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불안해지는 디자이너들에게

채용이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

by 우디

요즘 채용 공고를 새로고침하다 아무것도 안 뜨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고 계신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채용 사이트를 열어보고 점심 먹고 한 번 더 들어가 보고 저녁에 다시 한번 새로고침을 눌러보지만 달라진 건 없는 화면. 괜히 더 불안해지고 스스로를 의심해 마음이 조급해지는 시기입니다.


이렇게 조용한데,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서류 결과도 안 나오는데, 내가 부족한 걸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이상한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이 조용함을 전부 개인 문제로만 해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느끼는 이 공백감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가 잠시 숨을 고르는 구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조용한 걸까

1월은 원래 채용이 느린 달입니다. 이 시기 회사들은 연말 정산과 예산 마감이 끝납니다. 조직 개편과 인사이동이 정리되며 새로운 채용 계획이 확정되기까지 회사들은 잠시 멈춰 섭니다. 여기에 요즘은 경기 불확실성, 조직 개편 시즌, AI 도입으로 인한 채용 보류까지 겹쳤습니다.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하자.
올해 인력 계획부터 다시 짜자.
이 포지션이 꼭 지금 필요한지 다시 보자.


이런 판단들이 조직 안에서 동시에 일어나면서 공고 자체가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이 전체적으로 느린 게 맞습니다. 이건 개인 역량보다 환경과 타이밍 영향이 훨씬 큽니다.


실제로 요즘은 잘 준비된 포트폴리오를 가진 분들도 1월에는 서류 피드백 자체를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결과가 안 나오는 걸 곧바로 내가 부족해서라고 연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시기


이 시기의 안 좋은 선택

공고가 거의 없어 상황에 안 맞는 곳들에 지원 숫자부터 더 늘리는 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슷한 포트폴리오로 비슷한 공고에 계속 던지면 얻는 건 서탈 기록과 멘탈 소모뿐입니다. 이 시기에 진짜 아쉬운 분들은 2~3월이 됐을 때 거의 비슷한 말을 합니다.


그때 조금만 더 다듬어둘 걸…


1월은 결과의 달이라기보다 준비의 달에 가깝습니다. 이 시기 조용히 다듬은 10페이지 차이가 서류 결과를 갈라놓습니다. 그래서 지금 더 중요한 건 지원 수를 늘리는 것보다 포트폴리오를 다듬는 일입니다. 포트폴리오는 작품집이 아니라 설득 자료에 가깝습니다.


JD를 먼저 읽고, 그 회사가 어떤 문제를 풀 사람을 찾는지부터 구조에 반영해야 합니다. 레퍼런스를 모으는 것도 저장에서 끝나면 의미가 없습니다. 내 프로젝트 어느 장면에 어떻게 쓸지까지 구체적인 연결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꼭 끊어야 할 5가지 습관


1. 레퍼런스만 저장하고 적용하지 않기

저장만 하고 내 포트폴리오에 안 쓰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예쁜 화면을 모으는 건 쉽습니다. 그걸 내 프로젝트 어느 장면에 어떻게 쓸지까지 연결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변화는 없습니다. 레퍼런스는 수집물이 아니라 적용물이 되어야 합니다.


2. 툴 공부만 하고 포트폴리오는 안 만지는 습관

툴 숙련도는 채용 가능성과 거의 비례하지 않습니다. 툴을 잘 다루는 사람은 많고 문제를 풀 줄 아는 사람은 적습니다. 트렌디한 툴을 더 공부하기 전에 포트폴리오 한 페이지라도 더 논리적으로 다듬는 게 더 경제적인 준비입니다.


3. 공고 안 보고 혼자 만족하는 구조로 만드는 습관
JD 핏 없는 포트폴리오는 자기만족형 결과물이 됩니다. 회사가 찾는 문제 유형, 역할 범위, 기대 수준과 무관한 구조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포트폴리오는 나를 보여주는 자료이기 전에 그 회사에 맞게 조율된 자료여야 합니다.


4. 문제 정의 없이 화면부터 그리는 습관
채용자는 예쁜 화면보다 왜 이렇게 했는지를 봅니다. 문제 정의 없이 나온 화면은 의도 없는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왜 이 방향을 선택했는지가 빠지면 화면의 완성도는 크게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5. 데이터나 근거 없이 '좋아질 것 같아서요'라고 말하는 습관
이건 설득이 아니라 추측입니다. 완벽한 데이터가 없어도 괜찮지만 최소한의 근거나 본인 기준이 필요합니다. NPS든, UT든, 설문이든, 로그든 숫자가 작아도 의사결정의 맥락이 보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6. 합격 사례만 보며 멘탈을 깎아내리는 습관
그 사람의 합격 경로는 그 사람의 상황입니다. 회사, 타이밍, 경력, 포트폴리오 스펙트럼이 모두 다릅니다. 그 경로를 그대로 따라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최적 경로는 다를 수 있고 대부분은 실제로 다릅니다.


불필요한 비교는 이 시기에 정말 주의해야 합니다.



지금 조용히 준비하는 사람들께

혹시 스스로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면, 그 불안을 너무 크게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방향이 틀린 게 아니라 타이밍이 잠시 느린 구간에 들어와 있을 뿐입니다. 2~3월 공고가 다시 늘어날 때 그때 '아, 이때 다듬어두길 잘했다'는 쪽에 꼭 서셨으면 합니다.


지금 이 조용한 시간들은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결과를 조금씩 앞당기고 있는 시간이라는 걸 나중에는 분명히 알게 될 겁니다.



'연초에 불안해지는 디자이너들에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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