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도 제주도에도
조금 무심했지만 잊혀지지 않는 것들
지난 제주에서, 나는 자전거 종주길을 달리다 익숙한 모습의 카페를 보았다. 거기는 예전 일 때문에 갔던 제주에서 우연히 스쳐 지나갔던 곳이었고 외관과 위치가 유별났기에 기억해두었던 곳이었다.
물론 거기를 목적지로 가진 않았지만 아주 운이 좋게도 그 길에서 마주한 카페가 자전거 길과 겹쳐있어서 다시 발견했던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간 카페에 대한 내 느낌은 그때에 한번 남겼으니 넘긴다)
그 카페에서 휴식하고 나설 때, 사장님이 내게 어디로 가는지 물었고 나는 웃으며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길이라 답했다. 그는 금방 가게 될 거라며 높낮이 없는 재미있는 말투로 말했는데, 나는 익숙지 않은 라이딩에 지쳐있어서 그것이 좀 가식적인 느낌으로 와 닿았다. 그러나 내가 택한 일이니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선 고맙다며 가게를 나섰다.
요즘 그 카페를 나설 때 생각이 자주 난다. 그것이 가식적이든 그렇지 않았든, 그때는 몰랐지만 나는 그의 말에 조금 안심하고 위안을 얻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얼마 전 훈련소에서 바로 옆자리에서 있던 동기를 만났다. 그는 나와 전혀 다른 곳으로 전입 갔었고 연락 없이 지내다 어떻게 생활한다는 이야기를 서로 한참 하였다.
그도 나도 군생활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이라 그는 내게 지나간 소회를 이야기하였다. 훈련소에 만난 사람 중 내 생각을 많이 하였단 이야기와 내가 인간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추천해준 책을 최근 읽어보았는데 좋더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좀 멋쩍었는데, 사실 그에게 어떤 이야길 했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못하고 있는데 그가 날 기억하고 날 어떤 책으로 기억한다는 것이 못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 생각해보면 그렇다. 아마 내가 제주의 어느 카페 주인에게서 건네받은 말과 내가 훈련소 동기에게 전했던 말은 같은 맥락이었을지 모른다. 전해질지 어떨지 모르지만 그저 마음이 시키는 것으로 전해 보는 조심스러운 위안이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