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는 어렸을 적 옆 마을에서 봇짐 하나 지고선
할배에게 시집왔단다
거친 밭고랑 씩씩하게 매며 하루 그저 열심히 살아 볼 수밖에 없던 시절
학교 선생이 자전거에 태극기 꽂고 다니길래
저 선생 드디어 돌았나 보다 생각했단다
할매가 제일 큰 아빠 품었을 무렵
전쟁이 났다는 소문은 파도처럼 쓸려오고
산 넘어 쿵쾅이며 터지는 곳이 점점 다가올 때
그곳으로 가던 씩씩한 군인들
전부 대가리가 깨져서 피 흘리며 돌아오기에 아 큰일 났다며
겨우 큰 산너머 마을로 도망쳐서 숨었단다
그때 참 힘들었다는
소녀인지 할매인지 모를 목소리가
나뭇잎 그늘을 흔들었다
나뭇잎 참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