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V 소셜임팩트 '시니어' 시리즈를 읽고
고연령 사용자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시력, 청각, 운동능력 등 신체적인 기능 저하에만 따른 것으로 여기는 것은 가장 큰 오해다. - 컴퓨터 공학자 제프 존슨(Jeff Johnson)
우리는 노인을 위한 디자인에서 흔히 신체적 노화와 퇴화에 중점을 둡니다. 하지만 공학자 제프 존슨의 주장처럼, 시니어가 유년기에 접한 디지털 기기(물리버튼 형태의 라디오, 티브이)로 형성한 멘탈 모델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사용 경험이 주요한 행동 패턴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멘탈 모델을 조금 쉽게 풀어봅시다. 이것은 일종의 '생각의 프레임'입니다. 삶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형성되며, 오래된 멘탈 모델일수록 잘 바뀌지 않습니다. 멘탈 모델은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보고 주문을 하는 것부터 파일을 컴퓨터 메뉴에서 "저장"하는 것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됩니다.
멘탈 모델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학습을 통해 형성한 내면의 표현으로, 새로운 상황에서도 이 모델을 활용해 행동을 예측하고 적응하게 도와줍니다. 시니어들이 가진 멘탈 모델이 디지털 세상에서 잘 적용되지 않는 것이 사실 진짜 문제인 것입니다.
60대인 저희 어머니는 쿠팡에서 메뉴 버튼(세줄)이나 사람 모양 아이콘(프로필)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머니가 젊을 때 형성한 멘탈 모델이 대체로 라디오 버튼처럼 모든 기능이 물리적으로 노출된 형태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좁은 화면을 극복하기 위해 숨겨진 메뉴나 위계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유년기에 형성한 멘탈 모델로는 이러한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잘 예측되지 않습니다. 제가 옆에서 어머니께 쇼핑을 한 이력이 남는 마이페이지를 설명한 적이 있는데 유독 구조를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 시대의 인터페이스들에는 이러한 탐색 기능이 대부분 없었습니다.
멘탈 모델 관점으로 보면 시니어들이 보이스 어시스턴트를 선호하는 이유도 이해가 갑니다. 지금처럼 배민으로 메뉴를 탐색해서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집에 거는 한 통의 전화가 어머니에게는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보이스 어시스턴트는 특히 다음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 접근성
복잡한 웹사이트 탐색이나 작은 화면에서 텍스트를 읽는 것 없이, 건강, 뉴스, 교통 상황, 레시피 등을 음성으로 물어보고 바로 답을 듣습니다.
사회적 고립 감소
보이스 어시스턴트는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합니다. 이는 고령 사용자들이 혼자 있을 때도 대화 상대가 되어주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멘탈 모델 관점에서 보면 시니어들의 키오스크 사용에 대한 어려움도 조금 다른 맥락으로 보게 됩니다. 관련 기사들을 보면 대부분 노인들의 신체 능력 저하의 관점으로 키오스크를 비난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노인들의 멘탈 모델로 키오스크 아이콘의 메타포,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방법, 장바구니의 개념을 유추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단순히 인터페이스 속 글자나 요소를 크게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같습니다. 문득 키오스크가 물리 버튼을 흉내 내거나, 인터페이스의 룩앤필을 *스큐어모픽 디자인으로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스큐어모픽 디자인(skeuomorphic design) : 디지털 인터페이스에서 실제 세계의 물리적 객체와 질감을 모방하는 디자인 스타일을 의미. 디지털 메모장, 가죽, 나무, 금속등의 질감을 인터페이스에 흉내 낸 형태.
세 줄 요약
시니어들이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신체적 기능 저하뿐만이 아니다. 유년기에 형성된 멘탈 모델로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의미를 유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멘탈 모델 차원에서 보면 정보가 숨어있는 위계적인 UX는 물리 버튼에 익숙한 시니어의 멘탈 모델과 잘 맞지 않다.
시니어가 보이스 어시스턴트 UX를 선호하는 이유 역시 멘탈 모델과 관련이 깊다.(중국집 전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