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을 가르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송 선생님은 왜 화를 내서 가르치지 않으세요?”
“왜 잘한다고만 하시고, 혼을 내지 않으세요?”
처음에는 질문의 의도를 가늠하느라 잠시 멈칫한다.
대부분의 수강생은 취미로 악기를 시작한 분들이다. 이미 사회에서 충분히 책임을 짊어지고 살아온 어른들이다. 그분들에게 ‘혼’은 실력을 키우는 연료가 되기보다,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는 족쇄가 되기 쉽다.
25년을 가르치며 얻은 확신이 있다.
취미생에게 가장 효과적인 지도법은 격려다.
잘못을 지적하되, 가능성을 먼저 보여주는 것. 부족함을 말하되, 이미 가진 장점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것. 이 방식이 결국 더 멀리 데려간다.
그런데 가끔은 불만 섞인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전 강사는 화도 내고 소리도 질러서 저희 팀이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분은 진짜 카리스마 하나는 장난이 아니었죠.”
여기서 잠시 멈춰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언제부터 난폭함을 카리스마로 착각하게 되었을까.
고압적인 말투, 날 선 지적, 위계로 눌러버리는 분위기.
그 순간은 긴장감이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긴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긴장은 결국 두려움으로 바뀌고, 두려움은 소리를 막는다. 소리가 막히면 음악은 멈춘다.
사실 ‘카리스마(Charisma)’라는 단어의 어원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뜻을 품고 있다.
카리스마는 ‘은혜’를 의미하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받은 은혜가 흘러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자신이 받은 배움, 기다림, 격려, 실패를 견뎌준 시간들.
그 모든 은혜를 달란트로 잘 갈무리해,
이제는 그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힘,
그것이 카리스마다.
진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는 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방 안의 공기를 바꾼다.
혼을 내지 않아도, 사람을 움직인다.
두려움이 아니라 신뢰로, 압박이 아니라 기대감으로 성장하게 한다.
나는 수강생이 악기를 내려놓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 조금 부족해도, 다음 주에 다시 오고 싶어 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선생님, 저 소리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그 말을 스스로 하게 되기를 바란다.
카리스마는 위에서 누르는 힘이 아니라,
아래에서 받쳐주는 은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화를 내지 않는다.
대신 믿어준다.
믿음이 쌓이면, 소리는 반드시 자란다는 것을
나는 오랜 시간으로 배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