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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풀풀 Mar 06. 2022

6년 만의 첫 출근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등원과 출근길.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해냈다.


직장에서의 일.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큰 무리 없이 잘 지나갔다.


아이들 하원과 저녁 일상.

원하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잘 굴러갔다.


그랬다고 생각했다.

드러나는 일들은 잘 지나갔기에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긴장했던 목과 어깨에 숨을 불어넣을 때만 해도 괜찮은 거라 생각했다.

버거울 거라 여겼는데 의외로 일이 순적하게 잘 흘러갔다고 날 다독였다.


결국 터지고 말았다.

남편을 향한 서운함이 시작이었는데, 그 끝의 감정은 지독히도 막막한 외로움이었다.




직장에서 나의 위치가 참 애매했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경력직이지만, 6년의 공백이 있다.

업무를 어느 정도 파악하는 듯한데, 250km 떨어진 시스템이 달라진 새로운 곳이다.

인맥이 많았는데, 직장의 상급 기관이 완전히 달라져서 물어볼 인맥은 없다.


맨 땅에 헤딩할 만한 경력이 아닌데, 맨 땅에 헤딩을 하고 있었다.

아침 6시부터 자정이 되는 18시간 동안신경을 곤두세웠다.

작은 실수가 타인에게 피해라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행여나 아이들이 엄마의 공백을 느낄까 안절부절못했다.

2순위, 아니 9순위로 밀려난 집안일에 가족 구성원이 불편함을 느낄 것 같아 미안했다.


2월 중순부터 3월 첫 주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보낸 하루가 없었다.

성에 차는 도움의 손길을 바랄 곳도 마땅치 않았다.

충분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줄 누군가도 없었다.


지독히도 막막했다.

지독히도 외로웠다.

지독히도 무력했다.




다시 월요일이 다가왔다.

시간은 흐르고, 하루는 지나가겠지.

갖가지 감정과 사건들이 뒤범벅되어 나를 관통하며 지나가겠지.

살을 에듯 아프기도 하고, 짜릿한 성취감에 기쁘기도 하겠지.


무엇이든 통제할 수 있다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무엇이든 통제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

글을 쓰며 나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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