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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송인 Mar 30. 2023

상대방 대신 결정해 줄 수 없습니다

심리상담에 대한 오해: 상담자는 왜 해결책을 알려주지 않나요?

동기에서 중요한 점은 각자 동기를 가지고 있으며, 전문가가 새로운 것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 안에 이미 있는 것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메시지는 '당신이 필요한 것을 당신이 가지고 있습니다.'입니다. 상대방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부담스럽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방 대신 결정해 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그런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변화할 이유와 자원을 찾아가는 것은 도와줄 수 있습니다. 내담자 속에 힘있는 '동료전문가'가 있습니다. 즉 잘 되기를 원하는 인간의 한 부분이 그것입니다. - < 중독과 동기면담 >


서재에 꽂혀 있던 <중독과 동기면담> 책이 어제 왠일인지 자꾸 눈에 밟혀 저자 서문을 좀 읽다가 마주한 내용입니다.


상담이 무엇인지 비전공자가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문제의 답을 내담자가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답을 찾을 수 있게 내담자와 함께 걸으며 내담자를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과정이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내담자는 상담이 무엇을 하는 과정인지 모른 채 상담소를 찾습니다. 유료 상담의 경우 상담료가 비싸기 때문에 이는 그만큼 상담소를 찾는 사람이 절박한 심정으로 상담소 문을 두드림을 의미합니다.  


인용구에서 언급하듯 상담자는 내담자를 대신하여 어떤 결정을 해주거나 답을 알려줄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이런 식의 반응을 하는 사람은 사실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상대방이 마음 속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듣지 않은 채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그런 일방적 대화를 하는 사람 얼마나 많나요.(때로는 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첫 회기에 상담에 대한 내담자의 기대를 명확히 하고 상담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상담자의 의무 중 하나입니다. 상담은 내담자의 문제를 상담자가 해결해 주는 과정이 아니며, 내담자가 지닌 양가감정을 잘 교통정리하여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상담자임을 내담자에게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단을 기민하게 잘했건 못했건 간에, 치료자는 결국 치료의 첫 번째 과제가 환자가 끊임없이 만드는 폭풍우를 그저 견뎌 내는 일이며, 또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도움받기를 거부하는 이 사람이 그동안 경험해 왔던 것과는 다른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일임을 알게 된다. - < 정신분석적 진단 >


무언가 괴롭고 절박해서 상담소를 찾았지만 변화하고 싶은 마음 절반, 지금처럼 그냥 살고 싶은 마음이 절반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것이 양가감정입니다. 술이나 도박 때문에 삶이 피폐해져서 변화해 보고자 상담소를 찾았지만, 그 변화가 두려워서 그냥 살던대로 사는 게 낫겠다 싶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혹은 일중독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가 힘들어져서 왔지만 일에서 얻는 성취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쉽게 일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도움 받고자 왔지만 온몸으로 도움 받기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상담자는 상담에서 이러한 과정이 보편적임을 자각하며 변화하고자 하는 내담자의 힘이 우세해질 때까지 견뎌야 합니다. 상담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섣불리 조언하면 변화하지 않으려는 내담자의 마음이 더 커지기 때문에 동기면담에서는 이러한 상담자의 일방적 태도를 가장 경계합니다.


Put simply, this involves coming alongside the person and helping them to say why and how they might change for themselves. 간단히 말해서, 여기에는 내담자 곁에 가서, 변화할 수 있는 이유와 방법을 내담자 스스로 말하도록 돕는 것이 포함됩니다. - 출처: About Motivational Interviewing | Stephen Rollnick


변화해야 하는 이유와 변화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이 효과적인 상담의 근간임을 배웁니다. 말을 물가로 데려올 수 있지만 목이 마르지 않으면 물을 마실 리 없습니다. 변화에 대한 내재적 동기를 실행으로 옮길 때까지 옆에서 내담자의 양가감정을 버텨주는 것이 상담임을 되새깁니다.


원본 글: https://slowdive14.tistory.com/1299994


이 글은 MarkedBrunch를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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