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

비루코 45화

by 비루코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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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허니테이스팅 수업이 있었다. 커피가 산지와 농장에 따라 그 맛이 다르듯 벌꿀 역시 생산지와 꽃의 종류에 따라 그 맛이 확연히 달랐다. 심지어 허브나 다른 꿀을 이용해 블랜딩을 거치면 무수히 많은 향과 맛을 가진 꿀이 만들어진다. 수업에서 테스트를 한 맛은 6가지 뿐이었지만 색과 향은 물론 특히나 맛에 있어서 다채로운 구별이 가능했던것이 참 재미있었다. 서로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꿀이 가진 원래의 맛이 기존에 알고 있던 꿀의 맛과 너무도 다른 것에 놀라웠다.

그건 꿀벌이 꽃에서 모아 온 꿀들을 벌집에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몸 속에 저장과정을 통해 여러 효소들과의 화학적작용을 통해 원래 독성이 있는 꿀을 이롭게 만드는 과정에서 맛이 다양해지는 것이었다. 단순히 저장되는 것에서 벗어나 여러과정을 통해 마침내 우리가 알고 있는 꿀로 되는 과정이 참 소중하다.

특히나 꿀벌 한마리가 1g의 꿀을 모으기 위해 방문하는 꽃의 수가 대략 8천송이라는 것, 꿀벌의 평생이라 할 수 있는 한달 남짓의 기간 동안 모을수 있는 꿀의 양은 5g정도라는 것. 그렇게 소중하게 모은 꿀을 뺏기고도 뺏앗긴 줄 모른다는 것. 뭔가 조선시대 힘없는 소작인들이 뼈빠지게 고생하며 지은 일년간의 수확을 지주며 관리들에게 빼앗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너무 큰 상상일까.

이런 얘기를 하니 남편이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기를 먹는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건 줄곧 외면해오던 사실이었다. 꿀벌이 모아 온 꿀들뿐만 아니라 우리는 다른 생명체의 희생을 통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살아간다는 건 외면하고 싶어도 매순간 죽음을 마주하지 않으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하물며 반려동물인 고양이를 키우기위해 사료로 수많은 다른 동물들을 이용한 제품을 구입한다. 동물을 먹이기 위해 또다른 동물을 먹이고, 내가 살기 위해 타자를 죽일 수 밖에 없다. 이 모든것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육식을 그만두지 못하지만 마음은 계속 불편하다. 일종의 자기위안에 따른 감정의 작용인 것인가. 어차피 몇시간 뒤면 또 망각한채 열심히 음식 메뉴를 살피기 때문일 것인가.

그럼에도,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러하기때문에 더더욱 살아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된다고 생각이 든다. 나를 이자리에 있게 한 모든 죽음과 희생들이 헛되지않도록. 낭비되는 것 없이, 쓸모있는 죽음이 되도록 내게 주어진 음식을 만나면 가능한 최대한 남김없이 먹는다. 음식물쓰레기가 되는 차선책이 아닌 생명을 구성하는 피와 살과 에너지가 될수 있도록. 가능한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재료가 그 쓸모를 찾아 쓰임을 받고 사라질 수 있도록. 그렇게 하는 것이 지금 이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받아 나역시 다른이들을 선한 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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