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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와 오픈 AI의 전략적 제휴의 의미

슈퍼 IP기업과 슈퍼 AI 기업이 만들어낸 새로운 흐름

by 민물장어

미국에서 연일 커다란 소식이 들리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이하 WBD) 인수 소식에 이어 이번에는 디즈니가 오픈 AI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는 소식이 등장했다. 넷플릭스의 WBD 인수소식이 미디어 산업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메가톤급 뉴스라면 디즈니와 오픈AI의 협력 소식은 미디어와 AI 산업 양쪽에 새로운 이정표를 꽂는 메가톤급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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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AI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저작권 문제를 세계 최대 IP 기업인 디즈니와의 계약을 통해 해결했다. 디즈니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아바타 등 수많은 IP를 보유한 전세계 최대 IP 기업이다. 이런 기업의 IP 상당수를 오픈 AI가 한꺼번에 사용 허락을 얻게 되며, 구글의 거센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구글은 방대한 자사 포털에 쌓인 이미지들과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들을 통해 강력한 멀티모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두주자였던 오픈AI를 거세게 추격했는데, 이번 계약으로 오픈 AI는 구글의 거센 추격을 방어해 낼 무기를 하나 갖게 되었다. 오픈 AI는 디즈니의 캐릭터를 자사 생성형 AI의 이미지 제작이나 소라를 통한 영상 제작에 활용가능하게 함으로써 구글이 제공할 수 없는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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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디즈니는 이번 계약과 동시에 구글을 향해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냈다. 오픈 AI 계약 발표 직전, 디즈니 법무팀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에 강력한 내용의 저작권 침해 중지 요청 서한(Cease and Desist Letter)을 발송했다. 디즈니는 구글의 AI 모델인 제미나이, 비디오 생성 모델 Veo, 이미지 모델 이마젠 등이 디즈니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학습하고, 이를 통해 미키마우스, 겨울왕국의 엘사, 스타워즈 캐릭터 등을 무단으로 생성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때 디즈니는 구글의 AI 서비스를 “가상 자판기(Virtual Vending Machine)”처럼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디즈니의 저작물을 그대로 복제해서 출력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저작권 침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세계 최대 IP 기업인 디즈니의 이런 행보는 향후 AI 시장에서 IP의 확보가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이른바 라이선스 AI와 비라이선스 AI 간의 구분은 향후 이미지와 영상 AI 시장에서 AI 서비스의 성공여부를 가를 또 하나의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레거시 IP가 AI 플랫폼과 만났을 때 창출되는 막대한 가치를 드러내는 하나의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WBD가 보유한 IP 라이브러리의 잠재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 이는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의 WBD 쟁탈전에 다시한번 불을 당길 가능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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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 계약으로 디즈니는 무엇을 얻게 될까? 디즈니에게 이는 단순한 라이선싱 계약이 아니다. 계약 형태를 보면 디즈니는 자신의 IP를 활용해 오픈 AI 지분을 확보하고 AI가 주도하는 성장 국면에 탑승하는 고도의 금융 및 전략 설계를 하였다. 이번 계약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거래의 성격이다. 디즈니는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 수동적인 IP 제공자가 아니라, 오픈AI의 미래 가치에 베팅하는 능동적인 투자자로 나섰다. 디즈니는 오픈AI에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를 직접 투자했다. 이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생성형 AI 기업에 집행한 단일 투자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이다. 이 자금은 오픈AI가 모델 학습 및 인프라 확장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데 기여하며, 디즈니에게는 오픈AI의 성장 곡선에 올라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디즈니는 이번에 단순히 10억 달러의 투자만 진행한 것이 아니라 워런트(warrants)를 통해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디즈니는 향후 오픈AI의 지분을 정해진 가격에 추가로 매입할 수 있게 되었는데, 오픈AI의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경우, 디즈니가 그 차익을 실현하거나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디즈니는 AI 산업의 성장에 따른 과실을 함께 수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과거 기술 기업으로서 미디어 시장을 잠식했던 것과는 반대로, IP 기업이 자신이 보유하지 못한 기술 기업의 지분을 확보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짠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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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디즈니는 오픈 AI의 도움을 얻어 기업 내부에 AI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전망이다. 디즈니는 오픈AI의 엔터프라이즈 고객이 되어 디즈니 GPT와 자비스(Jarvis)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먼저 디즈니 GPT는 사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아카이브를 학습한 내부용 챗봇으로, 직원들이 스토리 아이디어를 검색하거나 제작 관련 정보를 찾는 데 활용된다. 이를 통해 디즈니의 스토리라인 개발이나 구성에 있어 기획 및 창작자들이 GPT와 함께 아이디어를 개발할 전망이며, 이는 콘텐츠 제작 시스템의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비스는 마블의 캐릭터인 아이언 맨의 인공지능 비서를 말하는데, 디즈니는 이를 차용해 기업 내부의 에이전트 AI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복잡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제작 파이프라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중이다. 디즈니는 이처럼 오픈 AI의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를 통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작 비용을 절감하고, 제작 효율을 높여 콘텐츠 성공률과 영업 지표를 개선하고자 한다. 세계 최대의 콘텐츠 제작사인 디즈니의 이러한 행보는 향후 콘텐츠 제작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계기로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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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디즈니와 오픈 AI의 이번 협력은 단순한 라이센스 제휴를 넘어 IP 기업과 AI 기업의 새로운 관계 설정의 표본을 제시한다고 할 것이다. 이는 AI의 저작권 문제와 콘텐츠 기업의 AI 도입 등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이성민 교수는 저서 “모든 것이 콘텐츠다.”에서 콘텐츠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타고 흐르는 액체 미디어 시대에는 이 미디어들을 관통하는 IP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미디어는 변용되지만 이 미디어를 타고 형태를 무한하게 변용하는 IP는 앞으로 AI를 비롯한 모든 미디어 플랫폼에서 중요한 무기로서 기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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