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 3월 10일 방송을 듣고
라디오에서 7년 차 간호사가 '태움'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말해야 할 건, 간호사님은 '태움'이란 단어가 불편하다고 한다. 태움이란 말은 간호사 집단에서만 사용하는 말이 아닌 의료계 전반에서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면서, 마치 간호사 집단에만 이런 끔찍한 괴롭힘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다른 많은 집단에서와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또한 집단 내 괴롭힘이 있는 것이니 간호사 집단에만 낙인을 찍지 말아 달라는 당부였다.
이번 방송을 들으며 간호사 집단 내 괴롭힘이 왜 발생하는지 알게 되었다. 하나는, 턱없이 부족한 실습 기간이다. 1년을 좌충우돌하며 실습해도 제대로 할까 말까 한 일을 짧게는 한 달, 길면 세 달 실습시키고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는 것. 들어온 지 이제 막 두 달된 신입이 수년차 간호사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 신입이 제대로 일을 할 리 만무하고 그 일을 넘겨받은 선배는 신입이 잘못한 걸 일일이 다시 다 해야 하는 동시에 자기 몫의 일까지 해야 한다. 이 경우, 환자에 대한 책임감이 높은 선배일수록 신입을 혹독하게 대하기도 한다.
둘은, 병원 구조다. 세상 어느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병원에서도 그저 못돼서 후배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어느 한 명의 못된 인간이 다른 한 명에게 생을 포기할 만큼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만드는 구조가 잘못이라고 간호사님은 말한다. 신입이 실수를 하게 될 걸 예상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구조를 섬세하게 만들어야 함에도, 실수를 한 개인을 죄인 취급하며 몰아세울 수 있는 구조, 그리하여 그 개인에게 극심한 죄책감을 갖게 하는 구조가 지금 우리나라 병원의 구조라는 것이다.
간호사님은 이런 구조하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환자, 그러니까 국민이라고 말한다. 아침에 출근할 때면 차라리 차에 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간호사들, '자살 사고'를 수도 없이 하는 간호사들, 직업적 자부심과 의욕이 사라진 간호사들, 고된 노동으로 멍하게 기계적으로 일을 하는 간호사들이 행하는 일의 대상은 환자이기에. 그럼 해결책은 무얼까. 환자 수 대비 간호사 인력을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법안이 몇 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