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꿈꾸는 간호사의 일상
대학원 수업 중 한 선생님이 질문했다.
“ 나이가 드신 분들은 새로운걸 잘 안 받아들이려고 하신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교수님은 역으로 질문했다.
“그럼 젊은 신입 사원들은 가르쳐 준다고 잘 변하나요?”
생각해보면 사람이 학습하고 변화하는 것에 있어서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자기 고집이 생겨 변화하는 게 힘든 건 맞겠지만, 젊은 사람도 그 시절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며 당당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 나 역시도 뭣도 모르면서 내가 아는 게 전부인 양 아는 척을 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선생님이 사내 메신저로 부서 욕을 하다 메신저 창을 닫지 않아 부서의 다른 선생님이 그 메신저를 보게 된 일이 있었다.
“왜 하필 그 컴퓨터를 써서 그걸 보게 되었을까요. 안 봤으면 아무 일 없는 거였는데…….”
속상해하는 선생님에게 뭐라 말했어야 했을까.
“ 어차피 직장 생활하며 우리도 직장 욕 하는데 그냥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직장 옮기고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을 수 있죠. 카톡으로 하지. 안 보이게 하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직장에 오래 다닌 사람은 직장을 욕해도 괜찮고 새로 입사한 사람은 욕하면 안 돼!라고 하는 것도 웃기니까 속상해하고 넘어가야 했을까.
그런 일 뒤 그 선생님에게 불신이 생기는 건 내가 편협한 사람이라 그런 걸까.
요즘은 그런 세상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애플 워치에 내 목소리가 녹음되고 내 행동이 녹화되고 사진이 찍힌다. 기술의 발전은 모르는 의학용어를 무식한 티 내지 않고 몰래 찾아볼 수 있게 했고, 수많은 약을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간편함을 만들어 줬지만, (특별히 잘못하는 거 없고 특별히 튀는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내 행동 하나하나에 자기 검열을 하게 하고 내 말을 타인이 오해해서 녹음해서 신고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하게 한다.
그 속에서는 또 다른 사람들의 메신저를 일부러 열어보며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찾아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다 뭔가 반찬거리가 될만한 내용이면 사진을 찍어 나중에 또 자신의 무기로 사용한다. 업무 중 자리를 비울 때면 꼭 로그아웃을 해야 한다는 말이 도는 직장 괜찮은 직장일까
암튼, 태움이 있을까 그때를 위해 저렇게 한다는걸 머리로는 너무나 이해하지만, 누군가가 나도 모르게 녹음하고 찍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면 잘못된 행동을 하는것도 아닌데 뭔가 행동이 뚝딱거려진다. 업무상 필요한 메세지를 보내는 중인데도 괜히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인다. 업무중 메신저를 보내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다.
저녁밥을 사고 부담없이 먹으라는 뜻을 담은 농담으로 “내가 월급을 더 받으니까 내가 살게.”라고 말을 한 뒤, ‘아차.’한다.
‘혹시 월급 적게 받는다고 이야기해서 기분 나쁘려나?’
‘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말을 해야 하나?’
‘ 노조에 찾아가면 이 상황에 대해 말할 수 있게 오늘을 기록해놔야 하나?‘
잊고 사는 옛 기억은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튀어나와 나를 흔든다.
그리고 나의 모자란 점은 꼭 말하고, 행동한 뒤 ‘아차!’한다는 것이다.
말하기 전에 생각해야 한다.
“왜 걔랑만 밥 먹고 나랑은 밥 안 먹어요?”
“왜 쟤는 도와주고 나는 왜 안 도와줘요?”
이러한 이유로 신고를 당해 반년을 불려 가며 고통 속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 나는 나의 사소한 행동과 말에도 내 행동의 의미를 풀어 설명하며 말이 긴 꼰대가 된다. 그러다 그냥 말을 점점 줄이게 된다. 부서원 누구 하나와도 행동이 다르면 안 된다. 그냥 모든 아이들과 말을 안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난다.
직장생활에서 일이 힘들어도 “오늘 더럽게 바빴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투덜거리고 욕하고 다시 으쌰 으쌰 하는 게 좋다고 하는 건 꼰대 마인드겠지. “ 저 지금 출근하려는데 배 아파서 출근 못 하겠어요. 근무 빼주시고 병가처리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걸 이상하게 들으면 안 되겠지.
저런 말들을 자유롭고 편하게 할 수 있고, 그걸 이해해주는 직장이 늘어나는 게 더 좋은 사회가 되는 거라고 이해해보려고 한다.
사실 갈수록 어려운 직장생활이다.
모든 신입사원, 경력직, 신규 선생님이 저런건 아니다.
좋은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나는 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