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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레이스에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려면 천천히 가야 함을 자전거 국토종주를 통해 배웠습니다.
언어 학습에서도 빠른 결과를 보기 위해 불타오르는 것보다, 장기전을 예상하고 힘을 약간 뺀 상태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치 있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대체로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긴 시간 동안 매일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2015년에 자전거로 팔당에서 부산까지 혼자서 국토종주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자전거에 비해 속도를 쉽게 낼 수 있는 로드로 페달을 열심히 밟았고, 다른 자전거를 추월하는 때도 많았습니다. 달리다가 자전거길 위에서 쉬며 물 한잔 마시고 있으면 제가 몇십 분 전에 추월했던 MTB 자전거를 탄 아저씨가 슬렁슬렁 느린 속도로 다시 절 추월하는 때가 종종 있더군요.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저렇게 느린 속도로 어떻게 이렇게 빨리 따라잡은 것일까 의아했습니다.
자전거로 장거리를 가야 할 때는, 급하게 속도를 내는 바람에 금세 지쳐서 많이 쉬게 되는 것보다 느린 속도라 하더라도 꾸준히 페달을 밟는 것이 더욱 빨리 가는 방법임을 알게 되었던 경험입니다. 무리하지 않는 것이 장기전에 적합한 전략이라는 것이죠.
마라톤 세계 기록 보유자 엘리우드 킵초게의 성공 비결은 훈련에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다. 특히 트랙을 한 바퀴 더 돌 수 있지만 거기서 멈추는, '한 번 덜하고 마치기' 방법은 장기전에 적합한 전략이다. 이 전략은 업무와 학업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 [나는 단단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발췌
빨리 무언가를 이루고 싶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영어공부 6년차에 이르기까지, 빨리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특히, 하루 빨리 유창한 스피킹 실력을 뽐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매일 두 시간씩 스피킹에 올인하던 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열정은 오래 가기 힘듭니다. 설상가상 스피킹이라면 꼴도 보기 싫은 마음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느린 속도로 페달링하던 MTB 아저씨처럼 하루에 1분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 빨리 유창한 스피킹 실력에 도달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속력으로 달려야 이륙할 수 있듯이, 가용한 최대 시간(최소 3시간 이상)을 스피킹에 써야지만 단기간에 영어로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주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소수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영어를 손에서 놓지만 않는다면 어느 순간에는 스스로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속도를 내는 구간이나 시기가 있겠지만, 그게 디폴트가 되면 장기전에서는 승산이 없다는 거죠.
가치 있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립니다.
어떻게 시간을 단축할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장기전에서 어떻게 해야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페달을 밟을 수 있을지가 중요합니다.