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고양이, 일상 속에 쓰는 글
언젠가 동물 봉사활동을 하던 동생이 보호소에서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마리는 집을 나갔고 남은 한 마리만 노루 색 ‘노루’에 김 씨 성을 붙였다.
‘김 노루’ 가족이다.
몇 년 전부터 아빠 친구분이 우리 집에 본인 강아지를 맡기기 시작했다.
계절에 한 번씩, 올 때마다 2주 정도를 지내다 간다.
작은 강아지였던 개는 이제 송아지가 되었다.
오늘도 개가 왔다.
주차장에 내려 엘리베이터를 탄 뒤 집 마당까지 가는 모습이 이제는 그냥 본인 집, 또 다른 자기 집에 온 듯 자연스럽다.
노루는 3-4년이면 익숙할 법도 한데 어디론가 도망을 가거나 하악질을 한다.
오늘 엄마는 큰맘 먹었다는 표정으로 노루를 안았다.
“이제는 친하게 지내자. 네가 집주인인데 손님한테 그러면 안 되지.”
개가 있는 마당에 노루를 내놓고 문을 닫아버린다. 아빠는 마당 끝 저 멀리 혹시나 모를 상황이 생길까 보고 있다.
유리창으로 노루의 긴장이 느껴진다.
하악질 한 번에 개도 컹!하고 짖고 노루는 개에게 펀치를 날리고 개는 더 크게 짖는다.
난투극이다.
결국 엄마는 달려가 노루를 안아 거실로 들어온다.
“엄마가 미안하다. 나는 네가 하치랑 친구가 되었으면 해서 그랬던 건데 네가 이렇게 싫어할 줄 몰랐다. 진짜 미안하다.”
엄마는 노루를 안고 한참을 진지하게 사과한다.
엄마의 진지한 사과를 듣는 이 순간이 너무나 따뜻하다.
하지만 사람이나 고양이나 사과는 쉽지 않다.
츄루 하나를 주고서야 엄마 말에 대답을 해주는 얌체 같은 고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