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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Aug 07. 2023

좋아 보이는 광고 소재의 비밀

어떻게 가치제안 할 것인가?

요즘 회사에서 신규 프로덕트 기획을 하고 있다. 프로덕트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나왔을 때 어떤 메시지로 핵심 가치를 전달할지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좋아 보이는 광고를 캡처했다. 내 아이폰 사진첩은 인물이나 음식이 아닌 광고가 장악한 지 오래다. 때론 광고 소재를 일부러 클릭해 랜딩 페이지나 상세 페이지로 연결되는 퍼널을 직접 경험해 보기도 한다. 마케터의 생각을 역으로 유추해 보는 것이 의미 있기 때문이다. 근래 개인적으로도 인상 깊었던 광고 소재 4가지를 뽑아 보았다. 함께 좋아 보이는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리글, 시점이라는 가치

리글은 여러 채널에 흩어져 있는 리뷰를 자사몰로 이전해 주는 서비스다. 아래는 SNS에서 만난 리글의 광고 소재다. 얼핏 보기에 폰트도 그렇고 색감도 그렇고 소재의 디자인 가치가 그렇게 높아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리글의 왼쪽 광고 소재에는 "자사몰 개설 후"라는 특정 시점에 대한 가치 제안이 선명히 담겨있다. 우측에는 "휑하고 텅 빈 상품리뷰 리글로 구매율 UP!"이라는 문구로 서비스 전/후 비교를 한 장으로 강력히 보여준다.

리글의 광고 소재. 서비스를 사용할 시점을 강조한다.


국내 쇼핑몰 사장님들 중에는 자사몰이 아닌 외부몰에서 판매를 시작한 경우가 무척 많다. 네이버 스토어, 지마켓, 11번가, 옥션.. 우리나라는 외부몰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부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자연스레 자사몰을 오픈하는 수순이 존재한다. 그런데 막상 자사몰을 오픈해도 고객들이 구매를 그곳에서 하지 않는다.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리글은 문제의 핵심을 흩어진 리뷰로 본다. 서비스는 매핑 데이터와 검수작업을 통해 다양한 곳에 흩어진 리뷰를 자사몰로 모아준다.


리글 홈페이지에 있는 사장님들 리뷰


리글의 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검정 배경에 커다란 폰트로 쓰여있다.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리뷰. 흩어져 있는 리뷰를 자사몰로 모아 보세요."

리글은 자사몰 오픈 후 외부몰에 비해 저조한 매출의 문제를 리뷰로 보고 솔루션을 리뷰 이관으로 연결시킨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가치제안이 있고, 여기에 "자사몰 오픈 후"라는 시점에 대한 명확성이 더해진다. 리글은 서비스 핵심가치와 광고 소재를 투명하고 힘 있게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라쿠텐 트래블, 사진 한 장이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정서

회사에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극한의 폭염 주의보가 중동에 내려졌지만 국내는 일단 휴가 시즌이다. 두 번째 소개하고 싶은 광고 소재는 일본 최대 호텔 예약 사이트인 '라쿠텐 트래블'이다. 보자마자 “아 저기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쿠텐 트래블의 광고 소재. 슬램덩크 키즈라서 그런지 마음이 말랑해졌다.

여행과 감성은 떼어낼 수 없다. 라쿠텐 트래블의 광고 사진 한 장은 자극적인 SNS 피드 속 조용히 감정의 파장을 일으킨다. 노을이 지는 바다와 얽힌 전선들, 그리고 하루의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 타있을 복고풍 열차가 사진 한 장에 모두 담긴다. 라쿠텐 트래블의 광고 소재는 복잡한 마케팅 기교 없이 사진 한 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만약 이런 기법을 여행이 아닌 다른 카테고리에서 썼다면 이렇게까지 와닿았을까? 결국 여행의 본질인 감성과 사진이라는 형식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매일 11시, 꾸준함이라는 보편적 가치

최근 일본어에 관심이 가서 일본어 콘텐츠를 기웃거렸더니 피드에 매일 11시라는 광고가 떴다. 광고 소재에는 "매일 카톡으로 일본어 한 개"라는 단순한 카피와 카톡 인터페이스가 보인다.(매일 11시도 디자인 가치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

매일 11시 광고(좌측), 서비스(우측)

나는 매일 11시 광고를 보고 한참을 생각했다. "아니 이게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그냥 같은 시간에 카톡으로 문장 하나를 보내주는 것뿐인데?" 소재를 클릭해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상품 구성이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영어회화, 일본어, 동기부여에 해당하는 한 문장을 카톡으로 매일 보내주는데 6개월에 가격이 20,000원 안팎이었다. 머릿속에 "매일 하나씩 일본어를 공부하면 일 년이면...“ 이라는 계산이 자연스레 지나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내 카톡 친구에는 매일 11시가 추가돼 있었다.

매일 11시, 꾸준함이라는 강력한 무기

매일 11시 프로필을 클릭하니 "꾸준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라는 태그라인이 있다. 스픽이나 링글 같이 본격적으로 시간을 들여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티끌을 모아 언젠가 본격적인 공부의 트리거를 만들고 싶은 나 같은 게으름뱅이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매일 11시는 꾸준함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카톡이라는 형식으로 연결했다. 매일 11시에 새로운 일본어가 온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핀을 꼽아 카톡 대화 리스트 최상단에 고정해 버렸다. 호랑이는 귀엽지만 정말 무서운 서비스다.



프레임 바이, 숫자가 주는 신뢰성

마지막 소개하고 싶은 광고 소재는 프레임 바이다. 해당 제품의 광고 소재는 숫자로 시작해 숫자로 끝난다. 좌측의 광고 소재를 얼핏 보면 48만 개, 96점, 별점 같은 정량적 정보가 먼저 담긴다. 오히려 컬러커스텀이 가능하다거나, 다양한 아이폰/갤럭시 기종으로 선택이 가능하다는 정보는 눈에 잘 안 띄게 디자인되어 있다.

정량적 정보로 승부를 보는 프레임 바이

정량적 정보는 제품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 제품이 믿을만하구나 라는 기준점 편향(Anchoring Bias)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의사결정 시 처음 접하는 정보에 크게 의존하게 되며, 다음 결정의 기준이 되어버린다. 이때 다른 사람이 남긴 숫자나 믿을만한 지표는 기준점 편향을 더 강하게 만든다. 팔린 개수 48만 개와 고객 점수 96점의 광고를 클릭해 들어간 상세 페이지에는 이미 12,712개의 리뷰가 존재한다. 리뷰를 읽어보지 않아도 이미 숫자에 압도된다. 프레임 바이의 마케팅 전략은 숫자로 시작해 숫자로 끝난다. 숫자는 곧 신뢰성이기도 하다.



나가며

지금까지 4개의 광고 소재를 통해 좋아 보이는 소재들의 비밀을 살펴보았다. 모두 완전히 다른 접근을 했지만, 결국 서비스가 가진 핵심 가치를 어떤 형식을 빌려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광고 카피, 디자인 기법 같은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이 된다. 서비스의 핵심 가치가 잘 정의되어 있다면 기교 없이 백지에 글자만 써도 소비자는 받아들이게 된다. 좋은 광고 소재의 비밀로 출발했지만 결국 서비스 자체로 이야기로 돌아왔다. 사용자는 자신의 문제를 대신 해결할 수 있는 것에 지갑을 연다. 서비스의 핵심 가치가 별로라면 자극적인 소재나 빛나는 디자인도 얼마 안 가 금방 들통이 나고 말 것이다.


'좋아 보이는 광고 소재의 비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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