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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Jul 29. 2019

[드로잉 29일] 키스 0.1초 전

어제에 이어 '검블유'이야기를 또 해보자면.


이 드라마는 연출이 정말 좋았다. 5 정도만 해도 시청자들은 '흐응'하며 마음에 들어할 텐데, 7, 8, 가끔은 10 정도의 연출을 보여줬다. 딱 봐도 쪽대본을 보며 방송시간에 급급해 촬영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대본 역시 미리 총을 뽑게 하고 나중에 총을 쏘게 하는 정도의 개연성을 미리 만들어 놓은 게 티가 났다. 좋은 장면이야 많았지만, 역시 가장 므훗하면서도 황홀했던 장면은, 설지환과 차현의 첫 키스신. 이 장면도 연출이 매우 멋졌다.


진한 키스신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매우 야릇하면서도 관능적으로 보이는 이 장면의 일등 공신은 단연 음악이다. 아니, 화음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ost와 2G 폰이 화음을 맞추게 할 생각을 했을까. 이 드라마를 꾸준히 본 사람이라면 설지환 폰의 벨소리에 익숙해져 있었다. 거기에다가 차현과 설지환이 나올 때마다 흘러나오는 ost. 차현을 연기한 이다희가 직접 부른 노래 'Tv에서 보는 그대 모습은'의 가사 "Tv에서 보는 그대 모습은 너무너무 예뻐요. 정말로 보면 더욱 그렇죠." 역시 익숙해져 있었고.


헤어졌던 두 사람이 지하철 유실물 센터에서 재회한 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는 키스를 하는 순간. Tv에서 보는 그대 모습은 너무너무 예뻐요라는 가사가 멜로디와 함께 흘러나오고, 이때 설지환에게 전화가 온다. 우리 귀에 들리는 이 익숙한 벨소리. 그런데 이 순간 시청자(특히 나)는 매우 놀란다. 아니, 벨소리가 배경 음악에 화음을 맞추고 있네?! 아, 이 연출 어쩔 거야! 이어 유실물 센터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모든 핸드폰이 빛을 발하며 울리는데, 마치 이 장면은 하늘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다. 어느 기사를 보니 이 키스신 영상이 '검블유'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았다고 다. 메인 커플의 진한 키스신이 아닌 낭만적인 이 키스신에 사람들이 더 열광했다는 것.


예상했겠지만, 여기까지 '그 장면'에 관해 글을 쓴  오늘 그린 그림이 설지환과 차현의 키스신이기 때문이다. 진짜 키스하는 모습보다 더 분위기 있었던 키스하기 0.1초 전 모습. 가장 그리기 어려웠던 건 설지환의 눈과 입술이다. 눈동자를 어떻게 해야 게슴츠레하면서도 야한 눈이 될지 여러 번 그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입술도 마찬가지. 설지환을 그리고나서 차현은 비교적 빨리 그렸다. 아마 눈동자를 그리지 않아도 됐기에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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