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29일] feat. 브로콜리 너마저
브로콜리 너마저의 유자차를 들으며 레몬 생강차를 마신다.
아니, 레몬 생강차를 마시면서 브로콜리 너마저의 유자차를 듣는다 인가.
어제 산 싱싱하고 마르지 않은 적당한 크기의 생강 두 덩어리와 레몬 한 개, 그리고 적당량의 설탕으로 150g짜리 작은 쨈 병 두 개 양의 레몬 생강차를 만들었다. 감기가 심할 땐 하루에 한 병씩 먹은 적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한 달 정도 두고 먹는다. 딱히 방부제가 들어가거나 설탕을 일대 일의 비율로 넣은 것이 아니라 오래 두면 곰팡이가 생긴다. 집에 있는 작은 냉장고의 성능이 좀 비실비실한 것도 이유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엄마는 누가 감기에 걸렸다 하면 생강과 대추와 파뿌리를 우린 차를 끓여주셨다. 그런데 그 대추 껍질 속의 알맹이가 흩뿌려져 텁텁한 식감과 파뿌리의 특이한 향이 너무 싫어서, 나와 동생은 주로 먹기 싫어어어를 외치며 도망 다니곤 했다. 아침과 저녁마다 적당히 따뜻하게 차를 우려 주는 엄마의 정성을 마다할 수 없어서 으에엑 소리를 내면서도 꾸역꾸역 열심히 마셨다. 생각해보니, 호강이다. 누가 나를 그렇게 쫓아다니면서 챙겨주는 일은 아마 다시없겠지.
여전히 파뿌리의 향과 대추의 짓눌린 알맹이를 좋아하지는 않으니, 대신 레몬과 생강을 설탕에 절여 만든 맑은 차를 마신다. 생강차를 직접 만들어 먹다니 어른이 된 건가 싶은 생각도 잠깐 해봤지만, 그보다는 여기선 이런 자연 예방약이 아니고선 별다른 감기약이 없기 때문이라는 매우 실용적인 이유가 먼저다. 홍삼도 쌍화탕도 없는 곳에선 생강차와 비타민이 나의 건강 예방책이다. 예전에 유자차가 그리워서 오리엔탈 마켓에서 사봤더니, 설탕이 너무 엄청나게 들어간 바람에 도저히 달아서 먹을 수 없는 정도라 다시는 사 먹지 않기로 했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매력은 가사와 음악에도 분명히 있지만, 무엇보다 청명한 계피의 보컬이 주는 임팩트가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전히 계피의 목소리가 담긴 유자차가 아무래도 더 좋다.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 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