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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송인 Feb 25. 2021

남성 상담자-남성 내담자 쌍에서의 사랑과 욕정


Gabbard 박사의 책 Love and Hate 중 5장에서 남성 분석가와 남성 내담자 쌍의 사랑과 욕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목이 주는 임팩트가 상당하죠? 


5장만 읽었으나 이 책은 사랑과 증오라는 전이-역전이가 정신분석 장면 안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려주는 책이고 5장의 내용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Gabbard가 실제 치료했던 내담자 사례가 실린 듯하고 그래서 굉장히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내담자의 사전 허락을 받았겠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대상(이 장에서는 내담자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대상 상실(상상으로든 실제적으로든)에 대한 증오 및 비탄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것이 무의식적 수준에서 위협적으로 느껴질 때, 치료 관계 안에서 분석가에 대한 동성애적인 욕정으로 전치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참 놀랍습니다. 인간의 심연은 그 끝이 없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내담자가 분석가인 Gabbard와의 성적인 공상에 관해 솔직한 태도로 생생하게 얘기하는 대화가 실려 있습니다. 몰입하여 읽을 수밖에 없었고요.(쿨럭)   


Gabbard가 사후적 회고의 방식으로 이 대화를 분석하는데 그 일부를 옮겨 옵니다. 


In the transference, his wish to have my penis inside of him was connected with the fantasy that it would be a way of internalizing me so he would never lose me. In addition, his erotization of the transference defended against profound feelings of loss and grief that.. (후략) 


성적인 공상을 통해 내담자는 사랑의 대상인 치료자를 내사할 수 있게 되고 더 이상 상실을 염려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상실에 뒤따르는 비탄의 감정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내담자의 아버지는 월남전 참전 용사였고 어린 시절 내담자는 아버지를 잃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당한 두려움에 시달렸던 것 같습니다. 내담자의 백그라운드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내담자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빈 자리를 메우고 생계를 이어야 하니 정서적으로 돌봄 받는 것이 여러모로 어려웠을 수 있겠고요. 그런 까닭에 어린 내담자의 복합적인 감정들이 제대로 처리될 겨를이 없었던 듯합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이 내담자는 부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을 잃는다는 실망에 수반되는 증오를 경험합니다. 의식적인 것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린 자신을 남겨두고 떠나간 것에 대한 증오가 이 내담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일례로 내담자는 이성을 포함한 다른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증오가 투사돼 거세불안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네. 교과서에서나 잠깐 보았던 그 거세불안(과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관해 비교적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설명되고 있습니다.(하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치료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성적 전이-역전이는 수퍼비전을 꼭 받아야 하는 중요한 치료적 과제입니다. 수퍼비전을 통해서 이러한 양상을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변모시킬 수 있습니다. 


Gabbard의 이 책 역시 이런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고요. 5장만 먼저 읽어 봤지만 다른 장들도 기대됩니다.   


인용구 하나를 더 옮기고 글을 매듭짓습니다. 


Freud finally reached the conclusion that what psychoanalysis referred to as sexuality was similar to the all inclusive love described by Pl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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