 나를 자꾸 생각이 많이 들게 한다. 


많은 사람이 '너는 지금 외로워. 외로워서 그런 거야.'라고 하면 대꾸하기 귀찮아서 곧 연애할 거라고 한다. 또 누군가 곁에서 아는 척하며 '너희 둘이 잘 어울려'라고 하면 또 귀찮아서 더 그 사람과 잘해보려는 액션을 보여준다. 그러면 상대들은 자신의 말이 맞다는 걸 확신하며 즐거워한다. 


나는 그저 사는 일에 지쳤을 뿐인데.

하루하루 억지로 숨 쉬고 있는 데.


안다. 이런 생각은 나쁜 생각이다. 감정이 아직 이성을 다 지배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죽음이 두려웠던 일에서 삶이 두려워진 배경에 대해 나름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도저히 모르겠다. 무엇도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일 수 없고 비합리적이라 그저 나는 괴로워 할 뿐이다. 지금 급하게 서류도 만들어 내야 하고 내일 밤 미팅이 있고 목요일은 강의 의뢰가 있고 금요일에도 미팅이 있다.


인간들은 정착하면서 모든 게 발전했다. 어딘가 멈춰 있다는 건 소유하게 되는 일. 소유하는 일은 욕망을 자극하는 일. 욕망은 에너지를 만들고 에너지는 파멸시킴과 동시에 발전시킨다. 무언가에 정착하기 시작한 나는 소유와 욕망에 지쳤다. 그러니 나는 나쁜 생각 중이다. 도전도 지겹고 열정이란 단어도 소름 끼치고 먹고사니즘도 지친다. 공개적으로 써놓지 않으면 내가 나를 감당 못 할 것 같아. 


아무래도 이 정도로 약해 빠진 나는 역시, 인간 실격인가.


@클레멘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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