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사항: 긴 글입니다. 12년간 매일 영어를 배우고 가르친 경험을 녹였습니다. 그러니 길 수밖에요. 앞으로 이렇게 딱 3편만 쓰겠습니다. 제 모든 티칭 노하우를 정리한 글이니 최소 3번 이상 정독하셔서 '자기 것'으로 체화하기 바랍니다. 그럼 앞으로 영어 때문에 '방황'하는 일은 없을 거라 자부합니다. 영어는 '안 하는' 거지 '못 하는' 거란 핑계는 댈 수 없을 겁니다.
글 중간 중간 보너스 pdf 자료를 숨겨 두었습니다. 보물 찾기라 생각하시고 '영어 자료 보물'을 챙겨가세요. 혹시 출퇴근 길에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금 읽지 마세요. 따로 자기 카톡에 링크를 보낸 다음 최소 10분 이상 시간을 낼 수 있을 때 읽으세요. 그냥 대충 훑고 휘발시켜버리기엔 소중한 내용이니까요. 준비되셨죠?
영어는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자유자재로 쓰는 법부터 먼저 익혀야 한다. 현재 자기 영어 레벨이 초급이건 중급이건 상관없다. 내일 당장 직장에서 컨퍼런스콜을 하든 주말에 강남역으로 중급 영어회화 스터디를 가든 중요치 않다. 일단 기본 단어, 쉬운 단어, 익숙한 단어로 이루어진 영어 문장부터 접해야 한다.
어느 정도 강도로 접해야 하냐면, 정말이지 '이걸 또 봐? 이렇게 쉬운 걸 또 읽어?'라고 탄식이 나올 정도로 많이 접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려운 단어로 이루어진 말과 글이 아니다. 적어도 두세 번쯤 눈에 익은 단어, 최소 서너 번쯤 써 본 단어를 말한다. 언어학자 폴 네이션(Paul Nation) 박사에 따르면 영어 단어 2,000개가 일상 대화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 2,000 단어를 누가 먼저 자유롭게 듣고 쓰고 읽고 말하느냐가 앞으로 10년간 당신의 영어 레벨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2,000 단어로 이루어진 영어 문장만 알면 원어민과 일상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시중에 나온 영어학습법 책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유명 영어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는 주제이다. 또한 언어학자 논문 내용을 인용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몇 번 하면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영어를 12년간 매일 배우고 매일 가르치고 매일 고민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지금부터 그 알짜배기 노하우를 자세히 설명하겠다.
목차
1. 영어 단어 하나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2. 영어 단어는 품사 변신을 할 수 있다.
3. 영어 단어는 두 단어가 합쳐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4. 어려운 우리말 내용을 쉬운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
5. 기본 단어 의미와 구조로 뉴스까지 커버할 수 있다.
1. 영어 단어 하나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영어 단어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보자. 당신은 쉬운 단어와 어려운 단어를 나누는 기준이 있는가? 단순히 내가 아는 단어면 쉬운 단어이고 내가 모르는 단어면 어려운 단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단어 레벨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세워보자.
'뜻이 하나뿐인 단어는 쉬운 단어이고 뜻이 여러 개인 단어는 어려운 단어이다'
두 단어를 예를 들어보자. 'take' 단어가 어려울까, 'carcinogen' 단어가 어려울까? 테이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칼시너전을 들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carcinogen'은 '발암물질'이란 뜻으로 암 발생에 직접적으로 원인이 되는 물질이나 세균, 바이러스를 의미한다. 그럼 'take'는 어떤 뜻일까? 무언가를 취하고 시간이 걸리고 누군가를 데리고 가는 의미인가? 'take' 뜻을 하나로 규정하기 쉽지 않다. 그 이유는 'take' 뜻이 여러 개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사전 기준으로 동사 뜻만 무려 '42'개나 있다. 이렇게 뜻이 많으니 선뜻 take는 이런 뜻이야!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take 뜻은 42 가지고 carcinogen 뜻은 1가지다.'
이제 단어 난이도를 바라보는 기준이 바뀌었는가? 다시 말해, 뜻이 하나인 단어는 쉽고 뜻이 여러 개인 단어는 어렵다는 점이다. 한 단어에 여러 뜻이 있다는 특징은 사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고마운 일이다. 혹자는 'take 뜻 42가지를 언제 외우냐'라고 불평을 늘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take 단어 하나만 알면 42가지 상황을 커버할 수 있다'라는 깨달음이 찾아온다. 쉽게 말해 take는 가성비가 높은 단어이다. 하나만 익혀두면 수많은 상황에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보면 신발은 '신고' 가방은 '메고' 안경은 '쓴다'.
하지만 영어는 전부 'wear' 하나로 표현할 수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신발, 가방, 안경에 해당하는 동사를 전부 다르게 외워야 하지만 우리는 '몸에 붙는 물건은 전부 wear로 표현할 수 있군' 이란 느낌만 가지면 된다.
이게 take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예상했다면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영어 기본 단어에 모두 적용된다. 특히 동사는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do, put, go, make, have, get, meet, develop, pull 등 우리가 이미 어렸을 때부터 배워 눈에 익은 단어들이다. 그런 단어를 먼저 '내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오늘부터 의미가 한두 개인 단어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단어장은 당분간 서랍장에 모셔두기로 하자. 내가 알고 있다는 생각하는 단어의 다양한 의미에 관심을 기울이자. 즉, 기본 단어로 구성된 다양한 말과 글을 적극적으로 접하자.
* 보너스 자료: VOA에서 제공하는 기본 단어 1,500개 리스트입니다. 각각 정의와 예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2. 영어 단어는 품사 변신을 할 수 있다.
이제 기본 단어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다양한 품사로 쓴다'는 특징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단어 개수를 늘리는 고전적인 학습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어는 단순히 개수를 늘리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단어를 늘리는 게임이다. 하나를 익혀도 내가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쓸 수 있는 단어가 훨씬 값진 단어다. 지금부터 한 단어의 다양한 품사를 살펴보자.
baby, box, brand, boss, back
혹시 여기서 처음 보는 단어가 있는가? 대부분 들어봤을 것이다. '아기, 상자, 브랜드, 사장, 뒤'라고 하나씩 의미를 잡았다면, 영어 품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특징도 단어를 바라보는 시선이 관건이다. 단어는 단어로만 오롯이 존재할 수 없다. 항상 맥락 안에 존재해야 한다. 다음 예문을 살펴보고 다시 의미를 파악해보자.
Stop babyingme. (저를 애 취급하지 마세요.)
I boxedup some clothes and books. (옷과 책을 상자에 담았다.)
Brandingyourself is very important. (자신을 브랜드화 시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Stop bossingme around. (나한테 자꾸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세요.)
My parents backedme in my choice of career. (내가 진로 선택을 할 때 부모님이 도와주셨다.)
우리가 '명사'라고 여겼던 단어들이 '동사'로 쓰인 예문이다. 예외로 쓰인 경우만 골라왔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와 비슷하게 품사를 다양하게 쓰는 예문은 수백수천 개 이상 들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한 단어의 품사를 고정시키지 말자. 사실 그렇게 공부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중고등학교 때 단어 시험을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빈칸에 답을 채워야 했고 다섯 개 보기 중에서 하나의 뜻을 체크해야 했다. 하지만 실전 영어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baby, box, brand, boss, back이 '동사'로도 쓰인다는 사실을 영영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품사로 쓰지 않는 예문을 추가로 살펴보자.
ex) I roomedwith her back in college. (걔랑 대학교 때 함께 살았어요.)
room이 '방'이 아니라 '방을 함께 쓰다'로 쓰였다.
ex) Make sure you waterthe plants every day. (매일 화분에 물 주는 일을 잊지 마세요.)
water가 '물'이 아니라 '물을 주다'로 쓰였다.
ex) Let's lunch before we shop.(점심부터 먹고 쇼핑합시다.)
lunch가 '점심'이 아니라 '점심 먹다'로, shop이 '가게'가 아니라 '가게에서 물건을 사다'로 쓰였다.
영어 단어 품사의 변신은 무죄다.
3. 영어 단어는 두 단어가 합쳐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구동사, phrasal verb)
1, 2번에서 영어 단어 하나에는 여러 뜻이 있고, 그 단어가 다양한 품사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지금부터 아는 단어 두세 개가 합쳐졌을 때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특징을 이해할 차례다. 1, 2번을 정확히 이해했다면 지금까지 말한 특징은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3번도 마찬가지다. 역시 양으로 밀어붙이는 고전적인 학습법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서 영어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하는 방식이다.
구동사란 동사+전치사(부사)가 붙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동사다. 딱딱한 문법 용어를 들먹이기보다 이해하기 쉬운 예문을 통해 알아보자.
'give up'은 무언가를 '그만두거나 포기하다'라는 의미이다. 다음과 같은 의미와 모양으로 자주 쓰인다.
여기서 'up'이 빠지면 문장이 깨지거나 내용이 달라진다. 그래서 'give up'과 'give'는 다른 단어로 봐야 한다. 'up'은 '강조, 완료' 의미로 볼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 up도 많다. 연구에 따르면 입말로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굳어져 특별한 의미 없이 'up'을 붙인다고 한다.
구동사는 보통 1번에서 언급했던 기본 동사에 '전치사와 부사'를 결합한 모양을 띈다. 예를 들어, take off, put on, look away, give out 등 기본 동사에 'off, on, away, out'이 뒤에 더해지는 형태다. 이런 모양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미 아는 단어로 '최대한 많은 의미'를 전달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야만 2,000 단어로 일상의 80% 상황을 커버할 수 있다.
모든 규칙은 하나다. 최소 단어로 최대 의미 전달하기!
지금부터 교과서에서 배운 딱딱한 '개념 단어'가 '구동사'를 통해 어떻게 말랑말랑하게 변하는지를 살펴보자. 우리가 전반적인 영어 학습에 추구해야 할 태도이고 특히 스피킹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건 어려워요.
여기서 '조립하다' 부분을 어떻게 영어로 전달하면 될까? 네이버 사전을 보면 'assemble' 단어가 나온다. 가물가물하지만 고등학교 때 배웠던 단어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딱딱한 단어를 일상에서 빈번히 사용하지 않는다. 의미는 통하지만 빈도수는 떨어지는 셈이다. 그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It's hard to put togetherIKEA furniture.
원어민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put together'를 떠올린다. '함께 모으는' 그림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이게 구동사 힘이다. 쉬운 단어 put, together 두 개를 조합해 '조립하다'라는 의미를 뚝딱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그럼 조립을 했으니 다시 분해를 해야 할 터. '분해하다'는 또 어떻게 표현할까? 잠시 5초만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자.
It's time to take it apart.
'apart'는 분리되는 그림이다. 조립(put together)한 물건을 다시 떼어(apart)내면 최종적으로 분리하는(take apart)하는 의미가 된다.
이외에도 수업과 헬스장을 등록할 때 'resiger' 대신 'sign up'을 쓸 수 있고, 누구와 닮았을 때 'resemble' 대신 'take after'를 쓸 수 있다. 메시지를 전달할 때 'deliver' 대신 'get across'로 표현하고, 일을 미룰 때 'delay' 대신 'put off'로 표현할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조합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면이 영어를 영어답게 만드는 특징이다.
* 보너스 자료: Canguro English에서 제공하는 빈도수 높은 구동사 리스트입니다.정의와 예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4. 어려운 우리말 내용을 쉬운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
영어와 우리말은 애당초 다른 언어이다. 두 언어는 뿌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다. 그러니 우리말 단어를 영어 단어와 일대일로 바꿔 번역하면 어색한 영어 문장이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양을 옮기는 게 아니고 의미를 옮겨야 한다. 다음 예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혹시 이직할지도 모르니 이력서에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두세요.'
위 문장을 영어로 말하고 싶다. 머릿속에 일어나는 과정을 그려보자.
1단계) 우리말 단어를 영어 단어로 하나씩 바꾼다. 이때 영한사전을 통해 영어 뜻을 검색한다. 혹시는 maybe, 이직은 change company, 모르니는 maybe, 이력서는 resume, 경력은 experience, 차곡차곡은... 패스... 쌓아두다는 accumulate?
2단계) 사전에서 찾은 단어를 바탕으로 문장을 '조립'한다. 나름 우리말에 생략된 주어도 넣어주고 단어 위치도 영어스럽게 재배치한다. You accumulate experience on resume... maybe you change company..
3단계) 어떻게든 문장을 완성한다. 그리고 반드시 본인이 아는 문법 지식을 동원해 '오류'를 찾는다. 수일치와 시제를 점검하고 스펠링과 소문자 대문자도 확인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영어 문장을 딱딱할 뿐만 아니라 우리말을 억지로 바꾼 영 어색한 문장이 된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쉬운 영어'로 의미를 바꾸는 번역 과정은 어떨까? 프로세스는 의외로 심플하다.
1단계) 우리말을 중얼거리며 의미를 곱씹는다. '혹시 이직할지도 모르니 이력서에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두세요.' 동시에 내가 전에 봤던 비슷한 영어 단어와 구조를 떠올린다. 이력서에 경력을 추가하고 관리하고 업데이트하는 모습이라.. 혹시 모르니까..
2단계) 해당 의미와 가장 가까운 영어 문장을 완성한다. 새로운 표현을 창작할 필요 없다. 전에 읽고 들었던 문장을 적재적소에 빼낼 뿐이다. 이제 문장을 완성한다.
Update your resume. You never know.
의미가 선명하게 느껴지는가? 영어에서는 이력서를 update할 수 있다. 그리고 'you never know'란 표현은 일상에서 빈번히 쓰이는 덩어리 표현이다. 예를 들어 영어권 국가에서 버스를 탄다고 가정해보자. 버스가 심하게 흔들려 손잡이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그때 버스 손잡이에 작은 글씨로 영어 문구가 하나 적혀있다. 'You never know.' 무슨 뜻일까? 버스가 흔들리면 승객이 넘어져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꽉 붙잡으란 말이다. '혹시 모르니' 잡으라는 말, 어디서 들어보지 않았나? 앞으로 일을 예상하지 못할 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넘어지는 일을 예상할 수 없듯 이직도 예상할 수 없다. 이때 you never know란 표현을 쓸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미셸 오바마가 퍼스트레이디 퇴임 이후 책을 출간하고 북 사인회를 진행하는 장면이다. 임신부가 책을 들고 다가온다. 미셸 오바마가 책에 사인하며 임신부에게 묻는다.
아기 예정일이 언제예요?
When are you due?
성별도 알아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
성별도 알아요? 이런 상황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또 '이력서 예문'처럼 성별이란 단어를 네이버 사전에 검색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아직 의미를 생각하는 훈련이 부족한 상태이다. 성별을 영어로 바꿀 생각만 하면 'sex'와 'gender' 외에 다른 대안을 떠올릴 수 없다. 'sex, gender 상자'에 사고가 갇혀버린다. 이미 아는 단어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성별도 알아요?
Do you know what you're having?
허무하겠지만 원어민은 비슷한 상황에서 'have' 하나로 처리한다. 'have'를 '가지다'라고 외운 사람은 절대 떠올릴 수 없는 문장이다. 실제 수업 시간에 이런 'have'를 수십 개씩 알려주는데 학생들 반응은 하나같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나름 토익 점수도 높고 회화 학원도 다녀봤는데 이런 영어를 어디서도 배운 경험이 없다는 억울함이다.
내가 생각하는 으뜸 영어 자료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단어로 이루어진 말과 글이다. 모르는 단어를 형광펜 칠해가며 새로운 단어를 알아가는 재미는 나중에 느껴도 충분하다. 또한 이미 배운 단어를 활용하는 방법을 정확히 익히고 나서 원서를 읽기 시작하는 편이 오히려 효과적인 학습 순서이다.
그래서 영어는 문장을 기억하는 것보다 '상황'을 기억하는 것이 필수이다. 문장을 머리에 담기보다 상황을 먼저 머리에 담아야 한다. 문장을 외우지 말고 상황을 외워야 한다. 끝으로 여러 상황을 축적하면서 동시에 다른 비슷한 상황과 '연결'까지 해보자. 그 단계에 들어가면 아무리 우리말로 어려운 내용이 나와도 '쉬운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은 곧 실력으로 바뀐다. 나는 원어민이 아니지만 어떤 어렵고 복잡한 상황을 영어로 바꾸라고 해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게 쉬운 영어가 지닌 힘이다.
쉬운 영어를 어렵게 공부하고 어려운 영어는 쉽게 공부하자.
그러면 영어를 배우는 전체 과정이 쉬워진다.
5. 기본 단어 의미와 구조로 뉴스까지 커버할 수 있다.
대형 어학원에 가면 생활영어를 배우는 '회화반'과 시사뉴스를 다루는 '시사반'이 따로 있다. 이름은 회화와 시사지만 사실 초급반과 고급반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영어 학습 방법도 패션처럼 유행을 탄다. 지금은 유튜브에서 '섀도잉'이 유행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뉴스 청취'가 대세였다. 나도 시류에 편승해 '시사뉴스 청취반'을 등록해서 다녔다. 하지만 나는 생활영어에 자신이 없었고 다른 수강생도 나와 비슷하게 보였다. 시사뉴스가 고급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생활영어에서 허덕이고 있을까?
이 글에서 계속 반복하고 있는 주제에 답이 숨겨져있다. 기본 단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면 '시사 영어'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배경지식이 필요한 뉴스와 전문 용어가 등장하는 기사는 별도로 학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영어로 된 모든 말과 글은 기본 단어가 밑바탕이다. 기본 단어를 익히지 않고 대충 넘어가도 어차피 나중에 다시 배워야 한다. 기본 단어 감을 익히는 단계는 생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 예문을 보자.
상황1)술집에서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다. 할 얘기가 떨어져 나는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다. 친구는 내게 안주로 먹던 땅콩을 던진다. 이런 상황을 영어로 표현해보자.
I got hit with a peanut.
머리에 땅콩을 맞았다는 표현을 'got hit with'로 처리했다. 여기까지는 '할만하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자.
상황2)2001년 9월 11일에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9.11 테러로 불리며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붕괴됐다. 이런 상황을 영어로 표현해보자.
The Trade Center got hit with a plane.
내가 땅콩에 맞은 것처럼 무역 센터도 비행기에 맞은 상황이다. 우리말은 어색하게 들리지만 영어로 충분히 가능한 구조이다. 무역 센터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땅콩이든 비행기든 'got hit'한 상황이다. 사소했던 땅콩이 중대한 테러 비행기로 변해도 영어 문장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표현 방식은 그대로이다. 그러므로 영어 기본기가 충실하면 시사영어까지도 커버할 수 있다.
상황3)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은 우리나라 의료보험 시스템과 비교해 환자가 부담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은 미국에서 병원을 갈 엄두를 못 낸다. 병원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오죽하면 30년 전에 이민을 떠난 사람도 치과 진료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올까. 비행기 왕복 비용을 부담해도 한국에서 치료받는 편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 시스템 속에서 많은 환자들이 깜짝 놀랄 만큼 비싼 병원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A lot of hospital patients get hit with a surprise medical bill.
땅콩, 비행기, 병원비 모두 같은 구조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칼럼을 위해 힘들게 찾은 예문이 아니다. 이런 표현 방식과 구조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접한다. 영어에는 뼈 종류는 많지 않고 살 종류가 많을 뿐이다. 뼈대를 딱 잡고 그 위에 다양한 살만 얹으면 된다. 영어를 접하다 보면 'get/got hit with'를 반드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상황5, 상황6을 스스로 추가해보자. 그게 누적되면 4번에서 배웠던 문장과 상황을 '연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역시 아는 단어가 전부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번부터 5번까지에 해당하는 자세한 내용은 러너블 오프라인 수업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수업은 글보다 말로 설명한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모든 수업은 소규모로 진행됩니다. 최대 6명 이상은 받지 않습니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글 2편을 더 공유하겠습니다. 꼼꼼하게 읽어서 영어 때문에 더는 방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영어는 혼자 공부하는 것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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