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글로벌 복합 미디어의 탄생이 가능할까?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WBD)의 최종 인수자로 결정되었다. 이 역사적 인수 결정은 다양한 분석들을 쏟아낼 것임이 자명하다. 워너브러더스는 늘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리저리 매각되고 합병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실패로 끝났지만, AOL과의 합병은 당시 인터넷 확산 국면에서 이루어진 시도였으며, 역시나 실패로 끝났지만 2018년 AT&T로의 인수는 당시 넷플릭스를 필두로 확산되는 스트리밍 시장에 대항하기 위해 리니어 생태계의 최강자인 AT&T와의 협업을 꿈꾸며 이루어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WBD의 결정은 스트리밍 시장과의 대결에서 리니어 생태계가 완전히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WBD는 리니어 시장을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스트리밍 시장을 키워보려했지만, 결국 이 또한 한계를 느끼며 결국 스트리밍 시장의 최강자인 넷플릭스의 품에 안겼다.
이번 결정은 넷플릭스가 이제 더욱 막강한 글로벌 미디어 복합 기업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로 슈퍼IP-제작-글로벌 유통까지 콘텐츠 유통 가치사슬을 완벽히 수직계열화했으며, 미국 SVOD 스트리밍 3위인 HBO MAX까지 품으며 SVOD 스트리밍 시장의 절대적인 강자로 등극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넷플릭스가 이제 슈퍼 IP를 보유한 사업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늘 IP에 목말라했다. 2017년 킹스맨, 킥애스 등의 IP를 보유한 밀러월드를 인수하였고 이후 중소 규모의 게임 IP 회사를 인수해왔지만, 이것만으로는 막대한 IP를 보유한 디즈니에 역부족이었다. WBD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의 저스티스 리그, 해리포터, 모탈 컴뱃, 왕좌의 게임 등의 슈퍼 IP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마블의 대척점에 있는 DC 스튜디오가 넷플릭스 품에 안기며, 디즈니가 해오던 마블 기반의 트랜스 미디어 전략의 구현이 가능해진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의 DC 세계관을 극장과 OTT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이야기로 풀어가며, 극장 사업과 OTT 사업 간의 트랜스 미디어 전략이 가능해진다(마블처럼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이는 전통적인 글로벌 최강 콘텐츠 사업자인 디즈니에게 강력한 위협이 될 것이다. 디즈니는 플랫폼 확대 전략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이미 글로벌 플랫폼을 장악한 넷플릭스에게 전통적인 콘텐츠 IP 강자가 편입되는 것은 성공확률이 훨씬 높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오늘 발표된 이 딜이 마무리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딜이 최종적으로 성공하게 될지는 아직 한참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는 WBD의 법인 분할과 미국의 공정위에 해당하는 FTC(Federal Trade Commission)의 까다로운 승인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부분만 인수하기로 하고 케이블 채널 부분은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즉, CNN, TNT, 디스커버리 채널 등은 별도 법인으로 존속해야 한다. 이에 WBD는 해당 부분을 분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분할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인수를 위한 본 심사가 쉽지는 않아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강력한 수직적, 수평적 결합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결합이다. 강력한 수직적 결합효과는 차치하더라도 미국 2-3위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HBO MAX 간의 수평적 결합은 FTC 승인 과정에서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트리밍 분석기관인 Just Watch(2025)에 따르면 현재 미국 SVOD 스트리밍 시장에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21%로 1위, 넷플릭스는 20%로 2위, HBO MAX가 13%로 3위이다. 이중 넷플릭스와 HBO MAX가 결합할 경우 33%의 점유율에 해당하는 압도적 1위 스트리밍 사업자가 탄생한다. 2023년 FTC가 펴낸 합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합병 후 시장점유율이 30%를 초과와 HHI 지수가 100보다 크게 변하면 불법 추정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FTC의 심사과정에서 SVOD 스트리밍 시장으로만 시장획정이 된다면, 이 딜은 불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넷플릭스는 시장을 유튜브, FAST까지 다 포함한 전체 스트리밍 시장으로 획정해야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시장이 획정된다면, 이 인수는 최종 승인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인수는 무위로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오늘의 메가 딜 소식은 큰 기대를 부풀리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심사가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여러가지 절차와 까다로운 승인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지켜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