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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Aug 22. 2021

진짜진짜최종_취뽀한 후기

그냥 잘 살고 있음

    안녕, 나는 아직 졸업까지 한 학기가 남은 직장인 대학생.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나는 단순히 회사생활 체험만 한번 해볼 생각으로 인턴에 지원했지만, 덜컥 전환형으로 합격하여, 연장계약도 희망고문도 없이 3개월차에 바로 전환된 후, 정규직 직장인으로 살고 있으며, 그리하여 다음 학기에는 약간의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대학교 5학년 학생이다.


    일을 시작하게 된 후로 브런치에는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는데, 숨막히게 바빴던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딱히 회사에 대해 쓸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회사는 자랑하라면 자랑할 수 있고 까라면 깔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회사인데, 복지는 전국 탑티어 급이라고 자부할 수 있고, 연봉은 이게 대기업이냐? 소리 나오는 수준이며, 업무량은 좀 살인적인데 편차가 있어서, 새벽까지 야근을 할 때도 있고 하루 2-30분 정도 잔업하는 걸로 그치는 때도 있지만, 퇴근 후에도 이래저래 팔로업 해둬야 할 것들이 있어서 전반적으로 내 일상은 사라진 편에 가깝다. 사람들은 대체로 좋지만 가끔은 힘들 때가 있고, 스스로 일을 무난하게 해내는 것 같다가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무능한 것 같다는 생각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니까, 딱히 한 꼭지를 이룰 만한 진득한 행복도 원망도 없이 딱 무난하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딱히 쓸 말도 없고, 회사나 업무에 대해서도 굳이 구체적으로 쓰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역시나 굳이... 글로 쓰고 싶을 만큼 행복한 일도 슬픈 일도 없는데다가, 이야기했다간 특정되기 쉬우니까.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나름 괜찮은 직장 라이프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굳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렇게 근황보고라도 해 둬야지 다른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굳이 길게 풀어 쓰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 듣고 싶은 강의는 많은데 회사 일로 시간적 여유가 없어 마지막 학기에 무난한 강의만을 골라 들어야 하는  아쉽다든지, 한동안 재택근무만 하고 나니 사람들이 너무 그립다든지, 책을 읽을 시간이 나지 않는다든지, 행복하지도 괴롭지도 않은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지나가버려 슬프다든지, 무난한 중산층 라이프에 편입할  있을  같아 안도감이 들다가도 블라인드의 수많은 사람들과 금세 동화되어버리는 느낌이 싫기도 하다든지, 그래도 월급으로 구내염 심한 본가 고양이들 수술을  해주고 뿌듯해졌다든지…… (쓰고 나서 보니  말이 많았군.)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기보다는 그냥, 이 정도로 근황보고를 마무리하자.

    나는 적당히 잘 살고 있고, 기회가 된다면 얼른 회사생활 말고 다른 이야기를 쓰러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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