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것을 두고 미디어 생태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공적 인프라가 동원되는 초대형 이벤트의 과실이 결국 거대 해외 플랫폼으로 귀속된다는 비판이다. 미디어 플랫폼의 경쟁력이 곧 콘텐츠 유통의 주도권이자 생태계의 근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토종 유료방송 및 OTT 플랫폼의 위축을 경계하는 이러한 지적은 충분히 공감이 가능하며, 우리 미디어 산업계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담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안을 '국내 플랫폼의 소외'라는 프레임으로만 접근하기에는, 이 메가 이벤트가 지니는 국가 브랜드 홍보 가치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사적 계약의 본질을 간과할 우려가 있다.
이번 넷플릭스 단독 생중계는 특정 플랫폼에 공적 특혜를 주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넷플릭스 간의 철저한 사적 계약에 의해 성사된 비즈니스의 결과물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점유율이 높은 국내 스마트TV 기반의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을 대안으로 거론하지만, 이는 하드웨어 보급률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획력을 혼동한 결과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TV 제조사들은 훌륭한 디바이스 및 유통망을 갖추고 있으나, 애초에 이러한 초대형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할 DNA나 인력을 갖춘 기업이 아니다. 이들은 대규모 글로벌 중계 콘텐츠를 기획해 본 경험이 부족하며, 선제적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나설 유인이나 관심도 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콘텐츠 제작 역량과 글로벌 동시 송출 노하우가 검증된 넷플릭스를 하이브가 최적의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시장 논리이며, 토종 플랫폼과 먼저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특히 두 기업의 협력은 단발성 생중계에 그치지 않는다. 컴백 라이브 엿새 뒤인 3월 27일에는 새 앨범 '아리랑(ARIRANG)'의 제작 여정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즉, 이번 이벤트는 단순한 중계권 판매가 아니라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과 후속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제작이 하나의 완결된 서사로 이어지는 치밀한 기획의 산물이며, 양사의 이해관계가 완벽히 맞아떨어진 사적 계약으로 보아야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민간 기업 간의 사적 계약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막대한 공적 이익으로 치환된다는 사실이다. 방탄소년단은 명백히 사기업이 막대한 자본과 기획력을 투입해 키워낸 글로벌 상품이지만, 이들이 지닌 문화적 파급력은 이미 국가적 자산의 반열에 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2018)은 BTS의 연간 생산유발효과를 약 4조 1,400억 원으로 추산하였으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의 변주현 교수는 2019년 10월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BTS 콘서트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3회 공연의 작간접적 경제효과가 9,229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번 BTS의 컴백 공연은 당시 잠실 공연과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상징적인 효과가 있으며, 이에 따라 이 이벤트가 일으킬 직간접적 경제 효과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가 컴백하는 이벤트를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광화문 광장을 무대로 삼고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얻게 될 홍보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천억 원의 직접적인 국가 홍보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서울의 최중심부를 이토록 폭발적이고 매력적인 방식으로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이번 공연을 위해 광화문이라는 공적 공간이 열리고 행정력이 동원되는 이유는 특정 기업의 수익 창출을 돕기 위함이 아니다. 사기업의 압도적인 지식재산권(IP)과 글로벌 플랫폼의 송출력이 결합해 창출해낼 거대한 시너지를 국가 브랜드 홍보의 지렛대로 삼기 위함이다.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보호하고 토종 플랫폼을 육성해야 한다는 과제는 우리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 중차대한 숙제이다. 하지만 두 가지 가치는 결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며, 지금은 사적 자산이 공적 공간과 결합해 만들어낼 전례 없는 긍정적 파급력에 집중하여 이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